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의자가 문제인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익숙한 행동일수록 습관은 더 많다. 의자는 매우 익숙한 사물이고, 생존에 위협을 줘서 신경 쓰이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그냥 막 앉아도 되는 것으로 인식한다. 의자에 어떻게 앉을지 생각할 필요 없이 몸이 자동 반응할 정도다. 그러나 우리가 의자를 의식 없이 익숙한 대로 막 대하기에는 우리에게 너무 많은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때론 파괴적이기까지 하다.
책상 위에 책과 노트를 펼치고 장시간 공부하는 학생의 자세를 떠올려 보자. 의자 위에 엉덩이를 올려놓고 한 손에는 필기구가 들여 있고, 다른 한 손은 책상에 팔꿈치를 얹어 앞으로 기울어진 상체를 받친 채 공부한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책상 위에 얹었던 손은 턱을 괴고 머리를 기울여 피로감을 줄이려 한다.
추가로 한쪽 엉덩이로 비스듬히 앉거나 다리를 꼰다. 이런 습관은 결국 골반과 척추, 턱과 안면, 그리고 목뼈까지 비트는 현상을 초래한다. 두통이 잦고, 이유 없이 짜증이 나며, 어지럼증도 흔하게 일어난다.
의자에 앉으면 발목, 무릎, 골반, 척추가 직각의 역학 관계를 이룬다. 점차 좌골로 중심 잡는 것이 힘들어 지면서 불안정성을 모면하려 다리를 꼰다. 다리 꼬는 행위가 반복되면 그대로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버릇이 된다. 다리를 꼬지 않으면 불편하다고까지 느끼게 되어 나쁜 줄 알면서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좌/우측 좌골에 체중이 각기 다르게 분산되고 체중이 편중된 좌골은 운동과 감각의 인식에 큰 오류를 발생시킨다. 감각 인식 오류faulty sensory appreciation로 인해 뇌에서는 그것이 올바르게 인식된 것으로 착각하고 같은 조건이 주어지면 유사한 반응을 명령하게 된다. 즉 의자에 계속 앉는 조건이 주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쪽 다리가 올라가고 이것이 더 편하다고 인식하게 된다.
이런 오류와 습관이 수정되기 전가지 고관절은 계속 비틀어진다. 상체 무게를 받치는 천장 관절(천골과 장골을 잇는 관절)과 인대에 부하가 걸려 늘어난다. 그러면 좌/우측 골반대 근육들이 서로 다르게 이완이나 수축되면서 무게 중심점이 달라지고 천골마저 비틀린다. 이 현상으로 골반 위 구조물들이 중력에 대응하는 운동 감각의 편차가 생기면서 좌우측 근육, 장기, 신경 들에 불균형이 일어나서 전체적으로 부조화 현상이 일어난다.
사실 이러한 세밀한 내용들까지는 몰라도 괜찮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의 불편함과 행동 습관을 자각하지 못하면 의자에서 일어나는 엄결한 물리 법칙의 결과가 고통을 일으킨다는 점은 알아야 할 것이다.
몸은 이 모든 과정을 저장한다. 이 상태의 장력에 맞춰 생체 탄성 조직들을 재구성하고 구조적 긴장 패턴을 기록한다. 그 결과 같은 자세를 자주 취하고 싶고, 같은 자세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생긴다.
우리 몸이 의자에 의존함으로써 우리가 디자인한 의자에 의해 우리 몸이 다시 디자인된 셈이다.
이처럼 수없이 반복되어 생겨나는 나쁜 습관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아무리 매스컴에서 강조해도 아무 소용없다. 감각 인식 오류가 수정되고 습관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값비싼 의자를 사용한들 소용없다. 바른 자세를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강조해도 아이들에게는 지겨운 잔소리일 뿐이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의자에서의 습관은 거의 본능적으로 나오는 회피 반응과 내밀한 보디랭귀지로 짜여 있기 때문에 쉽게 변화시키기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인간은 심신 통합적 유기체이기 때문에 기계에 적용되는 단순 논리와 계측법으로는 나쁜 습관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글 : 최현묵 한국알렉산더테크닉협회장, 백경철 한국알렉산더테크닉협회 부산센터장
무지개다리너머 출판사에서 출판한 <의자에서 살아남기> 책의 내용 일부를 해당 출판사의 허락을 구하고 발췌/소개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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