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로 끝나선 안 되고 치유와 회복 위한 시스템이 필요 (김선웅)

최근 SNS에 운동선수들의 학교폭력 폭로 주장이 나오고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해당 선수들에 대한 징계여론이 들끓고 있다. 마치 몇 년 전 성폭력 또는 성희롱 미투 사태와 흡사하다. 왜 폭로자들은 유명 선수들의 과거 학교폭력 문제를 실명을 밝히면서까지 제기할까.

​유명선수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가해자의 소식과 모습을 접할 수밖에 없다. 특히 피해자가 운동부 였다면 더욱 더 좁은 운동세계에서 가해자의 기억을 지우기가 힘든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피해자는 견딜 수 없다. 특히 본인은 그 당시 기억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가해자가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어 언론에 나온다면 피해자의 심적 고통은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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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 간의 진실게임 수렁에 빠져선 안 돼

​그렇지만 피해자가 선뜻 나서기는 어렵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스포츠를 잘하는 것이 곧 권력이다. 뛰어난 경기력을 기반으로 프로의 세계는 돌아가기 때문에 그에 딸린 이해관계가 매우 크고 복잡하다. 그렇기에 뛰어난 스포츠 선수는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권력을 쥐게 되고, 그와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코치, 선생님, 구단, 학교를 상대 해야 하는 피해자는 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래서 소위 양심선언, 제보를 넘어서서 피해자가 가해자와 가해환경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고소, 고발을 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그 이해관계에서 벗어났을 때라야 비로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이다.

​또한 과거 미투 사태와 같이 이제야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전에는 권리라고 인식하지도 못했던 자신의 피해와 부당함에 대해 새롭게 인식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수면 위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피해자들이 여론의 힘을 입고 본인이 자각하여 학교폭력의 문제를 밖으로 끌고 나왔지만 얼마 가지 않아 여론은 식어버릴 수 있다. 가해자는 의례적인 회피성 사과만으로 숨어버리고, 책임 있는 학교, 지도자들 역시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전개된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이 학교폭력 사실을 부인하고 폭로자들이 개인의 기억 이외에 다른 입증할 방법을 찾지 못하면 오히려 해당 선수들이 폭로자나 언론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다. 이럴 경우 유명 선수들의 학교폭력 의혹은 당사자들의 진실게임이란 수렁에 빠진다.

​상당한 시간이 지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피해자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방법이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해 보지도 못하고 명예훼손 등 법적 조치의 위협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피해자가 스포츠 권력관계상 약자이기 때문에 스포츠를 떠나지 않는다면 언제 불이익 처분을 받고 보복을 당할지 모른다. 학교폭력 사실이 확인되어도 현재 가해선수가 소속된 프로리그나 팀도 과거 학교폭력 사실로 현재에 징계를 주기가 어렵고, 여론에 떠밀려 징계를 주더라도 법적으로 완패할 가능성이 명약관화하다. 과거 학교폭력에 대해서 가해학생이 처벌이나 징계를 받지 않았더라면 그 행위에 대해서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와 공소시효가 필요한 형사책임 추궁과 징계시효와 징계요건이 필요한 학교폭력 방지법상 징계는 쉽지 않은 방법이다.

​결국 어렵게 운동선수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의 주목을 받게 되었지만 학교폭력의 본질적 문제인 피해자의 원상회복과 가해자의 책임이행은 온데간데없고, 언론과 여론의 관전자들만이 학교폭력 의혹을 받는 선수들이 더 없는지 찾는데 혈안이 되거나 감정의 배설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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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 학교폭력 피해자 위한 치유회복센터

​운동선수들의 뿌리 깊은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우선 피해자는 과거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제대로 된 문제제기를 하고 자신이 필요한 배상이나 감정의 회복, 정신적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반면 피해자가 단지 해당선수를 SNS나 언론에 공개해서 여론의 지탄을 받게 하는 것만으로 본인의 피해회복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 한다면 피해자 역시 진정한 회복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저 관전자들의 감정해소로 소모되지 않고 해당 선수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최대한의 원상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피해자들이 이를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단체나 개인은 거의 없다. 이를 학교단계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교육기관도 없다. 이는 법적 조치나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변호사 등 전문가의 문제가 아니다. 인권 문제와 학교폭력 해결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스 템과 관행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또한 선수들 간의 학교폭력 문제는 많은 부분 학교, 지도자의 방임, 부추김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방법을 동시에 찾아야 한다.

​현재 사법제도와 교육제도, 그리고 프로스포츠 시스템에서는 해결할 수 없는 피해자의 원상회복 (정신적 치유와 정당한 배상), 가해자의 정당한 처벌을 전제로 한 회복적 사법,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자 중심 참여를 위한 학교폭력 클리어링 하우스(Clearing House)나 인권센터가 필요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글 : 김선웅 (변호사, 전 선수협 사무총장. 선수 개인의 가치와 권리가 존중 받는 세상을 만드는데 함께 합니다.)

*우리야구 6호에 소개된 글입니다. 격월간 우리야구는 우리야구스토에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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