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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소중한 가치를 담기 위한 노력을!! (이태일, 박종훈, 손윤)

2020 우리야구 컨벤션에서 진행된 <야구의 사회적 역할>의 세션 내용 일부를 옮긴 글입니다. 하이라이트 영상은 우리야구 유튜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태일 (스포츠투아이 사장)
박종훈 (SK 와이번스)
손윤 (야반도주 팟캐스트)

정리 : 박윤희

손윤 : 프로야구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컨텐츠로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야구의 사회적 가치는 무엇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이태일 : 프로야구를 소비하는 주체들이 야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 그리고 야구로부터 얻고자 하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야구의 사회적 가치에 접근하기가 좀 더 용이할 것 같습니다. 우리 프로야구가 1982년에 출범을 해서 지금까지 38년 동안 국민들로부터 계속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드라마라면 시즌 38까지 가장 높은 시청률과 뜨거운 반응을 유지하면서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야구가 우리 국민들에게 단순한 재미 이외에 어떤 가치를 전달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있어야 할겁니다. 스포츠가 줄 수 있는 정직한 땀의 가치, 판정에 승복하는 문화,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 등 일단은 이러한 공동체 의식이 키워드가 될거라는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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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윤 : 프로스포츠는 스타선수의 영향력이 꽤 중요한데요. 실제 국외의 사례를 보면 여러 가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스타선수들이 많습니다. 최근에 KBO 리그에서도 여러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코로나 속에서도 리그가 완주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의료진들에게 감사한다는 말 등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사회적 메시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선수들이 여전히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주저하는 면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태일 : 저도 그런 부분에 대해 이제는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사회적 환경이나 지금까지의 문화 때문에 선수들이 아직은 다소 주저하는 것 같습니다. 주위에서 어떻게 생각할지를 두려워하는 정서도 여전히 많구요. 하지만 세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하면서 오히려 이제는 그런 목소리도 사회적으로 요구받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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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 아직은 우리 야구선수들이 정말 야구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구요. 이제는 선수들도 야구를 ‘왜’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손윤 : 사실 선수든 팀이든 어떤 사회적 메시지나 발언들을 하게 되면 팬들의 반응도 ‘야구나 잘해라.’ 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습니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 선수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이태일 : 또 한편으로 저는 야구선수가 어떤 물의를 일으켰을 때 ‘야구로 보답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쉽습니다. 사실 팬들이나 국민들이 야구선수를 바라보며 얻고 싶은 가치가 그냥 야구공 잘 던지고 치는게 아니잖아요. 야구실력 뿐만 아니라 멋있는 모습, 격의 있는 행동들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꿈을 불러일으키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이죠. ‘나의 롤모델이야. 나의 우상!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이런 마음을 느끼게 해주어야 하는데 그냥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하는 말은 야구라는 것이 하나의 기능적인 역할 밖에 하지 못한다는 의미거든요.

그런데 사실 기능적인 야구의 멋은 어쩌면 로봇이 더 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선수를 통해 팬이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은 그런 기능적인 능력 이상의 진짜 멋입니다. 행동도 멋지고,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굉장히 울림이 있고, 이런 것들을 기대하는 팬들이 점점 늘어나게 될 겁니다.

손윤 : 결국 야구의 사회적 가치나 역할은 ‘좋은 롤모델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거든요. 지금까지는 잘치는 타자, 좋은 선수, 이런 야구적인 면에 상당부분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제는 좋은 선수를 넘어 좋은 사람을 보다 강조하는 흐름인 듯 합니다.

이태일 : 제가 박찬호 선수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 사람들이 왜 메이저리그라고 부르는지 아십니까? 베이스볼리그가 아니고 메이저리그라고 부르잖아요? 야구의 메이저리거이기도 하지만 인생의 메이저리거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사회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이것이 메이저리그가 스스로를 규정하는 가치와 개념이더라고요. ’나는 야구를 잘하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경기를 한다’ 이게 아니라는거죠. 야구를 잘함으로써 얻게 된 명성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많이 미쳐야 하고, 공동체 활동도 책임감을 가지고 많이 해야 된다는 것이죠. 이런 관점이 우리에게도 보편화된다면 프로야구를 보는 시선들과, 리그 안에 있는 분들의 책임감도 충분히 MLB스럽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겁니다” (코리 클루버)

손윤 : 유소년 선수들을 만났을 때 장래 꿈이 뭔지 물어보면, 류현진 선수와 같은 프로야구선수가 되고 싶다고 대부분 답합니다. 그래서 류현진 선수의 어떤 부분을 닮고 싶은거냐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야구도 잘하고 돈도 잘 벌잖아요.“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구요. 어떤 기능적인 탁월함이나 금전적인 부분이 성공의 잣대로 인식되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프로야구 선수나 야구가 주는 가치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나 협동심, 고된 연습을 이겨내는 인내력, 정정당당함과 같은 측면이 강조되어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별로 나오지 않는 게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박종훈 :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하는데요. 유소년 야구팀이나 모교 등에 가서 어린 선수들을 만나 물어보면 저 역시 비슷한 답을 듣습니다. 그냥 막연히 프로가 목표라고 하고, 잘하고 싶고, 김광현, 최정, 류현진, 김현수, 양의지 이런 선수처럼 되는 것이 목표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저 또한 마찬가지였구요. 저도 역시 프로에 10여년 있으면서 생각이 바뀐 것이, 나중에 더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은 거에요. 부모가 되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 나중에 아이가 저에 대해 찾아볼 거 아니에요. ‘야구 잘하는 박종훈’ 이것보다는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사람이 되고 싶더라구요. 박종훈은 잘하는 야구선수였다는 이야기보다 좋은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습니다. 점점 더 그런 모습을 바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손윤 : 요즘 사회적으로 가장 민감한 주제 중에 하나가 학교폭력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 야구계도 폭력문제가 과거부터 계속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기도 하구요. 이 문제에 대해서도 선수협(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나 프로야구 차원에서 목소리도 내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태일 :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이를 극복하려는 여러 노력들이 야구계 안에서 준비되고 시도되고 있다고 저는 느끼는데요. 야구 뿐만이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서도 단체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위계에 따른 폭력적인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시도들이 분명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신경을 쓰고 노력을 해야 하는 것도 분명합니다. 이젠 정말 ‘한 대 정도 때릴 수 있는거 아니냐’고 말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맞는 사람, 폭력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큰 상처이고 인격적인 모욕이 된다는 것을 최근의 여러 사건들을 계기로 다시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박종훈 : 저 또한 그런 야구를 해왔었고, 부당한 일도 당했었기 때문에 정말 우리 아이들은 그런 것들을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그런 마음이 정말 큽니다. 상처와 트라우마가 야구를 떠나 사회에 나가서도 이어진다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손윤 : 메이저리그에서는 인종차별을 반대해서 유니폼을 통일한다던지, 왼손잡이를 위한 왼손잡이데이를 정해서 이벤트를 한다든지, 이렇게 사회와 연결되기 위한 여러가지 기획들을 하는데요. KBO 리그도 어버이날이나 여성의 날 등등에 더 다채로운 이벤트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인류보편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요.

이태일 :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제가 NC 구단에서 일할 때의 경험을 말씀드리면, 당시에 충무공데이라는 이벤트를 했습니다. 그런 행사를 준비하면서 느낀건데, 우리 사회에서 분란없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어떤 사람이나 주제를 찾기가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면 행사를 진행하기 참 어렵거든요. 하지만 충무공 이순신 장군에 대해서는 아무 이견이 없었습니다. (웃음) 이순신 장군을 테마로 이벤트를 한다고 하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어요? 어떤 사회적인 이슈가 생겼을 때 순발력있게 팀과 리그가 목소리를 표현하는 거는 프로야구가 지니는 귀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야구 7호에 소개된 글입니다. 격월간 우리야구 구입은 ☞ 우리야구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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