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어요
선수의 부상 소식이 들리면 저마다 이유를 찾으려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곤 한다. 가끔은 원인을 알고 싶은 건지 범인을 찾고 싶은 건지 헷갈리는 주장들도 많다. 부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은 마땅히 필요하고 이후의 부상 예방을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나는 오승환씨가 부상에 관해 말한 이 짧은 문장이 우리가 부상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운동 선수의 성공과 실패를 말하는 모든 담론에서도.

얼마 전 염경엽 감독도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에 관해 언급하며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죽도록 해도 안 될 때가 있다고. 그러니 선수들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하지 말아 달라고. 나는 KBO 리그의 감독 입에서 나온 그런 말이 무척 반가웠다. (관련 기사 링크)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이 있다고? 혼을 담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며? 어떤 결과에는 그에 상응하는 원인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세계관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관점이다. 노력한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라며? 이렇게 자칫 한참 꿈과 목표를 향해 달려야 할 젊은 선수들을 허무주의로 빠뜨리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관점이 보다 널리 퍼졌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특히 코치들 사이에. 경기의 결과 내지는 선수의 성공, 실패를 노력과 연결해 말하는 코치가 너무나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부상도 실력’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을 하는 사람을 다시 보게 된다. 인생이 얼마나 만만하면 저런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할까.
예전에 미국 초등학교 과학 교과서를 본 적이 있는데. 아마 초3 수준의 교과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거기에는 원인과 결과(cause and effect)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하나의 원인이 여러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하나의 결과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 One cause can have more than one effect. One effect can have more than one cause.”
나는 노력을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는 코치가 노력하는 선수를 진심으로 응원할 수 있다고 믿는다. 늘 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선수를 바라보지 않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