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잘 보기 위한 메이저리그의 노력
타격성적이 시원치 않을 때 많은 팀들은 일명 ‘특타’를 한다. 시합 후 경기장에 남아 스윙연습을 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내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의문이 늘 피어오른다. 타자의 저조한 퍼포먼스는 과연 스윙메카닉이나 자세만의 문제일까? 컨택능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선수라면 혹시 공을 보는 시각능력을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은 아닌가?
최근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선수들의 동체시력 향상을 위한 신경트레이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한 트레이닝 파트에 안과 전문의를 배치하며 시력 자체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눈을 통한 지각능력의 작은 차이는 눈깜짝할 사이에 진행되는 투수와 타자의 승부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에 대한 정보를 더 빨리, 더 분명히 파악할 수록 타자는 그만큼 유리해 진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등에서 선수들의 비전 트레이닝을 진행한 바 있는 다니엘 라비Daniel Laby 박사는 메이저리그 선수라면 1.6~1.7 이상의 시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상에서는 1.0 정도의 시력으로도 생활에 아무 문제가 없지만 150km의 공을 치기 위해서는 그 정도 시력으로는 공을 순간적으로 식별하고 판단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선수에게 교정렌즈를 처방하기도 한다.
워싱턴 내셔널즈의 마이크 리조 단장은 선수의 시각능력 향상에 누구보다 관심이 많다. “공을 제대로 볼 수 없다면 칠 수도 없을 것”이라며 근육과 마찬가지로 눈도 당연히 컨디셔닝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안과전문의인 키쓰 스미슨 Keith Smithson 박사의 주도로 다양한 비전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선수에게 제공한다. 어떤 선수에게는 햇빛의 영향으로 타격이 방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색렌즈를 끼게 할 정도로 꼼꼼하게 관리한다.
워싱턴의 간판타자였던 브라이스 하퍼 역시 시력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맞춤 제작된 컨텍트 렌즈를 사용한다. 하퍼는 스미슨 박사의 조언으로 싱글A에서부터 시각을 교란시키는 스트로브strobe 안경을 쓰고 배팅연습을 하곤 했다. 공을 보다 빨리 인식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스트로브 안경을 이용한 연습)
네 가지 색깔의 공이 붙어 있는 링을 이용한 ‘비전 링’ 연습도 워싱턴 선수들이 하는 일상의 훈련 중 하나다. 링을 선수에게 던지고 중간에 “빨강”, “노랑” 하면서 사인을 주면 선수는 정확히 그 색깔의 공을 잡는 연습이다. 이 훈련은 2000년대 초반 보스턴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매니 라미레즈가 아주 좋아헸던 연습으로 알려져 있다.
동작을 만들어내는 것은 몸이지만 공을 보는 것은 눈이기에 눈의 감각을 풍성하게 만드는 연습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게다가 최근의 연구들은 눈의 지각능력이 움직임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참고 기사)
Washington Nationals go beyond the eye chart with vision trai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