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관리 & 트레이닝코칭 아이디어와 정보격월간 우리야구

오늘도 내게 주어진 책무 (차정환 대구 경상중학교 감독)

야구를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먼저 운동장으로 나가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며 몸으로 즐기는 방법과 다음으로 야구장에서 혹은 집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경기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방법이 있다.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야구와 관계된 다양한 이해관계자, 즉 굵은 땀방울과 열정으로 야구를 즐기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지원하는 부모님, 그리고 아이들을 지도하는 나의 모습이다. 일천한 경험이지만 함께 나누고자 한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야구훈련 시행착오

나는 대학을 졸업하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18년이라는 지도자 경력을 나눠 본다면 코치로 고등학교 이상 경력이 13년, 감독으로 중학교 경력이 5년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짧지 않은 지도자 경력을 돌아보니 자부심과 반성이 교차한다. 감독으로서 최근 3년은 성적에 대한 조바심으로 기술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러나 시간과 노력에 비해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오지 않았다. 특히 2학년 2학기에 접어들자 부상을 입은 선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감독으로 부 임하고 2년 동안 부상자 명단을 정리해두고 부상 시기를 점검해보았다.

대체로 2학년 선수들이 3학년 시즌을 준비하면서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체력이나 컨디션이 부족한 상태였다. 따라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하면서 부상을 입게 되고 다시 재활을 하고 훈련에 복귀하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모든 선수들의 케이스는 아니지만 발생 빈도가 높아 선수들의 테크니컬한 부분이나 경기력이 기대만큼 효율적으로 향상되지 않았다.

작년부터는 방법을 조금 바꾸었다. 앞서 말한 부상 선수들의 패턴을 파악하고 2019년 3월부터 공식적으로 선수들에게 트레이닝을 적극 권장하며 직접 관리했다. 개인적 특성에 따라 주 2~3회 트레이닝을 실시하고 개인 트레이닝 부분의 자료를 공유했다. 뿐만 아니라 학교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트레이닝 기법을 SNS를 통해 영상으로 공유받았다. 이를 토대로 훈련때 부족한 부분을 한번 더 설명해주었고, 야구에서 직접적으로 필요한 트레이닝을 접목시켜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해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고자 나름 노력했다. 그렇게 10개월 정도 시간이 흘렀다. 이후 조금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부하는데 그 효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선수들의 큰 부상이 거의 없어졌다. 또 작은 부상이 생기더라도 빠르게 정상 훈련에 복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기초 체력이 좋아져 훈련 때 선수들의 집중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힘과 기초 체력이라는 토대가 마련되자 기술적인 부분에서 선수들의 역량이 기대 이상으로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0년 역시 우리 학교 선수들은 기초 체력 훈련과 트레이닝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학년별로 기술 훈련과 트레이닝 시간 및 방법에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선수들을 케어하는 부모님들 가운데 일부에서는 야구를 접하는 초장기에는 기술적인 훈련이 중요하고, 이를 체득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기초 체력 훈련과 트레이닝의 중요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와 대학생이 되면 학교 훈련, 때론 과외 레슨 등으로 부족한 기술적 성장이 가능하고 트레이닝에만 집중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따라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야구선수들에게는 기초 체력 훈련과 전문성있는 트레이닝이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현재 근무하는 학교 야구부장 선생님과 트레이닝에 대한 심도 있는 토의와 조언의 자리를 자주 마련했다. 그런 자리를 통해 선수와 지도자가 모두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달라진 부모와 자식의 관계

시공을 초월하여 부모님들의 자식을 위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우리 자식이 훌륭하게 성장해서 좋은 선수로 거듭나고 뛰어난 야구 선수로 활약하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내가 야구하던 과거의 부모님은 각자 맡은 바 생업에 충실하면서 운동 선수인 자식을 케어하고, 학교에서 열심히 운동하라는 조언과 먼발치에서 박수를 보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요즘 선수들은 부모님들과 함께 야구를 한다. 먼저 등하교 시스템부터 다르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부모님의 차로 등하교를 한다. 그리고 훈련 및 연습경기, 정식경기 등 부모님들의 참석률이 매우 높다. 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친 늦은 시간이나 훈련을 쉬는 주말에도 개인 레슨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또 어떤 선수들은 근육의 피로를 풀기 위해 스포츠 마사지를 받는 경우도 있다.

요즘 부모님들은 과거의 부모님들보다 선수를 케어하면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물론 앞에서 언급한 과거의 부모님들과 현재의 부모님들 가운데 어떤 경우가 맞고 틀렸는지를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시대가 변했고 삶의 방식이 달라졌다. 당연히 사람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운동을 하는 선수들을 위한 다양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면 이러한 변화에 발맞취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선수들과 상담을 해보면 부모님의 노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부모님께서 늦은 시간까지 생업을 위해 일하시는 모습.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을 가리지 않고 학교에 오셔서 선수들을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 부모님보다 젊은 지도자들에게 깍듯하게 대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선수들도 부모님을 위해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속내를 털어놓는 경우가 많았다.

요즈음 선수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심리적인 부분에서 고민을 토로할 때, 지극히 자기 자신만을 생각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해본 적이 있었니?” 하고 부모님의 노고에 대해 이야기하면 선수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여기며 투정을 부리는 경우를 보곤 한다. 아무리 학생선수이지만 부모님들의 헌신과 노력을 당연히 여기고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부모님께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거나, 힘들더라도 인내하고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운동선수가 지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

지도자로서의 보람과 책임

지도자로서 짧지 않은 세월을 보내면서 많은 선수들을 만나고 경험했다. 선수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 가운데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보람 있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더 많았다. 그랬기에 지금 이렇게 주제넘게 글을 쓸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나고 보니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고 모두의 축하를 받는 시간도 보람이 있지만 그보다 더 값진 보람은 바로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다.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뛰어들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과 신체적 한계 등의 이유로 좌절하고 포기하려는 선수들이 많다. 그래도 주변의 도움과 노력으로 극복하고 성장해 야구 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한 명의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뿌듯하게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이 직업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요즘은 대회에 참가하면 나와 같이 지도자 자리에 선 제자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역시 그간의 고충이 눈 녹듯 사라지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이자 보람이다. 그리고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하고 지금의 내가 그래도 여기 이 자리에서 견딜 수 있는 것 역시 현재 모 대학교 야구부 감독님을 맡고 계시는 은사의 따뜻한 보살핌 덕분이다. 그 분의 지도가 없었다면 나 역시 자기 몫을 감당할 인간으로 성장하지 못했으리라. 이제 야구인으로 나에게 주어진 책무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선수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차정환

대구중·대구고-영남대에서 선수생활을 했고, 영남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3년 간의 코치 생활을 마치고 2016년 경상중 감독으로 부임했다. 자신의 제자들이 훈련과 연습에서 인정 받는 선수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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