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스포츠 적폐구조의 해체를 위한 탐색 “저항하는 자가 적폐다”

한국스포츠개발원에서 발행하는 <스포츠과학> 최신호에 게재된 동아대학교 정희준 교수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칼럼 전문은 첨부파일로 붙여놓았습니다.

“그런데 상식적 수준의 처우를 받지 못하는 체육인은 이들만이 아니다. 현재 학교 엘리트스포츠의 감독, 코치들과 생활체육지도자들 역시 저임금, 비정규직의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엘리트 스포츠 지도자들의 경우 박봉에 시달리다 결국 학부모들에게 의존하는 수준을 지나 학부모를 갈취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는 분명 비난에 더해 처벌을 받아 마땅하지만 다른 한 편 이들도 체육계의 불합리한 구조로 인해 ‘불법’의 유혹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체육계의 이러한 비상식적 구조는 한 마디로 ‘불법으로의 초대’라 할 수 있다. 체육 지도자는 이렇듯 항상 ‘비리의 유혹’을 견디고 버텨야 한다.

노회찬 의원의 인터뷰 발언이 생각난다. “이병철이 감옥에 갔었다면, 이건희가 감옥에 갔었다면 이재용은 지금 감옥에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체육계 비리에 그대로 적용된다. 이제까지 그 수많은, 뻔뻔스러운 비리가 많았음에도 해당 협회, 대한체육회, 문체부, 심지어는 사법부까지 솜방망이 처벌, 면피성 징계를 반복해서 내리는 바람에 이에 내력이 생긴 일부 체육인들이 지금도 몰지각한 행위를 서슴지않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첫째, 학생선수들의 수업권을 보장해야 한다. 학생선수들은 모든 수업에 참여하고 방과 후 훈련에 임한다. 초등, 중등, 고등학교 운동부의 하루 훈련시간을 예를 들어 각각 두 시간, 세 시간, 네 시간을 제한한다. 둘째, 일간, 주간, 월간, 학기당 운동시간 및 훈련일수를 규정하고 방학 중 훈련시간 및 전지훈련 일수, 연중 참가 대회 수 등을 제한하는 쪽으로 정책 전환을 해야 한다. 성장기 학생들을 운동부라는 이유로 수업에도 들어가지 않게 하고 하루 종일 운동만 시키는 시스템이 용납되는 나라는 대한민국 외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국가, 학교, 협회가, 즉 어른들이 어린 선수들을 착취하고 이용하면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대다수의 선수들을 (실력이 안 된다는 이유로) 성인이 되자마자 퇴출시키는 시스템 또한 전무후무하다. 셋째, 초등 및 중학교 선수들 대상의 전국대회를 전면 폐지하고 고교 선수들의 경우 전국대회 출전 회수를 제한하고 합숙 일 수도 연 10일 이내로 제한한다. 미국에서는 대회 출전 이외 훈련을 위한 합숙이 매우 제한적이고 일본은 연 10일 이내로 명시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도 많은 감독들은 시합 때나 연습경기 때 심지어 학부모들이 보는 앞에서도 그 자식들을 폭행한다. 이는 학부모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나에게 잘 해라”, “나에게 잔소리 하지 마라”, “까불면 네 자식 이렇게 맞는다” 등의 메시지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은? 손으로 눈을 가리거나 못 본 척 고개를 돌려버린다. 초등학교부터 운동을 시켜서 이제는 다시 교실로 돌아갈 수도 없기 때문에 이들은 이제 와서 감독에게 반기를 든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 자식이 좀 맞더라도 대학에 가기만 바랄 뿐이다. 그래서 그 꼴을 보고도 다시 감독에게 머리를 조아리게 되는 것이다. 감독, 코치의 폭력행위는 법규를 바꿔서라도 가중처벌 해야 한다.

체육계의 가장 큰 문제는 ‘문제를 문제로 보지 않는 문제’라 할 것인데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폭력의 일상화 심지어 폭력의 미화이다. 사실 폭력은 한국의 근대기, 즉 20세기가 잉태한 괴물이다. 심지어 교육기관인 학교에서조차 교사에 의한, 또 동료 학생에 의한 폭력이 횡행한다. 어느 나라나 학교에서의 폭력을 완전무결하게 없앨 수는 없는 일이겠으나 한국의 경우는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특히 피해자가 곤욕을 치르고 가해자가 보호 받는 경우까지 생긴다. 그런데 스포츠는 폭력적 한국사회에서 가장 폭력적이다.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도 않는다.이를 위해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 할 것은 특히 학교 운동부 내 군사문화의 제거, 즉 위계에 의한 폭력문화의 근절이다.

지금도 고등학교, 대학교의 야구 선수들은 수비를 마치고 덕아웃에 들어갈 때는 전력질주를 해야 하고 곧바로 덕아웃에 들어가지 못하고 감독의 훈시를 들어야 하는데 열중쉬엇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군대에서나 하는 짓이다. 한국사회 전반이 그렇지만 스포츠에서도 ‘예의’가 폭력을 불러들이는 격발장치, 즉 폭력의 방아쇠다. 인사 안 했다고 때리기도 하지만 심지어 인사를 했는데도 인사를 ‘똑바로’ 안 했다고 때린다. 감독, 코치는 물론 선배들도 그렇게 후배들을 폭행한다. 폭행이 밝혀져도 가해자가 처벌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감독, 코치와 선수 간, 선배와 후배 간 과도한 예의는 언제나 폭력을 수반한다. 스포츠는 하루 빨리 군대식 문화를 척결해야 한다.

서구사회는 어떨까? 스포츠가 특히 예의를 갖춰야 하는 공간일까? 맞다. 스포츠맨십이 있다. 그러나 이는 상대 선수에 대한 예의, 관중이 지켜야 할 예의다. 선수 간 예의를 지키는 것이지 감독, 코치에게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다. 태권도 같은 무도에서조차 스승에 대한 예법은 도장이나 경기장에 한한다. 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감독이나 선배에게 노예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한국의 스포츠는 그 과도한 예절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운동선수는 매를 맞아도 되는 인간이 아니다. 외국의 어떤 나라가 그렇게 운동선수들을 때리는가. 공부는 안 하고 매 맞고 운동하며 억대의 뇌물을 주고 프로팀에 입단하는 스포츠라면 이미 존재의 이유를 상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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