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코칭

부모, 코치의 ‘믿어주는 마음’과 선수의 자신감

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선생님께서 미국 진출이 임박한 박병호 선수와 관련해 쓰신 글입니다. 부모나 코치의 ‘믿음’과 선수의 자신감에 대해 말씀하시네요, (출처 : 서천석 선생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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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넥센의 박병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의 한 구단에서 1280만 달러로 영입 제안을 받았다는 뉴스가 떴다. 와우!! 넥센의 팬은 아니지만 정말 대단하다. 박병호 선수는 원래 엘지 트윈스 선수였는데 트레이드 된 후 급격히 성장하였다. 지금은 아이들 등쌀에 두산을 응원하지만 MBC 청룡 어린이 회원이었던 나는 박병호가 엘지에 입단 시기엔 엘지 팬이었다.

당시 박병호는 드래프트 1순위로 지명되었는데 계약금도 적지 않고 고교야구 최초로 4연타석 홈런의 주인공이라 대단한 기대를 모았었다. 입단 첫 해부터 당당히 선발 기용이 되었는데… 그 결과는 엘지 팬들은 모두 다 안다. 몇 경기 못 뛰고 2군으로 향했다. 안타를 하나도 못 친 것으로 기억한다. 역시 프로의 벽은 낮지 않고, 의욕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그 다음 7년 간의 야구 인생은 흔히 말하는 ‘뫼비우스의 띠’ (중간에 군대를 상무팀으로 2년 간 다녀온 바 있다). 박병호의 별명 중 하나가 ‘2군 본즈’다. 메이저리그의 강타자 베리 본즈처럼 2군에선 펄펄 난다. 하지만 1군으로 넘어오면 쉽지 않다. 한두 개의 홈런으로 기대를 모으는 듯 싶다가 다시 죽 쒀서 2군으로 가고, 2군에 가면 또 펄펄 날아 1군으로… 그리고는 다시 2군. 이런 스토리의 무한반복이었다. 별명도 ‘박병신’으로 불리기도 하고 (아, 야구팬들은 참 짖궃다) 야구장 들어가고 나갈 때 팬들에게 욕을 하도 먹어 사람들 앞에 가면 고개를 숙이는 버릇이 들기도 했다.

그가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어려운 집에서 태어났고 순한 성격인 박병호는 자신이 노력하는 것만이 그동안 뒷바라지한 부모님에 대한 보답이고, 자신의 살길이라 생각하며 부단히 노력했다. 예전에 그의 미니홈피에서 손가락의 굳은 살이 다 터진 모습, 자기는 남들하는만큼 하면 망하고 남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고 썼던 글이 기억난다. 그의 노력하는 모습 때문에 지도자들은 그에게 자주 기회를 주곤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계를 그는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던 2011년 넥센으로 트레이드. 트레이드 당시 넥센이 밑진다는 말도 무척 많았다. 하지만 김시진 감독은 박병호의 가능성을 믿었고, 자신의 확신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아프지 않는 한 시즌 끝날 때까지 붙박이 5번에 1루수를 시키겠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유난히 삼진이 많은 선수였는데 시원하게 헛스윙하고 삼진으로 들어와도 김 감독과 코치진은 일어나서 박수를 치며 잘했다고 격려했다. 그리고 그는 변했다.

뫼비우스의 띠는 찢어졌고 그는 그 해 두 자리수 홈런을 치며 끝까지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막판에 뼈조각 제거수술을 받았지만 이듬해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이후의 그의 모습은 다들 아는 대로다. 2012년부터 그는 최다홈런, 최다타점상을 받았다. 2013, 14년에는 시즌 MVP였다. 그리고 올해 1285만 불의 사나이가 되었다. 2군을 맴돌다 사라지는 수많은 유망주들과 달리 그는 우뚝 섰다. 그가 이런 자리에 오르리라 예상한 사람은 5년 전만 해도 거의 없었다.

그가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나눈 말이 기억난다. 예전에 2군 생활을 할 때는 자기를 믿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런데 넥센에 와서 자기를 믿어주는 지도자들을 만나서 스스로를 믿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연습량은 2군 때가 더 많았다. 야구를 쉬는 월요일에도 그는 늘 운동을 했다. 하지만 넥센에 와선 월요일에는 쉬었다. 더 많은 운동, 더 많은 노력이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초조함 때문에 하는 운동은 결국 그 밑에 깔린 불안 때문에 실전에서 도움이 되지 못한다. 낭비도 심하다. 박병호는 엘지 시절 타격폼을 매번 바꿨는데, 그건 코치진의 지도였다. 바꾸면 더 나으리라 생각해 바꿨고 그는 순하게 늘 따라갔는데, 결국 어색한 타격폼만 익히느라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임하지 못했다. 야구는 정말 멘탈 게임이다.

박병호 선수를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지도자의 믿어주는 마음이 얼마나 선수의 성장에 중요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부모의 경우에도 이것은 마찬가지다. 많은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지 못해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부모는 더 잘 하라는 마음에 채근하지만 그런 채근이 결국 아이의 자신감을 빼앗는 경우가 많다. 공부에도 자신감은 무척 중요하다. 매순간 강한 집중을 요구하고, 불안과 불신은 집중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박병호와 같은 자질을 타고 나야 하고, 꾸준한 노력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는 스스로 자신을 채찍질한 선수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선수도 얼마든지 많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믿어준다고 놔두는 것이 방치가 되는 순간도 많다. 믿음을 주면서, 스스로 노력하게 이끌어 간다는 것. 이것은 참 쉽지 않다. 자신의 노력과 지도자의 믿음이 만나 멋진 결과를 이끌어 낸 박병호 선수… 미국에서도 강한 멘탈을 유지해 성공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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