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축구협회가 시도한 실험적인 코치 교육
<The Atlantic> 2016년 3월호에 올라온 기사 <Can This Man Save U.S. Soccer?>의 일부를 번역한 글입니다.
4백만명의 유소년 선수들이 등록되어 있지만 메시나 호나우도같은 최고의 선수가 나오지 않는 현실을 고민하던 미국축구협회는 기존과는 다른 맥락으로 문제에 다가간다.
“어쩌면 지금 미국 축구에 필요한 사람은 축구 전문가가 아니라 교육 전문가일 지도 모른다.”
협회는 더그 레모프Doug Lemov라는 교육 전문가에게 코치들을 코칭하는 역할을 맡겼다. 그는 위대한 교사들의 교육방식을 연구하여 그들이 산만한 학생, 쉽게 지루해 하는 학생, 학습부진학생들을 가르칠 때 사용하는 기법들을 분류한 교육계의 슈퍼스타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나라의 훈련기법들을 본 따 미국 축구발전 아카데미라고 하는 자체 유스리그를 조직했다. 이 리그에는 코치가 라이센스를 받고 새로운 훈련 모델을 따르면 참여가 가능하다. 현재 152개 클럽이 참여하고 있으며 180명 이상의 프로선수를 배출하고 있다.
협회 코칭개발 디렉터인 데이브 체슬러의 말이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주로 기술과 전술적인 부분에서 차이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르친다고 하는 작업의 본질적인 메카니즘, 즉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큰 그림을 잃어버렸다.”
체슬러는 타임지에 소개된 레모프의 접근방법을 읽고 자신의 코칭방식에 변화를 주었다. 훈련의 템포를 늦추고, 선수를 관찰하는데 보다 초점을 맞추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전에 선수들이 각각의 연습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레모프도 협회의 제안을 받고 두려움이 밀려왔다. 자신의 메시지가 코치들에게 어떻게 전해질지, 들으려고는 할 지 알 수 없었다. 레모프 역시 대학 때까지 축구를 한 경험이 있었다. 그가 14년 동안 수비수로서 축구를 하는 동안 계속 들었던 말은 이런 고함소리였다. “막아!” 하지만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코치는 거의 없었다.
레모프는 요즘 자녀들의 축구경기를 보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감사의 마음이 일어나는 좋은 코칭 광경도 볼 수 있지만 어린 시절의 가슴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도 여전히 보게 된다. “어디 있어야 해?” 아이들은 코치의 나무라는 듯한 질문에 대답도 못하고 얼음처럼 서있는다. 실수를 할까봐 무서워하게 된다.
코치도 선수처럼 실제적인 훈련과 의미있는 피드백이 필요하다. 코치가 자신의 훈련방식을 돌아볼 기회는 거의 없다. 레모프는 축구 코치들을 위해 위대한 교사들로부터 뽑아낸 구체적인 교습기법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리츄얼ritual을 만들어 어슬렁거리며 낭비하는 시간 없이 연습을 빨리 진행하기, 선수들이 훈련 중에 실수를 해도 되는 편안한 환경 만들기 등이다.
레모프는 코치교육을 담당할 200여명의 코치를 훈련시켰고, 그들은 다시 미국 전역의 코치들에게 코칭방식을 전파했다. 또한 수만 명의 자원봉사 코치들이 초보적인 수준의 라이센스를 제공하기 위한 온라인 코스도 만들었다.
미국의 축구교육은 전통적으로 워밍업을 위해 런닝을 하고, 줄서서 기다린 후 차례대로 슛을 쏘는 훈련 모습에 익숙하다. 하지만 어린 친구들은 고도로 조직화된 워밍업 과정이 필요치 않다. 아이들은 이미 움직일 준비가 되어 운동장에 들어선다. 모든 아이들이 가급적 많이 볼을 터치할 수 있도록, 쓸데없이 어슬렁거리는 시간이 없도록 훈련은 계획되어야 한다. 훈련시간 동안 코치는 선수가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고 실수하는 것을 격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생산적이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결국 축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양팀 22명이 많지 않은 규칙이 적용되는 경기장에서 볼을 치는 놀이다. 예상되는 패턴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코치는 플레이 하나하나를 디자인 할 수 없고, 그런 것들을 선수들에게 지시할 수 없다. 선수들은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상황에 맞춰 스스로 어떤 플레이를 할 지 판단해야 한다.
이는 기계적으로 반복해 익힌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모프는 최고의 선수를 만드는 것은 의사결정능력이라고 말한다.
“어떤 플레이를 어떻게 할 지 뿐만 아니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언제 할 것인지, 왜 해야 하는지 등을 통합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독일 축구스타이자 현재 미국 축구대표팀 감독인 위르겐 클린스만은 미국코치들에게 경기장에서 코치가 결정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고백한다.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코치가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기장에 있는 아이가 하는거에요.”
미국 바깥의 많은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독립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을 배운다.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볼을 가지고 그냥 놀면서 신체적, 정신적 재주를 익힌다. 축구발전 아카데미의 자레드 미클로스 디렉터는 말한다.
“어릴 때부터 잘 짜여진 경기만을 치르며 아이들이 자유롭게 창조성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오로지 많은 토너먼트 대회와 부모와 지도자의 성적에 대한 압박이 있었죠.”
동네 공터나 뒷골목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사라진 지금 어린 선수들은 통제된 훈련을 통해서만 기술을 발전시킬 수 밖에 없다. 그러기에 더욱 최고 수준의 코칭방식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더 나은 선수를 원하면 더 나은 코치가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코치를 코치해야죠.”
레모프의 축구코치를 대상으로 한 워크숍 풍경. 여자교사가 대부분이고 중간중간 많은 박수가 쏟아져 나오는 일반적인 교사 워크숍과는 달리 대부분이 아디다스 츄리닝을 입은 무뚝뚝한 남자들이다. 분위기도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다. 레모프는 교사들과 워크숍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온화한 태도로 다가간다. “코치분들이 하는 일에 경의를 보냅니다.” 그러면서 레모프는 코치 한명한명과 눈을 맞추며 워크숍을 진행해 나간다.
레모프는 코치들에게 샘플 훈련계획을 써볼 것을 요청한다. 선수가 훈련 중 저지를 수 있는 실수들을 예상해서 그런 실수를 바로 잡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지도 적도록 한다.
그리고 여자 축구팀의 훈련 모습을 담은 짧은 비디오를 보여준다. 화면 속 선수들은 연습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하고 볼을 계속 놓치고 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주문받는다. 레모프는 코치들 이름을 부르며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질문을 통해 확인한다. “무엇을 발견하셨나요? 존슨 코치님”, “라이언 코치님, 왜 선수들이 코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까요?” 그는 질문과 함께 코치의 이름을 함께 부름으로서 참가한 모든 코치들이 답에 대해 고민하게끔 자극한다. 수업이 끝날 때는 모든 참가자의 이름이 불려지게 된다.
마지막에는 모든 코치들이 참가자 중 한 명이 훈련을 이끄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운동장으로 나간다. 워크숍에 참가한 코치 중 한 명인 화이트 코치는 20명의 어린 선수들에게 첫 번째 연습에 대해 설명한다. 운동장에는 이내 함성이 가득차게 된다. “여기!!” “뭐해?” “좋아!” “백 코너!!” 한 시간 정도 선수들은 자신들을 지켜보는 어른들을 의식하지 않고 즐겁게 공을 찬다.
레모프는 코치들의 가운데에 서서 노트를 계속 한다. 화이트 코치가 새로운 플레이를 주문하기 위해 시간을 얼마나 쓰는지 체크한다. “아이들이 보다 경기에 몰입하고 플레잉타임을 조금이라도 더 주기 위해 더 빨리 전달할 수는 없었을까?”
퀄리티 터치의 숫자도 매 분마다 기록한다. “모든 아이들이 플레이 할 기회를 충분히 가졌는가?” 화이트 코치가 모든 아이들을 동시에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연습을 디자인했는지 주의깊게 살펴본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전에 선수들이 제시된 기술을 마스터했는지도 평가한다.
화이트 코치는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을 불러 이해를 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는 나중에 그 때의 경험에 대해 말한다. “나는 18분의 코치들 앞에서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긴장되더라고요.”
레모프는 축구 경기장에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사용해 자신이 본 것을 묘사한다. “경쟁력있고, 즐거움이 가득하고, 지적인 훈련이네요.” 그러면서 화이트 코치에게 연습이 어땠는지 묻고 진지하게 경청한다. 그리고는 신중한 표현으로 제안을 한다. “세 개의 연습 대신 하나의 연습으로만 구성하고, 그 하나의 연습 속에 몇 가지 과제들을 포함시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지더군요.” 화이트 코치는 시도해 볼 만 하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레모프는 화이트 코치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며 마무리한다. “코치께서 우리 아들을 가르쳐주셨으면 좋겠어요.” 화이트 코치는 그날 처음으로 웃음을 짓는다.
(원문 기사 읽기)
성적지향주의 적인 코칭이 되다보니 선수중심이 아니라 코치중심의 훈련이되고 개인의 특성을 살리지못하는
전술훈련과 단체훈련이 몸에 익숙한 훈련이 되다보니 실전에서 상대가 있는 창의적인 전술이 나오지 않게 되는것이다.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코치님처럼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이 한두분씩 늘어나다 보면 우리도 좋은 변화가 있으리라 봅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