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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들이 아이들에게 폭언을 하는 이유

지난 주 초등학교 경기 중에 어느 감독님의 호통을 듣고 떠오른 생각이 있어 나눠볼까 합니다. 

“어디다 던지는거야. 새끼야!!”

이런 모습을 보이는 지도자분들을 ‘교육’이나 ‘징계’를 통해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우선 그 분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포츠 지도자 대부분은 어린 시절 운동을 하며 일방적인(사실상 폭력적인) 문화 속에서 자신의 감정을 보살필 기회를 거의 가지지 못했지요. 감독, 코치의 눈치를 보는게 일상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데 에너지가 흐르지 않았습니다. 분명 자신의 몸은 아니라는 신호를 주는데도 코치의 지시대로 연습을 해야 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식으로 표현하지 못한 사람의 내면에는 분노가 쌓이기 마련입니다 . 차곡차곡 쌓여 언제든지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는 분노덩어리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인 어린 선수들을 향해 거칠게 드러납니다. 저도 가장 만만한 와이프한테 주로 화를 냅니다.ㅠㅠ

그렇기에 늘상 ‘일방적인 지시’만 받거나 ‘일방적인 지시’를 해 온 분들에게 ‘애들한테 욕하지 말라’는 또 다른 ‘일방적인 지시’가 와닿을지 의문입니다. ‘이렇게 하라’, ‘이렇게 하면 안된다’ 이런 메시지는 분노의 껍질을 더 단단하게 만들 가능성이 큽니다. 어릴 때는 힘이 없어 복종했지만 지금은 힘이 생겼기 때문에 저항하게 됩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지도자분들이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들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를 곳곳에 마련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때 어떠셨습니까?’,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이렇게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지금 지도자분들께 필요한 것은 ‘내 이야기를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들어주는 경험’일지도 모릅니다. 자신도 미처 모르고 있는, 내면에 쌓인 분노를 어루만져 주는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아이들을 상대하는 태도도 자연스레 바뀌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사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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