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이 실제 경기력으로 이어지려면 (토니 아바타인)

이런 말을 하는 코치들이 많다.

“쟤는 훈련 때는 잘하는데 경기에서는 영 아니야.”

코치나 선수가 하는 훈련의 목적은 팀이나 스스로를 감정적, 시각적, 육체적으로 경기에 대비시키는 것이다. 누구나 “연습은 실전처럼”이라는 경구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어떤 선수들은 실전에서 긴장이 높아지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선수들이 실전에서 제 실력을 보이지 못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 중 중요한 문제는 선수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내면의 기술’을 성찰하고 개발하지 않는 것이다. 멘탈 코치들이 과부하를 받은 선수들에게 좋은 의도로 다양한 도구나 개념, 전략들을 가르치지만, 그것이 다시 과부하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잡념을 없애기 위해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많은 경우에 훈련은 질보다 양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는 훈련 중에 선수들이 행동과 행동 사이에 ‘아무것도 안 하기’를 연습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것들에 신경을 쓰면 훈련과 실전의 차이를 좁힐 수 있다.


하나에만 집중한 나머지 전체적인 시야를 놓치지 마라

하나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면 뇌에 추가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지고, 필드에서 일어나는 다른 플레이를 보기 어려워진다. 선수들은 주어진 대상을 중심으로 경기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 최고의 선수들은 경기 중에 공이나 컷오프맨, 글러브에 집중하면서도 주변의 시각적 단서들을 이용해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다. 시각적 요소 중 한 가지에만 과하게 집중하는 것이 많은 실수의 원인이 된다.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선수 시절 이 글을 쓴 토니 아바타인 Tony Abbatine 코치과 함께 비전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내용을 전하는 방송중계 영상. 아바타인 코치는 ‘열린 초점Open Focus’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비전 트레이닝을 시켰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전에는 주로 릴리스포인트에 초점을 맞추고 투구를 판단했다면 비전 트레이닝을 훈련한 후에는 ‘보지 않고 보는seeing without looking’ 접근법을 취했다고 한다. 유격수로부터 릴리스포인트까지 지긋이 스캔하면서 시선을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편집자주

외부 환경을 컨트롤하라

선수들이 고요하고 자신 있는 자기 내면의 목소리 대신 외부 잡음에 방해를 받아 결과를 걱정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최고의 선수들은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자신의 루틴과 준비에만 집중한다. 이렇게 내면이 외면을 지배하게 하면(‘inside-out living’) 기분이나 마음 상태를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선수들은 기분이 생각을 좌우하고, 다시 긴장과 불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일정한 플레이를 해내기 위한 첫 걸음은 스스로 자신이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외부 환경이 감정을 지배한다. 그에 반해 내면이 외면을 지배하는 선수들은 감정이 외부 사건을 조절하게 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경험이 마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약점을 회피하지 마라

충분히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습해라. 가령 주자가 있을 때 체인지업을 잘 던지지 못한다거나 번트 수비에 약하다고 하면, 그런 상황에 대비한 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써라. 연습 때 이미 잘하는 것만 반복하고 불편한 상황에 대한 연습은 기피하면 안된다.

만약 경의 스피드가 문제라면, 스피드가 필요한 상황을 세팅해서 연습하라. 이런 과정을 통해 어떤 경우에는 ‘천천히 해도 느릴 수 있고 빠르게 하면 너무 빨라진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smooth is slow and quick is too fast’, ‘slow is smooth, smooth is fast’라는 미국 네이비 실의 경구를 응용)

‘큰 경기’ 같은 건 없다

쏟아붓는 노력이나 기분, 감정에 있어서 트레이닝, 훈련, 시범경기, 정규시즌을 모두 똑같이 인식해야 한다. 경기를 리허설해 보지 않고, 경기 중 ‘이완하는 시간downtime’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 선수는 경기가 진행될수록 소진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야수는 이닝 사이사이에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을 컨트롤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경기가 고조되면 기분, 이미지, 주의력, 행동 등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는 것들이 중심을 잡아줄 것이다.

“WTF” 규칙 : 안개 속에서 허우적거릴 수도 있고, 나서서 고칠 수도 있다

최고의 선수들은 이미 이 점을 알고 있다. 연습과 실전의 간극을 좁히고 싶은 선수들은 이 점을 체화시켜야 한다. 경기(또는 삶)의 매 순간은 둘 사이의 선택이다. 최고의 선수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본능적으로 수정(‘work the fix’) 모드에 들어간다.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안개 속을 허우적거리며, 때로는 경기 끝까지 안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일이 아니라 놀이다

지금 하고 있는 경기는, 그냥 경기다. 최고의 선수들은 삶에 대해 분명한 시각을 갖고 있고, 매일, 심지어 경기 중에도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찰한다. 최근에 워싱턴 3루수 앤서니 랜돈은 타석에서 극심한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렇게 차분하게 있을 수 있는지 질문 받은 적이 있다.

“세상에는 훨씬 큰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구 반대편에서 나라를 위해 총알을 받아내는 사람들도 있죠.그에 비하면 야구는 산들바람과 같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은 일상 속에서 생겨나고 연습을 통해 발현된다. 경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일상의 감정이 되면, 머지 않아 경기의 압박은 느끼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면?

만약 이번 연습이 마지막이라면 연습이 얼마나 재밌고 신나겠는가. 매일 “WTF 규칙”을 떠올림으로써 현재에 집중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감정과 자세를 가질 수 있다.

글 : 토니 아바타인Tony Abbatine (퍼포먼스 컨설턴트, 메이저리그팀과 미국 국가대표 야구팀의 비전 심리 코치)

번역 :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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