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류

기술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생태적 접근법이 제시하는 ‘시합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을 키우는 법

생태적 접근법을 다룬 일본 축구 기사를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 기사) https://real-sports.jp/page/articles/202602091/

현재 유럽 축구 지도 현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생태적 접근법(Ecological Approach). 지도자가 규칙, 공간, 선수의 숫자와 같은 제약(constraints)을 설정하고, 선수가 그러한 제약 조건 속에서 자연스럽게 최적의 움직임을 발견하도록 이끄는 훈련 이론이다. 사설 레슨장이 계속 늘어나는 ‘기술 훈련 전성시대’이기에, 이 이론은 지도 현장에 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과연 실전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기술 훈련 전성시대에 묻는 ‘육성의 가치’

SNS를 열면 화려한 볼 터치나 발재간 영상이 눈에 들어온다. 소위 말하는 ‘스킬 코치’에 의한 지도는 알기 쉽고 성장을 실감하기도 좋다는 점 때문에 많은 선수와 보호자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실제로 그런 지도를 받은 선수들이 잘합니다. 볼을 다루는 솜씨도 훌륭하죠”.

생태적 접근법을 지향하는 코가 야스히코씨의 말이다. 스페인과 호주, FC 이마바리, 비셀 고베, 도쿄 베르디, 가고시마 유나이티드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했으며, 현재는 오카야마현 쿠라시키시를 거점으로 한 FC 갈레오 타마시마 U-15팀에서 감독을 맡고 있다. 코가씨는 스킬 코치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기술을 시합에서 쓸 수 있는 무기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또다른 중요한 관점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스킬 코치의 지도를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기술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

코가씨가 말하는 부분은 ‘축구 맥락’과의 괴리다. 생태적 접근법에서는 이를 ‘연습에 대표성(Representativeness)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생태적 접근법이라는 말도, 대표성이라는 말도 생소한 단어들이다. 생태적 접근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인간은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스스로 행동을 조직하며 기술을 습득해 나간다는 생각에 기반한 운동 학습 이론이다. 기존의 지도가 이상적인 폼이나 움직임의 틀을 지도자가 ‘가르치는’ 방식이라면 생태적 접근법은 기술 습득을 다르게 바라본다. 지도자는 규칙이나 공간, 선수의 숫자와 같은 환경(제약)을 디자인하고, 선수는 그 상황에 적응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움직임을 발견(자기조직화)해 나간다. 축구에 대입하면 특정 틀을 반복하는 것보다, 두 번 다시 같은 상황이 오지 않는 피치 위에서 순간적으로 적응하는 능력이 중시된다.

“코치들도 감각적으로는 ‘다양한 경험을 시켜주어야 더 잘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지도를 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반복 유형의 드릴에 빠져 버립니다. 과거의 아이들은 울퉁불퉁한 지면이나 불규칙한 인원수의 게임 속에서 누구에게 배우지 않고도 자신에게 맞는 몸놀림을 찾아냈었죠.”

테크닉을 ‘몸에 익히는(배우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 이것이 기술 습득은 물론 시합에서 기술을 발휘하는 포인트라고 코가씨는 이야기한다.

연습 환경을 실제 시합에 가깝게

생태적 접근법에서 ‘대표성’이란, 연습 환경이 시합 상황(정보나 맥락)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개념이다. 실제 시합에는 빼앗으러 오는 상대가 있고, 목표로 해야 할 골대가 있으며, 동료 선수의 위치나 공간 같은 변수가 항상 존재한다. 그러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연습 환경은 시합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플레이에 필요한 지각과 판단 프로세스가 빠져버리게 된다. 상대의 압박과 같은 맥락이 없는 상황에서 특정 페인트만 반복하는 연습은 그저 ‘같은 동작의 반복’이 될 위험이 있다.

“동작 자체는 능숙해집니다. 하지만 그런 동작을 그대로 시합에서 쓸 수 있느냐 하면 쉽지가 않죠. 그리고 잘못된 움직임을 반복하면 잘못된 신경 회로를 강화시킬 리스크가 있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을 발바닥으로 끌어서 넘기고, 반대 발 아웃사이드로 건드려 앞으로 나가는 기술이 있다고 치죠. 하지만 선수 개개인은 키도 몸무게도 골격도 자라온 환경도 다릅니다. 신체적 특징(개인 제약)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선수에게 공통되는 ‘정답인 틀’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메시의 드리블과 음바페의 드리블은 완전히 다르다. 어떤 선수에게 최고의 페인트가 다른 선수에게는 거북한 움직임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모두에게 똑같은 폼을 가르치려 한다면 그 선수의 개성을 지워버리게 된다.

“그래서 저는 어디까지나 연습 환경 세팅까지만 준비합니다. 선수가 모든 움직임을 시도하는 가운데 자신에게 딱 들어맞는 움직임, 최적의 스킬을 발견해 나가는 겁니다. 생태적 접근법은 바로 그러한 발견을 위한 계기를 제공해 주는 거죠.”

축구의 드리블훈련으로 제약 주도 접근법 constraints-based learning을 설명하는 영상

‘스트리트 사커’를 연습에 녹여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갈고닦은 기술을 피치 위에서 발휘할 수 있을까? 코가씨가 지도하는 FC 갈레오 타마시마에서는 주 1회 축구 이외의 활동을 한다. 볼더링 클라이밍이나 농구, 핸드볼 등 다양한 운동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 축구 훈련 자체도 규칙, 그리드 사이즈, 터치 수, 움직임 방식, 골의 개수나 위치 등 환경(제약)을 다양하게 바꿔가며 진행한다. 선수 스스로 주어진 제약 조건 속에서 판단하고 자신의 기술을 발견하게 유도한다. 기술 훈련도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어 A라는 기술 훈련을 했다면 다음에는 바로 B, C로 변화를 주는 겁니다. 단순 반복이 아니라 동작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움직임을 발견한다는 관점으로 시도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연습이 됩니다. 때로는 볼의 크기를 바꾸거나 불규칙하게 튀는 볼을 사용하기도 하고, 오른손은 반드시 몸에 붙인다거나 양손을 머리에 댄 채 드리블한다는 제약을 두기도 합니다. 3대3 스몰 사이드 게임을 해서 여러 선수가 플레이에 관여하도록 만들기도 하고, 타겟 등의 제약을 이용해 익혀야 할 기술을 사용하도록 유도해 나갑니다”.

바로 이런 방식이 환경이라는 제약을 통해 선수가 자연스럽게 기술과 인지, 판단력을 갈고닦는 생태적 접근법이다. 테크닉 액션 훈련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사용법과 환경 설정에 한 번 더 공을 들이면 훈련의 효과는 몇 배 더 커진다. 코가씨가 지도하는 FC 갈레오 타마시마에서는 중학생 때 본격적으로 축구를 시작한 아이가 J리그 클럽 유스에 합류하는 등 착실한 성과를 내고 있다.

“결국 끝까지 파고들면 많은 코치들이 생태적 접근법에 도달하게 될 겁니다. 모두가 감각적으로는 좋다고 알고 있었던 것에 불과합니다. 드디어 이론이 붙은 것이죠. 그러니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 자신도 자유로운 발상 아래 훈련을 조립해 나가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 그 차이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유소년 선수들의 성장 곡선을 크게 좌우한다. 이런 관점에 기반한 훈련이 확산된다면 일본의 육성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