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지도자들이 선수를 ‘내 것’으로 생각했어요” (임근배)

임근배 감독님 같은 고민을 하는 지도자분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한국일보 기사)

경기가 끝나고 호텔에 가기 위해 전철을 탔는데 학생들이 저마다 운동가방을 들고 있더란다. ‘이게 뭐지?’ 여기저기 찾아보니 일본의 ‘1인1기 정책’ 때문이었다. 일본은 1955년 시운마루호 침몰사고에서 수학여행을 떠난 초등학생, 중학생 등 100여명이 숨지자, 모든 초등학교에 수영장을 설치하고 수영 교육을 의무화했다. 이후에는 스포츠진흥법을 제정, 학생들이 적어도 한 종목의 운동을 교육받도록 했다. 실제 일본은 키가 150cm가 안 되는 여학생도 농구를 취미로 한다. 직업으로서의 여자농구만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는 과거 여자농구에 만연했던 수직적·강압적 문화를 거부하고, 자율성을 강조하는 농구철학을 뿌리내리게 한 실천가다. “내가 여자농구에 간다고 하니까, 주변에 거의 모든 분들이 ‘야, 여자애들은 (기를 초반에) 죽여야 돼’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분위기가 그랬어요. ‘여자는 온 힘을 안 쏟기 때문에 훈련도 3~4시간씩 시켜야 돼.’ 그런데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나는 그럴 거 없다. 2시간 안에 쏟아 부으라고 했어요. 시키는 것만하지 하지 말고, 스스로 해라. 너희는 돈을 받고 하는 프로다. 코트에 열정을 쏟아 붇는 것은 프로의 의무다.” 강압적인 문화 때문에 한 때 한국을 떠나려 했던 김한별은 임 감독을 만나 한국 무대에 남았다. 배혜윤은 “감독님의 농구가 맞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우승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수평적 문화를 강조하는 만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체육계 폭력 문제에 대해서도 임 감독은 단호하다. “저는 지도자도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해야 한다고 봐요. 처음 스타트를 끊을 때 서약서를 써야 돼요. 선배도 후배한테 감정적으로 대하면 안 되고, 지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전엔 지도자들이 선수를 ‘내 것’으로 생각했어요. 이제 그런 생각에서 탈피해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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