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제의 인지발달단계와 유소년 야구코칭 (데븐 모건, 드라이브라인)
2022년 1월에 ABCA 컨벤션에 가서 데븐 모건 드라이브라인 디렉터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사실 강연이야 나중에 영상으로 봐도 되니까 객석에서 나름 아이컨택하며 눈도장 좀 찍고(^^) 끝날 때 다가가서 명함도 건내고 인사를 나누는게 목적이었죠. 이번에 진행하는 온라인 강연을 부탁하기 위해서요. 그런데 이분이 피아제의 인지발달이론을 꺼내며 강의를 시작하길래 저도 모르게 강의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영어라는 한계 때문에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야구코칭에 인지발달이론을 접목해 설명하는 점이 끌렸고 돌아와서 해당 부분만 다시 돌려보았습니다.
아래는 인지발달이론을 소개하는 부분에 자막을 붙인 2분 짜리 영상입니다. 유소년 지도자 분들과 부모님들이 꼭 이해했으면 하는 내용입니다. 저마다의 인지발달수준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강연 내용처럼 12세 전후까지의 아이들은 자신에게 벌어진 일의 의미를 복합적으로 이해하는데 서툽니다.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서 사고하는 능력도 떨어지구요.
경기에서 지고 눈물 흘리던 놈들이 저녁 먹으러 가서는 마치 지난 경기는 세상에 없던 일인 것처럼 장난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웃고 떠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죠. “저것들은 분하지도 않나? 저래가지고 야구선수 되겠어?” 하며 혀를 차시지만 그건 미래에 비추어 현재의 의미를 해석하는 어른들의 사고패턴일 뿐입니다.
“야구선수가 꿈이라는 놈이 왜 연습을 그따위로 밖에 안해?” 이런 말도 아이들에게 제대로 와닿을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사실 너무나 당연하고 필요한 이야기지만) 인지발달단계에 비추어 보면 아이들에게는 별로 와닿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야구선수가 되고 싶다는 아이들의 소중한 꿈’이라는 레토릭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연예인이 되고 싶어요’ 아이들이 의례 하는 말들과 별반 다를바 없는 농도가 흐릿한 소망 정도라 여깁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자신들이 세팅해 놓은 꿈과 목표의 수준에서 부담스러운 요구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 영상에서 제가 주목하는 또 다른 의미는 그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성공경험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야구는 실패의 게임이라고 하고, 많이 깨져야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우리 유소년 스포츠는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좌절과 실패를 경험하게 하며 상처를 주고 있다고 저는 진단하는 편입니다. 개별 선수들의 수준에 맞춰 연습의 난이도를 세심하게 조절하고, 경기를 주의깊게 운용하면 최대한 많은 아이들이 성공의 경험을 맛보며 성장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