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없게된 스티브 블래스

정신경영아카데미 문요한원장님의 글을 옮겨왔습니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얹어주지 말아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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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단순할수록 실력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음이 복잡할수록 실력이 들쑥날쑥합니다.”
– 스포츠 심리학자, 브래들리 해트필드 –

1971년 피츠버그의 월드시리즈에서 오른손 투수인 스티브 블래스는 3차전과 7차전을 승리로 이끌어 우승의 주역이 되었고, 1968년부터 5년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할 만큼 부동의 에이스였습니다. 그러나 1973년도에 한 경기를 크게 망치고 난 뒤 어찌된 일인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 해 88이닝 동안 84개의 볼넷을 내주었고 평균자책 9.81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낸 뒤 이듬 해에 방출되어 세일즈맨이 되었습니다. 최면을 포함한 수많은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그의 문제는 해결되지 못했고, 그처럼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에게 ‘스티브 블래스 병’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습니다.

공을 던져 18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컵을 정확히 넘어뜨릴 만큼 제구력이 뛰어난 그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경기를 잘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잘 못할 것 같은 불암감 때문에 현저한 실력저하가 일어나는 현상을 ‘초킹(choking)’이라고 합니다. 응용심리학자인 롭 그레이는 타격연습장에서 선수들을 대상으로 두 가지 과제를 주고 배팅을 관찰했습니다. 첫째는 배팅을 하는 동안 외부음성의 높낮이를 구분하도록 했고, 두 번째는 외부음성이 나올 때 방망이가 어떤 방향으로 올라가는지를 주목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결과를 보면 첫째 과제에서는 배팅에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두 번째 실험에서는 배팅실력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즉, 자신의 행위를 의식하게 되자 무의식 차원에서 이루어지던 배팅실력이 저하된 것입니다. 스티브 블래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요.

그럼, 스티브 블래스는 그 뒤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가 야구공을 다시 잡기까지는 무려 24년이 흘러갔습니다. 그는 1999년에 동료와 별 생각없이 캐치볼을 하면서 다시금 야구가 ‘재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던지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선수출신들의 모임에서 투수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제 투구자세가 아니라 포수의 신호에만 집중하여 하나씩 공을 던져나갔고 녹슬지 않은 옛 실력을 선보이며 야구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불안을 파헤치려고 했던 노력들이 결국은 자기를 의심하게 만들고 더욱 강박적으로 내면에 집착하게 만들어 야구의 즐거움마저 잃어버리게 만들었던 지난 과거에서 드디어 벗어나게 된 것입니다. 

스티브블래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고 작은 무대불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불안이 클수록 정작 교감을 나눠야 할 관객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오히려 관객을 심사위원으로 인식하고 잘 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버리게 됩니다. 결국 자신이 무대에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거나 보여주고자 했던 것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채 쫓기듯 내려오기 십상이지요.

발표나 무대불안 때문에 힘든가요? 그렇다면 무대에서만큼은 안이 아니라 밖을 보세요. 당신앞에 있는 누군가를 차분히 바라보면서 오늘 들려주거나 보여주고 싶은 것에 집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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