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의 선수에 대한 배려
“우승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트로피만 갖고 오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도 이번 대회의 챔피언이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늘 경기는 양팀 모두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 2년씩 트로피를 보유하는 건 어떤가? 오늘 같은 결승전은 이 대회의 권위를 높여준 적절한 승부였다.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경기 사흘 전 훈련 때 주전으로 나선 선수 11명, 비주전 선수 10명으로 따로 나눠 했다. 비주전 10명 중 골키퍼가 2명이었는데 그 중 1명(정성룡)이 이번 대회에 뛰지 못했다. 그날 한국 대표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정성룡의 모습을 보고 우리 대표팀의 No.1 골키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모두가 열심히 했다. 11명이 이룬 결실이 아닌 모두가 이룬 결실이다. 그것이 이번 대회에 거둔 가장 긍정적 요소다.
두번째 실점 장면에서 실수한 건 김진수였다. 어린 선수다. 독일에서 뛴 지 반년 밖에 되지 않은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다. 실수를 했지만 105분에 나온 거고, 경기 내내 진수처럼 열심히 뛰면 인간으로서 당연히 실수를 한다. 하지만 나는 김진수 본인이 이번 실수를 딛고 좋은 커리어를 만들어갈 거라 본다.
우리팀 18번(이정협)은 군인이다. 나는 그를 솔져라고 부른다. 그는 군대에 소속돼 있다. 소속팀은 2부 리그로 떨어졌고, 그는 벤치에서 주로 시간을 보냈다. 좋은 모습을 봤고 몇 경기 더 본 뒤 뽑았다. 이번 대회에서 잘 했다. 우리가 놓친 선수는 없는지, 숨은 진주를 찾아 다녀야 한다. 오늘도 대안이 없어서 곽태휘를 전방에 올렸는데 그게 한국의 현실이었다. 한국 축구의 문제점 한가지는 지금까지 학원 축구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육성을 할 때 승리하는 법만 가르쳤다. 그 전에 어떻게 축구를 할 지를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