신체적 조건, 환경의 차이를 떠나 훈련의 방식이 다르다 (이구치 타다히토)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의 영어교육과 참으로 비슷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수많은 시간을 영어와 씨름하지만 정작 외국인 앞에 서면 입이 굳어버리곤 하지요. 그 순간 필요한 말이 저절로 튀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문장과 어법을 생각하느라 멈칫하게 됩니다. ‘읽고 쓰고 말을 하기 위해’ 영어를 배운 것이 아니라 시험에 틀리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해온 뿌리깊은 습관 탓입니다. 마지막 단락에서 와타나베가 언급한 말이 저는 핵심을 담고 있다고 봅니다. ‘교과서를 벗어나면 안되는 분위기, 마이너스(잘못한 것, 실수)로부터 배워나가기 힘든 경직된 학습문화, 그로 인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만들어지지 않는 사회구조’는 우리도 일본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으니까요.

이구치가 말했다

현재 지바롯데 마린스의 큰 형님으로 대타, 1루로 활약 중이지만, 10년 전에는 메이저리그를 누비던 내야수였다. 이구치는 메이저리그의 수비를 직접 본 것과 아라키, 이바타, 마쓰이 카즈오부터 현재 키쿠치, 이마미야 등 긴 세대들을 한 눈에 보고 있다.

이구치 타다히로 통산 성적

그가 말한 차이점은 이랬다. “일본은 12구장 중 9구장이 인조잔디인데, 미국은 30구장 중 28개가 천연잔디니까 이에 대한 타구의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며 기본적인 환경의 차이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야구팬들이 보편적으로 대부분 알고 있는 ‘일본 내야수들이 미국에서 망하는 이유’의 대표적 사례일 뿐이다. 신선하지 않다는 것. 이구치 역시 이를 신선하지 않은 이유임을 인지하고 “신체적 조건, 환경의 차이를 떠나 훈련의 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본에서는 유격수 수비 연습을 할 때 공식화된 자세로 아웃을 잡는 것에 집착하고 있다. 예를 들어 A처럼 오는 타구는 B처럼, C처럼 오는 타구는 D처럼. 이런 식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 선수들은 빨리 잡아 빨리 아웃을 시키는 것이 중요했다. 공식 같은 것은 없다. 베네수엘라, 멕시코에서 온 선수들은 어떻게 1루로 뿌리느냐를 생각하기 보단 아웃됐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며 일본과 중남미 선수들의 수비에 대한 발상의 차이를 언급했다.

이어 “한 선수는 역동작, 디딤발, 스텝을 강화하기 위해 피지컬, 관절 운동에 집중하는 것을 봤다. 그러나 이들 방식을 일본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이들은 타고난 S급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를 밟기 때문에 코치들이 일일이 가르치는 문화가 없다”며 문화 차이에서 오는 적용의 무리점도 언급했다.

와타나베가 말했다

와타나베 순스케는 2006 WBC에서 지상 5cm의 공포를 준 언더핸드 투수다. 지바롯데 마린스에서 일본프로야구 생활을 끝낸 뒤, 중남미로 독립리그, 서머리그 등을 뛰며 야구를 다시 공부해보겠다는 포부로 떠났다.

어쩌면 내야수 수비에 많은 의존을 하는 스타일인 그가 바라본 메이저리거들은 어땠을까.

와타나베는 “느낌이 달랐다. 투구를 하고, 유격수한테 빨려 들어갔을 때, 병살은 무리겠지라고 생각하면 병살이 됐다. 신기했다. 일본이라면 선행주자를 잡고, 실책이 무서워서 더는 던지지 않았을 장면들이 많았다” 며 투수로서 바라본 수비의 차이점을 말했다.

“현재 일본프로야구에서 유격수 수비 자체만을 생각하면 이마미야가 범위도 넓고 제일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같은 장면에 이마미야와 서머리그 정도에만 참여하는 메이저리그 유격수를 갖다 놓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며 호기심을 유도했다.

와타나베는 이마미야와 서머리그에 참가 유격수들을 예로 들며 “대쉬하는 스피드와 빠른 판단력으로 이마미야가 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메이저 수비는 신기했는데, 일본 선수들의 수비를 이미지로 대입해봤을 때,이곳 유격수들은 빠른 동작으로 한 두 박자 벌고 시작한다. 그것이 응용되어 멋있어지는 것”이라며 메이저리그 파인플레이에 대해 자신만의 느낀점으로 설명했다.

훈련법으로 특이점에 대해서는 “캐치볼 이후 바로 포구 자세에 들어간다. 근거리에서 땅볼을 굴려 공 받는 법을 따로 연습하는 것이다.”

스텟슨 대학의 내야수비 연습

“다음은 마인드다. 일본은 수비에 대한 인터뷰를 고교부터 은퇴 때까지 받게 된다. 그 고교야구 선수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는 변명으로 자기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마인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문제점에 대해 “마이너스인 점을 응용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만들 수 없는, 그리고 교과서를 벗어나면 안되는 일본 사회의 결함적 문제와 비슷하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메이저리그에서 일본산 유격수들이 왜 실패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두 명의 대 선수 의견은 교육, 마인드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근간을 생각하는 경험 많은 두 선수의 자세를 추후 일본 야구계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관심이 쏠린다.

서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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