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반복 아닌 다양한 경험이 운동기술의 일관성 높여” (유제광, 동국대학교)

우리야구 9호 특별판 “킬로미터”에 소개된 동국대학교 유제광 교수 인터뷰입니다.

인터뷰 진행 : 손윤, 유효상

Q 운동학습이라는 개념이 무엇입니까?

A 기본적으로 상황에 맞게 몸을 쓰는지를 보는 거죠. 예를 들어 어느 투수가 150km/h의 빠른 공을 10차례 던져서 특정 위치에 10차례 모두 적중시킨다면, 빠른 공을 던지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제구까지 된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 상황을 관찰했을 때, 운동학습이나 운동제어를 연구하는 저 같은 사람은 저렇게 할 수 있는 원리가 무엇인지 찾아내려고 합니다. 신체조건이나 경험 등이 다른 가운데 잘하는 원리를 알아내고, 그것을 잘 안 되는 선수나 초심자에게 적용하는 거죠. 그러면 막연하게 많이 연습해야 할 것을 줄일 수 있겠죠. 운동기술을 효과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레시피(요령) 같은 걸 알아내는 분야입니다.

Q 투수의 투구와 관련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일관성입니다. 이것은 좋은 투수와 그렇지 않은 투수를 나누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좋은 투수는 좋은 퍼포먼스를 지속적으로 보여주지만, 그렇지 않은 투수는 좋고 나쁨이 들쭉날쭉한데요.

A 운동기술을 습득했다면 그 상태를 평가하는 기준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일관성입니다. 일관된 동작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운동기술을 습득했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됐다가 내일은 안 되면 그것을 습득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퍼포먼스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지속할 줄 알아야 합니다.

Q 흔히들 구속과 제구는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과학적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나요?

A 맞습니다. 50cm 정도 떨어진 곳에 똑같은 원을 그려서 집게 손가락으로 한쪽의 원 안에서 다른 쪽의 원 안으로 찍는다고 해봅시다. 시간제한 없이 한다면 쉽게 해낼 수 있겠죠. 그런데 시간에 제한을 두면 손가락을 찍는 속도를 올려야 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가변성이 커진다고 표현하는데, 오래 전에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입니다.

LA 다저스에 클레이튼 커쇼 선수가 있죠. 2015년 피치 에프엑스(pitch f/x) 데이터로 커쇼의 패스트볼 릴리스 포인트를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릴리스 포인트가 야구공 하나를 벗어나지 않더라고요. 그때 평균 구속이 150.6km/h였어요.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난 프로 선수도 150km/h는 젖 먹던 힘까지 내야 하는 속도입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빠른 공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능력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구나 생각했습니다.

“인간은 매번 똑같은 스윙을 하도록 디자인되어 있지 않다.” (마이클 헤브론)

니콜라이 번스타인의 대장장이 실험

Q 그런 일관성을 유지하는 능력은 어디에서 오나요?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A 네, 맞습니다. 1920년대 러시아의 생리학자인 니콜라이 번스타인이 연구한 결과입니다. 가령 목수가 망치로 못을 박잖아요. 그걸 옆에서 팔꿈치와 손목, 그리고 망치를 연속 사진으로 촬영하면 그 움직임이 제각각입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라서 일정한 동작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동작에는 많은 근육과 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그걸 항상 똑같이 할 수 없죠. 그런데 망치가 정확하게 못의 머리를 때립니다. 팔꿈치에 이만큼의 힘이 들어가고 손목 각도가 이러면 망치가 어떤 궤적을 그릴지 경험으로 예상하고, 거기서 힘과 손목 각도를 조절해 다시 못 머리를 때리는 거죠.

투수의 투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팔 높이나 동작 등으로 던진 경험을 통해 팔 높이나 동작 등에서 작은 오차가 있어도 릴리스 포인트를 한 점에 가깝게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Q 그런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지만 지도자는 대부분 투수에게 어릴 때부터 한 가지 투구폼을 유지하게끔 합니다. 유소년 때부터 다양한 투구 동작을 해보는 걸 금기시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A 야구에서 투수는 던지는 것에 전문화된 포지션입니다. 전문화라는 측면에서는 한 가지 투구 동작을 오랫동안 반복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선수의 발달이란 측면에서 생각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저런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게 투구 동작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일관되게 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됩니다.

예를 들어 골프채로 골프공을 통통 계속 튕기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손과 팔의 움직임이 공을 100% 맞히는 조절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공의 위치와 몸을 이렇게 움직였을 때 골프채 각도가 어떻게 될지 알고 있는 거죠. 일정하게 공을 튕기는 것은 내 몸을 다양하게 쓸 수 있는 레퍼토리가 많다는 것을 뜻합니다. 투수의 투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투수라고 해서 꼭 투수처럼 캐치볼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맷 부시먼)

어릴 때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던져보는 경험을

Q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일관성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투수에게 필요한 또 한가지 요소인 수정 능력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A 모든 스포츠의 이상적인 선수는 어느 곳에서나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줄 압니다. 예를 들어 골프의 경우 실내에서 치면 바닥이 평평하니까 항상 양발의 높이가 같습니다. 그런데 골프장에 가면 땅이 고르지 않잖아요. 잘 치는 선수는 그런 차이를 의식하지 않고 플레이합니다. 반면 초심자는 환경이 바뀌었는데도 평평한 곳에서 치듯이 골프채를 휘두릅니다. 그래서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겠죠.

투수의 마운드는 구장마다 환경이 다르고 그날의 기온, 바람, 습도 등도 제각각입니다. 여기에 이닝을 거듭할수록 발을 내딛는 땅의 높이도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계속 공을 던지면서 땅이 파이니까요. 환경의 차이 속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조정능력이 필요합니다. 팔이나 손목 각도나 팔 높이 등에서 평소 동작을 미세하게 수정해야 합니다. 그 수정 능력도 어릴 때부터의 다양한 경험에서 오는 겁니다.

반복 없는 반복 (마타인 나이호프)

Q 투수가 어릴 때부터 전력투구만 하다가 보니까 살살 던져야 할 때 악송구를 범하는 이도 있습니다. 이것 역시 어릴 때부터 한 가지 동작만 요구한 결과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A 자유롭게 던진 경험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투수는 공을 전문적으로 던지는 선수입니다. 공 던지기의 도사잖아요. 그러니까 공에 다양한 변화와 속도를 주면서 원하는 궤적과 위치에 던질 줄 알아야 하는거죠. 축구 선수 중에 나는 슈팅 전문이니까 짧은 패스는 할 줄 모른다는 선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투수 가운데 일부가 빠르게 던질 줄은 아는데 살살 던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다양한 거리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던지는 연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지도자는 투구와 송구를 구분하죠. 송구는 이런 동작으로, 투구는 저런 동작으로, 이렇게 설명하면서 송구든 투구든 동작을 일정한 틀에 맞춥니다. 다양한 동작의 송구와 투구 동작을 하지 않다 보니 환경이 조금만 바뀌어도 좋은 송구나 투구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유소년 야구에서 투수가 장래 목표인 선수라도 투수만 시키지 않잖아요.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하게 해주죠. 그렇게 하는 이유는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해주는 데 있습니다.

유소년 선수의 운동능력 향상을 위한 10가지 전략 (Jeremy Fris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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