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형 코치의 관계 중심 코칭법 (1) 타석에 있는 선수에게 지시를 하지 않았을 때 벌어진 일
최근 텍사스 레인저스의 불펜코치로 임명된 브래드 홀먼 코치와 메일을 주고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선수는 코치가 자신에게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지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코치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관심을 가집니다. 그렇기에 선수 각자에게 맞추며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이 무척 중요합니다. 그래야 선수가 더 잘 배우니까요.”
말 한번 멋드러지게 잘 한다고 생각하던 차에 우리나라에도 같은 말씀을 하시는 코치분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양 다이노스 이도형 코치님의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코치가 가지고 있는 지식보다 코치와 선수의 관계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십니다. NC의 2군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경기 중 노 코칭No Coaching’ 실험도 흥미롭습니다.
“지나치게 긴 훈련시간이 집중력을 키우는 것을 방해합니다.”
“코치가 경기 중에 간섭을 안해야 선수는 상대 투수에 온전히 집중합니다.”
Q 평소 학생야구와 코칭문화에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 대부분 코치님들이 자신이 추구하는 이론을 가지고 계십니다. 던지고 치는 것과 관련한 이론이 굉장히 많아요. 어떤 이론이 맞다거나 틀리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 듯 하고요. 그 방법이 선수에게 맞는지 안맞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치님들을 보면 자신의 이론이 맞다는 확신을 가지고 선수를 지도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물론 어느 정도 확신이 있어야 지도할 수는 있겠지만 여러가지 방법을 알고 나서 선수에 맟춰 지도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가 운동할 때 보면 한 가지 이론으로 전체 선수를 지도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코치에 맞추는 게 아니라 선수에 맞는 방법이나 기술을 빨리 찾아주는게 좋은 코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야구는 집중력의 싸움이라고 자주 선수들에게 이야기해 주는데요. 훈련할 때도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기술적인 부분도 먼저 설명을 해서 머리로 이해를 시켜주는 작업이 필요하고요. 예전에는 그냥 “이렇게 해” 하고 끝이었거든요. 조금 더 효율적인 연습이 되려면 머리로 먼저 이해를 시키고 몸으로 연습을 시키면 더 빠를 것 같아요.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연습 역시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체로 연습시간이 너무 길어요. 타자들도 가만히 지켜보면 무의미하게 아무 생각없이 치는 시간이 많거든요. 어떤 연습을 할 것인지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고 배트를 휘두르는 시간은 조금 줄여도 될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운동장에 나와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요. 올해 타격코치를 하면서 조금 바꾸려고 했던게 운동장에서 배팅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했습니다. 많이 치게 되면 점점 그만 치고 싶어 하거든요. 하지만 치는 횟수를 줄이면 오히려 조금 더 치고 싶어하고 집중하게 됩니다. 조금 아쉬움이 남으면 연습을 더 할 수도 있는데 질리게 많이 치면 자기 차례가 끝나는 순간 ‘끝이다!’ 하고 방망이를 놓는 선수가 대부분이거든요.
또 한 가지는 프로도 그런 경향이 있는데 아마추어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장면이죠. 타석에 있는 선수한테 코치가 일구일구 주문을 계속 합니다. 제가 올해 타격코치를 하면서 타석에 있는 선수한테 아무 말도 안했어요.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만 ‘지금 상황이 이렇고, 상대 투수가 이러이러하니까, 어떤 공을 노리는게 좋지 않을까’ 라든지 ‘지금 너의 밸런스가 어떠니까 이런 느낌으로 치면 좋겠다’ 이 정도만 이야기 해주고 타석에서 투수와 싸우는 동안에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3~4개월 후에 선수들한테 일일이 물어봤습니다.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어땠는지 물어보니까 80~90% 정도의 선수가 투수에 집중할 수 있어서 훨씬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한두 명은 그 동안 계속 얘기를 해줬었는데 안해주시니 조금 어색하고 불안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타석은 투수랑 싸워야 하는 공간이니까 투수한테 집중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시도를 해봤는데 선수들이 조금 더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하니까 좋았습니다.
Q 선수가 생각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말씀을 해주시죠.
A 보통 배팅연습을 할 때 시간이 길어지면 아무 생각없이 치거든요. 물론 그런 것도 필요해요. 타석에서 어떻게 쳐야겠다든지 어떤 자세로 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투수랑 승부할 수는 없으니 그런 것도 조금은 필요하죠.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연습을 하기 전에 어떤 부분을 신경써서 치겠다든지, 상황을 설정해 놓고 어느 방향으로 치겠다든지, 자세를 신경써서 치겠다는 등의 준비는 필요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그냥 하게 되는거죠. 또 스윙 횟수를 중요시하는 선수가 많거든요. 티배팅을 500개를 쳤다고 하면서요. 그보다는 실전 상황을 이미지 트레이닝 하면서 경기에 필요한 스윙을 했는지 체크하는게 좋은 방법 같습니다.
Q 여기서 코치의 역할을 생각해 본다면 선수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 훈련을 할 지 물어보면서 상기시켜주는 작업이 필요하겠네요.
A 그렇죠. 코치가 할 일이 기술적인 부분을 가르쳐주는 것도 있겠지만 훈련 분위기를 만들고 준비시켜 주는 것에 관심을 가지면 기술적인 부분보다 더 큰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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