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를 망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를 투수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폴 나이먼)

폴 나이먼이라는 이름은 소수에게만 알려져 있는 신비로운 존재다. 그는 코네티컷주 출신으로, 20년이 넘도록 전통적인 피칭 이론을 파괴하고 있는 공학자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권위있는 많은 투수 코치들에게 폴 나이먼과 그가 1995년에 세운 회사인 ‘세트프로(SETPRO)’를 언급하면 다양한 반응을 살펴볼 수 있다.

몇몇은 그가 자신들의 코칭 철학에 영향을 주었다고 인정할 것이다. 그 외의 사람들은 그의 이론과 자신들의 연관성을 인정하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므로 그를 모르는 척할 것이다. 1990년대 후반, 폴 나이먼은 야구계에 ‘견갑골 장전’, ‘골반 장전’, ‘피칭의 의도’, ‘후면사슬 활용’과 같은 용어들을 소개했다.

그의 밑에서 공부하고 피칭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된 코치들의 목록을 보면 참으로 경이롭다.

그 목록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투수코치 브랫 스트롬, 신시내티 레즈의 투수코치 데릭 존슨, 미네소타 트윈스의 투수코치 웨스 존슨, 웹사이트 ‘Baseball Think Tank’의 창립자이자 피칭 훈련도구 ‘코어 벨로시티 벨트(Core Velocity Belt)’를 발명한 랜츠 휠러, 미주리 대학교의 투수코치 프레드 코랄, 피칭 아카데미 Texas Baseball Ranch의 코치 론 월포쓰, 마지막으로 콜로라도 로키스의 코치 제리 와인스타인이 있다.

나는 2000년대 초반에 고등학교 야구캠프에 등장한 폴 나이먼을 찾아 케이프 코드로 향한 적이 있다.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투수와 타자가 몸을 쓰는 방식에 대해서 최고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폴 나이먼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그와 다시 연락할 기회를 잡게 되어 다양한 주제에 관한 질문을 했다. 그의 간단명료한 말투는 여전했다.

필자 : 드라이브라인의 창립자 카일 바디는 자신의 프로그램 발전에 있어 당신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드라이브라인의 코칭 모델과 데이터 수집 프로토콜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나이먼 : 드라이브라인에는 코칭 모델이라고 불릴 만한 것이 없다. 그들은 자신의 훈련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것이 그들의 과학적 근거가 된다. 그들이 강조하는 점은 신체적 능력을 향상시켜 공을 강하게 던지려는 의도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드라이브라인은 선수들의 구속 향상 사례를 보여주면서 그들의 훈련 시스템을 홍보하는데 열을 올린다.

데이터 수집을 과학적 근거로 사용하는 것은 한마디로 ‘제 눈에 안경’이라 할 수 있다. 데이터는 그저 해석과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질 뿐이다. 미국 스포츠 의학 연구소 American Sports Medicine Institute(ASMI)가 30년간 수집한 데이터는 뛰어난 투수를 더욱 성장시키거나 투수를 보호할 수 있는 의미있는 프로그램을 전혀 만들어내지 못했다. 드라이브라인은 기본적으로 투수들을 위해 만들어진 산업 기반의 피트니스 센터다. 그들은 예전에 데이터 중심의 구속 향상 프로그램을 6주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 6주가 지나고 구속이 향상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필자 : 당신이 주장하는 ‘뉴-스쿨’ 피칭 이론들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나이먼 : 야구는 1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100마일의 공을 던지는 것, 스트라이크존 안에 정확히 그리고 꾸준히 제구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사의한 일이다. 공을 던질 때 몸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관한 연구는 비교적 새로운 일이다. 바이오메카닉 피칭에 대한 연구는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즈음에 시작되었다. 대학 연구원인 퍼트넘, 파파스, 펠너, 그리고 데펜나와 같은 사람들이 최초로 공을 던지는 것 대한 인체 역학적 수수께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뉴-스쿨’ 피칭 이론을 실질적으로 처음 다루기 시작한 사람은 단연 톰 하우스라고 할 수 있다. 30년전 톰 하우스는 ‘바이오 키네틱스(Bio-kinetics)’ 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3D 모션 캡쳐를 사용하여 선수들에게 인체 역학적 투구폼 분석본을 판매했다. 톰 하우스가 바이오 키네틱스를 설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ASMI는 투수들의 인체 역학적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연구자료들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두 가지 요소들을 통해 최신 피칭 이론에 대한 연구는 가속화되었다.

첫째는 인터넷을 통해 피칭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졌다. 피칭을 공부하기 위한 상호작용이 활발해진 것이다. 인터넷은 또한 새로운 무리의 피칭 전문가들과 코칭 신념체계를 만들었다.

둘째는 컴퓨터를 통해 뛰어난 투수들을 3D로, 그리고 영상 프레임별로 분석 가능하게 해준 기술력이다. 이 두 가지 요소들이 나타나기 이전에는, 피칭에 대한 전문 지식은 선수 출신들이나 프로 코치들의 말 한마디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컴퓨터를 통한 기술력의 발달은 전통에 입각하여 오랫동안 보존되어 왔던 코칭 신념에 물음표를 달게 만들었다.

또한 정보와 인터넷에 대한 대량의 접근은 선수 또는 코치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야기될 수 있는 문제를 낳게 되었는데, 우리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연구 자료들은 훈련에 대해 유사과학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 : 야구계가 투수들의 성장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가?

나이먼 : 나의 시각으로 볼 땐,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같이 투수들의 성장을 향상시킬수록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곳이 정작 선수들의 성장에 가장 적은 관심을 보이거나 능력이 없는 모습을 보인다.

2003년에 마이클 루이스는 ‘머니볼(Moneyball)’을 썼다. 오늘날 ‘머니볼식 분석’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결정들을 내리는지에 대하여 설명한다. 2006년에 나는 ‘비욘드 머니볼: 선수 발전, 불공정한 유리함을 만들어 내는 과학, 21세기 MLB 운영진 지망생을 위한 선수 선택 및 발전 가이드북(Beyond Moneyball: Player Development, The Science of Creating the Unfair Advantage, A 21st Century Player Selection & Development Guide for the Aspiring MLB Executive)’ 이라는 책을 썼다.

비욘드 머니볼의 기본 전제는 단순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타격과 투구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근본적인 선수들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최고의 선수들이 어떻게 휘두르고 던지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높은 페이롤에도 불구하고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선수들의 특성(재능 포함)을 이해하며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구단을 꾸준히 살펴보지 못하는 것은 실패한 사무국의 밑거름이 된다. 선수들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스윙하고 피칭하는지 이해하려면 그것들에 대한 상세한 지식뿐만 아니라 이 지식을 사용하여 선수들이 효과적으로 성장 가능한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필자 : 10~15세의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들에게 피칭에 대하여 어떤 조언을 할 수 있는가?

나이먼 : 투수를 망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를 투수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내가 25년 전에 한 말인데 어린 ‘투수’들이 가장 많이 받는 주문과 관계가 있다.

‘스트라이크를 던져라. 경기를 이겨라.’

투수가 되고 싶어하는 선수들 중 95퍼센트는 그들의 타고난 피칭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들여야 하는지 잘 모른다. 이러한 사실과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합쳐져서 ‘그냥 스트라이크나 던져라’ 라는 결론이 내려지게 된다.

한 선수의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내기 위해선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하며 선수와 코치 양쪽 다 배우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부분에게 이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로 인해 단순히 그냥 ‘스트라이크나 던져라’라는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운동 학습이라는 분야는 몸이 움직임과 기술을 어떻게 습득하고 만들어내는지에 대해 연구한다. 그 안에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이 있다.

‘의도’가 몸이 무엇을 할지 결정한다.

스트라이크를 던지겠다는 의도를 가지면 몸은 스트라이크를 던지도록 스스로 움직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을 강하게 던지겠다는 의도를 가지면 몸은 공을 강하게 던지도록 스스로 움직일 것이다. 스트라이존에 공을 강하게 던지겠다는 의도를 가지면 역시 몸은 그에 맞게 스스로 움직일 것이다.


필자 : 투구폼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 4가지를 말하자면?

나이먼 : 투구폼이란 ‘키네틱 체인(Kinetic Chain)’ 또는 ‘키네틱 시퀀스(Kinetic Sequence)’ 로도 불리는 연속적인 움직임들이 합쳐져 이루어지는 하나의 움직임이다.

(1) 공을 던지기 위해 팔을 사용하는 법을 아는 것

100마일의 공을 던지는 것은 모멘텀 전이momentum transfer의 결과다. 구속은 단순한 완력이 아니라 키네틱 시퀀스 혹은 키네틱 체인에 의해 상승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몸통에서 생성된 모멘텀이 가장 중요한 연결 부위인 어깨에서 손가락 끝을 통해 공으로 어떻게 전달되는지 모른다.

(2) 투구폼의 타이밍

와인드업은 투구폼의 시작과 릴리스 간의 단절을 만든다. 이 투구폼이라는 키네틱 체인에 조금이라도 비효율적인 움직임이 들어간다면 모멘텀을 즉시 잃게 될 것이다. 투구폼은 빠르고 폭발적인 움직임이어야 한다.

(3) 신체적 유연성과 시퀀싱

신체의 컨디셔닝에는 유연성과 스트렝쓰 모두 포함된다. 스트렝쓰는 주로 몸의 큰 부위들을 빠르게 움직이는데 이용되며, 또한 100마일을 던졌을 시에 생기는 충격을 몸이 버티도록 해준다. 몸이 일련의 연결부위로 잘 움직일수록 모멘텀은 더 효율적으로 생성되고 전이될 것이다.

(4) 의도가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다.

의도는 공을 던지기 위해 몸을 어떻게 이용할지 결정한다. 몸이 어떻게 움직이기를 원하는지 마음속으로 올바르게 그리지 못한다면 몸은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


필자 : 투수코치들이 흔히 하는 실수나 오해는 무엇인가?

나이먼 : 투수코치와 인스트럭터의 구분은 반드시 필요하다.

코치는 타자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다. 인스트럭터는 몸을 어떻게 이용하여 공을 던지는지 알려주는 사람이다.

‘피칭 지도’의 과정은 몽땅 거꾸로 한다. 대부분의 피칭 지도는 와인드업부터 가르치거나 강조하며 시작된다. 선수는 와인드업과 공의 릴리스를 어떻게 연결할까? 나는 이것이 ‘역향 연쇄(Backward Chaining)’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우선 던지는 쪽 팔과 같이 공을 던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위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느린 속도의 모멘텀을 생성하고 팔로 전달하면서 공을 던지기 위한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최신 방식’이라 불리는 것들은 메디신 볼, 플라이오볼, 웨이티드볼 던지기와 같은 ‘투수 특화’ 활동들이다. 대부분 이 방식들은 그저 평범한 투구폼으로도 더 잘 던질 수 있도록 할 뿐이다.

글 : 토니 아바타인 (St. Thomas Aquinas College 스포츠심리학 교수, Frozen Ropes 디렉터)
번역 : 양재석

(원문기사 읽기)

The Man Who Started The Pitching Revolution: A Discussion With Paul Nyman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