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숙현 여론 식은 뒤 ‘보복’..”다음 번엔 누가 나설까요?”
특정할 수 있는 악당이나 괴물이 없기에 이런 현실이 더욱 절망스럽습니다.
“먼저 최숙현이 뛰었던 경주시청 여자팀이 사실상 해체됐다. 팀에 있던 여자 선수 1명은 운동을 접었고, 1명은 다른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은을 비롯해 사건 당시 적극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섰던 이들이 줄줄이 재계약에 실패했다. 쏟아지던 입단 제의는 사라졌다. 지난해 경찰에서 피해 조사를 받은 20여명의 선수 중 현역 선수는 6명. 이들 중 4명이 재계약에 실패해 운동을 접었다. 다들 그렇게 쫓겨났다.
(중략) 지난여름, 용기를 내 함께 피해를 증언했던 동료들은 쫓겨난 자와 남은 자로 갈렸다. 각자의 처지가 피해자들의 연대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사이 가해자들은 합의를 시도했다. 그들이 내민 건 반성과 사과가 아니었다. 가해자의 가족들이 전화를 걸어와 “돈 밝히는 거냐”라든가 “좋은 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라고 압박했다. ‘왜 계속 시끄럽게 구느냐’는 주변의 눈초리 속에 동료들은 하나둘 합의에 응했다. 합의한 선수와 안 한 선수가 서로 인사조차 하지 않는 사이가 됐다. 절망에 빠진 선수들은 사건 당시보다 언론 인터뷰를 겁내고 꺼렸다. 잃을 게 없으면 용감해진다지만, 희망마저 빼앗긴 이들에겐 예외였다. 여론의 관심이 떠난 자리에 남은 선수들의 현실은 여전히 부조리하고 고통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