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시계도 하루 두번은 정확히 맞는다
“고장난 시계도 하루 두번은 정확히 맞는다”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32 )
펀드매니저는 자신만의 평가방법과 기준에 따라 미래에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로 포트폴리오를 짠다. 1년을 바라보는지, 아니면 10년 정도의 미래를 향하는지에 따라 펀드매니저의 선택은 달라진다. 야구감독 역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라인업을 구상한다. 이번 시즌의 우승이 목표인지, 아니면 3,4년 후를 내다보는 지에 따라 감독의 선택은 달라진다.
어떤 펀드매니저는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자주 변화를 준다.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빈번하게 주식을 사고 판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신이 선택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자 하는 펀드매니저도 있다. 분석과정을 통해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한 주식이라면 결국 원래의 가격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묵묵히 기다린다. 마찬가지로 어떤 감독은 끊임없이 라인업을 바꿔가며 경기에 나선다. 최근 경기의 타격감, 투구결과 등을 바탕으로 선수를 교체해 가며 시즌을 끌고 나간다. 반면 어떤 감독은 부상과 같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라인업에 변화를 주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한 경기의 투구, 한 타석의 모습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펀드매니저 개인의 능력은 펀드수익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까? 투자의 세계에는 14년간 연평균 29.2%의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리며 전설이 된 피터 린치같은 인물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식형 펀드는 주가지수를 그대로 반영하는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에 미치지 못한다. 일시적으로 폭발적인 수익를 기록한 펀드라도 시간이 지날 수록 평균으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곤 한다. 그래서 미국 월가에는 어느 펀드매니저가 엄청난 수익률을 올리며 <타임Time>이나 <뉴스위크Newsweek>의 표지모델로 등장할 정도로 스타가 되면 당장 그 펀드를 팔아야 한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단기적인 미래를 예측하는 인간의 능력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고장난 시계도 하루 두번은 정확히 맞는다’며 시장을 예측하고자 하는 펀드매니저의 능력을 극단적으로 폄하하기도 한다. 펀드매니저의 개입으로 발생하는 거래비용만 줄여도 장기적으로 물가상승율을 초과하는 적정 수익은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힘이란 뻔한 것이다. 여러모로 수를 쓰고 기교를 부려봤자 집중력은 그다지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긴 안목으로 보면 모든 것은 가장 기본적인 섭리를 향해 수렴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둔다. 뒷일은 시간의 힘에 맡기면 된다. 이것이 장기투자의 기본 자세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펀드 매니저로 장기적인 관점의 가치투자를 추구하는 ‘사와카미 펀드’를 운용하는 사와카미 아쓰토씨는 2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꾸준한 수익률의 비결을 이처럼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정치, 경제적 사건들과 개별 종목들의 가격 움직임에 펀드매니저도 감정적 동요를 겪기 마련이다. 어쩐지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강한 충동과 싸워야 한다.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는 욕구를 다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과정들을 겪어 가며 자신의 선택을 유지해 나가는 것도 무척 고단한 일이다.
사와카미씨의 고백은 144경기라는 긴 여정을 끌고가야 하는 야구감독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여기에 덧붙여 살펴야 할 것은 주식과 달리 야구선수는 감독이 개입(작전, 기용, 교체)될 때마다 미묘하게 감정이 움직인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