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저 괜찮은데요?” (조성환)

훈련과 경기의 영상을 촬영해 다양한 관점으로 활용하는 한화 이글스 조성환 코치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뷰 진행 : 최승표
인터뷰 정리 : 황인순

최승표(이하 최) : 펑고 받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바로 확인하면서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Eagles TV 유튜브 캡쳐)

조성환(이하 조) : 한화에 오면서 제가 갖고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선수들과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상을 함께 보면서 대화하는 것도 그 중 하나였구요. 자신이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사실 선수들이 수비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찍어서 보여주었더니 “코치님, 생각보다 제가 괜찮은데요?” 이런 반응들이 많았어요.

최 ; 무언가 문제점을 발견하고 인식시키기 위한 목적을 우선시하실 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네요 (웃음)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자신감을 키워주고 싶은 생각도 강하셨던 거군요.

조 : 자신들 안에 좋은 모습들이 많이 있는데 스스로는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영상을 찍어서 함께 보기 시작했습니다. 선수들이 그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옳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자. 그러니까 우리 조금만 더 공격적으로 해보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소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겠니?” 하면서 마인드를 바꿔보자는 주문을 많이 했습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에다 선수에게 투수코치가 건낸 조언

최 : 영상을 보면서도 코치님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하면서 설명해 주기보다는 질문을 많이 하셨겠네요.

조 : 그렇죠. 그러면서 선수들이 제가 알려준 방법과 수비 전문가인 수베로 감독님이 알려주신 방법들을 조금씩 적용해 보더라구요. 저는 그런 여러가지 방법들을 직접 해보면서 선수들이 직접 차이를 느껴보기를 바랬습니다.

최 : 특정한 방식을 주문하기 보다는 조금씩 차이가 나는 동작들을 다 해보고, 영상으로 확인해 보게 하신거군요.

조 : 네. 보통 어떤 동작을 하는데 3~4가지의 방식이 있는데, 이 방식들이 어떻게 다른지 순차적으로 확인해보고 가장 마음에 들고, 가장 편하고, 가장 공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택하자고 말해주었습니다. 연습 경기나 시범 경기 때 선수들의 스타트하는 모습도 다 찍어놨습니다. 시즌이 시작하는 시점이라 보여주면 선수들이 헷갈릴까봐 일단 갖고만 있습니다.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점에 보여주려고 준비만 해놓고 있습니다.

최 : 영상이 넘쳐나는 시대지만 사실 자신의 동작이나 기술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많지 않은데요. 선수들도 영상을 보면서 연습하는 방식이 무척 어색했을 것 같습니다.

조 : 자신의 수비동작을 처음 본 선수들도 많았습니다. 타격폼은 어떤지 알면서 수비폼은 어떤지 모른다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잖아요?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어떤 모습일 때 더 정확하고 기민한 움직임이 생기는지 잘 알고 있어야죠. 그래야 시합 때 한 박자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테니까요. 영상을 선수들에게 보여줬을 때 몇 가지 다른 반응이 있었습니다 “아, 제가 이렇게 하고 있는지 몰랐어요.” 하면서 자신의 동작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 선수도 있었고, “제가 생각한 것보다 나쁘지 않네요.” 하면서 오히려 자신감을 가지게 된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지금까지는 선수들에게 만족도가 높습니다. 물론 그걸로 인해서 실력이 하루아침에 확 좋아지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선수가 자신의 동작에 대해서 인식하는 것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 : 실제 그런 자각을 통해 변화가 일어난 사례가 있었나요?

조 : A선수는 중계 플레이에 자신감이 부족했고 스스로도 그 부분을 보완하고 싶다고 말을 했습니다. 중계 플레이에서 다소 불필요한 동작이 보여서 실제로 찍어서 보여주었습니다. 영상을 보고는 자신이 그런 동작을 하는지 몰랐다고 하더라구요. 어릴 때부터 쌓인 무의식적인 습관인 거죠. 그렇다고 억지로 그 동작을 빼려고 하지는 말고 시합할 때는 평소 하던 대로 하고, 연습할 때 조금만 신경쓰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질 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더블플레이 동작을 할 때도 나름대로는 빨리 한다고 생각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카메라로 찍어서 보여주니까 “슬로우모션으로 돌리신 건가요?” 하면서 웃으면서 묻더라구요. 이게 실제 모습이라고 했죠. 자신들이 너무 조심스럽게 하는 것 같다고 하면서 더 빨리 해야겠다고 마음을 잡더라구요. 영상이 더블플레이 동작을 이전보다 더 빠르게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이끌어낸 셈이죠.

B선수는 종종 공을 뒤에서 잡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시선을 앞에 두고, 글러브 위치도 앞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가 보였어요. 마찬가지로 영상을 찍어 보여주면서 개선했으면 하는 부분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연습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최 : 미국에서도 수비 쪽에서 영상을 활용하는 것은 타격이나 피칭만큼은 활발하지 않은 걸로 아는데요. 수비코치로 많은 커리어를 보낸 수베로 감독님은 이렇게 영상을 활용하는 연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조 : 감독님은 좋다고 하십니다. 필드에서 자신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거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하셨습니다. 감독님은 선수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훈련 방법을 공유하고, 저는 살짝 떨어져서 영상도 찍으면서 펑고를 쳐주고, 또 감독님이 알려준 방법을 선수들이 어떻게 응용하는지 지켜봅니다. 감독님과의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수베로 감독님이 무척 디테일하셔서 이를테면 연습경기를 마치면 “6회 1아웃 주자 2루 0-2카운트에서 수비가 이렇게 움직여야 했는데 저렇게 움직였습니다.” 이런 거를 일일이 리뷰하는 시간도 가지고 있어요. 멀리서 경기장 전체를 찍는 영상도 있는데 그걸 같이 보면서 이야기나누는 것이죠.

“드론을 띄워 연습장면을 찍어보세요” (제이크 맥킨리, 밀워키 브루어스 피칭 코디네이터)

최 : 선수 각자의 개별적인 동작이 아니라 수비 조직이 전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영상을 통해 확인하는 거군요.

조 : 그렇죠.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갔어야 하는 거 아니냐.” 하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선수의 생각도 물어보시고, 미스가 있었다고 판단되면 선수들에게 그 상황을 모두 기억하는지 꼼꼼하게 확인하십니다.

최 : 보통 카메라 세팅은 어떻게 하시나요?

조 : 줌을 당겨서 다리만 찍기도 하고 그때그때 목적에 따라 다릅니다. 선수들이랑 영상을 보며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스텝입니다. 땅볼 타구를 처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다리의 움직임이니까요. C선수는 아예 처음부터 스타트 자체가 옆으로 삐뚤어져 있었어요. 다른 선수랑 확연하게 비교될 만큼 자세가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그래서 몇 개 안잡아보고 바로 불렀죠. 카메라에 담은 영상을 보여주었더니 “저는 왜 옆으로 다닐까요?” 본인이 그러더라구요(웃음). 코치님이 뭘 이야기하시는지 알겠다고 하더니 바로 동작을 바꾸었습니다. 정말 바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정말 신나더라구요.

또 하나 덧붙이자면 수비 시프트를 할 때 옆에 비어있는 공간이 있는지 없는지를 뒤에서 찍어 선수들에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공간이 넓어 보이니까 조금 더 좁혀 보자.” 이런 식으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상 촬영이 코치에게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나중에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다시 보면 ‘아, 이 선수는 이렇게 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거든요. 이런게 없다면 또 훈련을 무한반복하며 찾아야 하겠죠.

선수 본인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모르는데 무조건 잘하라고 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뭐가 잘못됐는지 보여주지도 않고 잘못됐다고만 하면 선수 입장에서는 무척 답답할 테구요. 자세가 높은지 낮은지, 스타트가 잘 되고 있는지 아닌지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면 선수가 스스로를 변화시키는데 큰 동기부여가 될 겁니다. 다른 지도자분들도 선수들과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사례들을 많이 나누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야구 7호에 소개된 글입니다. 격월간 우리야구 구입은 ☞ 우리야구 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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