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가 코치를 코칭한다) 이종열 코치편 4. 코치는 자신이 공부한 것이 맞다고 단정짓지 말아야
“是禮也 내가 묻는 것, 그것이 예의다”
이종열 코치께서는 공자가 태묘를 방문해 온갖 법도를 물으며 예의를 보여준 사례에 비추어 코치가 가져야 할 태도를 말씀해 주십니다.
“코치들이 흔히 하는 착각은 내가 공부한 것이 맞다고 단정짓는 것”
“선수가 연습을 위한 연습을 하지 않도록 잘 관찰해야”
Q 힘들게 훈련을 해야 좋아진다는 것은 일종의 착각인가요?
연습을 위한 연습을 하는 선수들이 너무 많습니다. 나도 슈퍼스타는 아니었지만 연습을 한 거로는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어요. 연습은 정말 많이 했지요. 자신할 수 있습니다. 어느 선수보다 많이 했어요. 문제는 연습을 위한 연습이 너무 많았다는 거죠. 스윙 500개를 1년 동안 한다고 다짐해요. 그럼 하기 싫어도 밤새도록 하는거죠. 그런데 다음 날 배트가 안돌아요. “아! 내가 연습이 부족하구나.” 하면서 600개를 돌려요. 그러다 보니 허리가 망가지는 거죠. 그때는 그러면 몸이 망가진다는 걸 몰랐죠. “이러면 안되는데.” 이렇게 생각하면서 맨손으로라도 배트를 돌려요. 앉아서도 돌리고. “나약해지면 안돼. 자신과 타협하면 안돼.” 이러면서 정신력으로 버티는거죠.
그런데 연습을 안하는 것 같은데도 잘하는 애가 있어요. 너무 속상하더라고. 그래서 살펴 보니까 그 친구들이 연습을 안하는게 아닙니다. 9번 이병규선수 보면 연습을 안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병규 선수 수비하는 거 보면 어려운 수비가 없어요. 그만큼 수비를 편하게 해요. 스타트가 빨라서 볼 밑에 빨리 가는거죠. 수비를 못하는 선수가 파인플레이가 많습니다. 나는 이병규 선수가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르는 것을 못봤어요. 대신 빡쎄게 딱 하고 말아요. 30분, 1시간 이렇게 집중력있게 하고 끝내는거죠. 못하는 친구들이 계속 합니다. 왜? 트레이닝코치한테 보여줘야 하거든. 나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 위에 보고해달라는 거죠. 그런 훈련은 시간만 길지 효과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병규 선수는 웨이트 트레이닝도 그렇게 딱 하고 배팅도 집중력있게 딱 치고 말아요. 그래서 코치는 선수들을 유심히 잘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잘하는 선수들은 대개 집중력이 좋아요. 못할 수록 길죠. 길게 연습하고 코치들 눈치를 보는 친구들은 실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 아이들을 도와줄 필요가 있다는거죠. 훈련방법을 바꿔보라고. 그런게 코치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92년에 개막전 엔트리에 들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주전인 송구홍 선수가 다쳐서 어쩌다 보니 시합을 계속 나갔죠. 근데 한 달만에 꼬끄라졌어요. 잘하고 싶으니까 쉬지 않고 웨이트를 막 하고, 밤새 스윙 돌리고 그런거죠. 그렇게 한 달 하니까 다리가 안움직이는 거에요. 수비에서도 실수를 하게 되고. 그 이후 계속 못뛰게 되었죠.
Q 성실함이 오히려 독이 된 경우네요?
훈련방법에서 효율성을 가져가야 한다고 얘기하는게 바로 나 때문입니다. 지금 주위에서 나보고 다 저질체력이라고 해요. 선수 시절에 너무 훈련을 많이 해서 근육, 관절 등이 노화가 빨리 온거지. 그 정도로 훈련을 많이 했어요. 지금 그 정도로 훈련을 하는 선수가 있다면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코치들이 잘 챙겨줘야겠죠. 우리는 해 떨어질 때까지 훈련을 했어요. 또 개인훈련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또 남아서 훈련을 하고 그랬습니다. 학교에서 집까지 1시간이 걸렸는데 졸다가 종점까지 간 적이 많아요. 너무 피곤하니까. 집에 오면 12시고 아침에 7시에 나가는 생활을 6년을 했어요. 깨어있는 코치들이 많아지면 선수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줄 수 있겠죠. 부상이나 다른 요인으로 야구선수의 길을 접기보다는 실력이 안돼 접게 만들어 줘야죠. 해 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게 해주고. ‘아. 내가 야구에 재능이 없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게 해야죠. 지금은 사실 그렇진 않잖아요? 부모, 코치들 대부분이 ‘아이가 열심히 안해서 못한다’고 생각해요.
Q 아이들을 위해 야구이론들을 공부하면 할 수록 자꾸 이야기를 해주고 싶고, 또 단점이 자꾸 보이니까 잔소리를 많이 하게 됩니다.
지금 한 질문이 가장 솔직한 질문이에요. 지도자라면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하지만 착각하지 말아야 하는 건 공부를 할 수록 야구가 어렵다는 겁니다. 코치들이 흔히 하는 착각은 내가 공부한 것이 맞다고 단정짓는다는 거에요. ‘저 선수는 이것만 고치면 잘 할 수 있어’라고 착각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이론은 있지만 선수들마다 체형이나 몸이 달라서 맞을 수도 안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야 해요. 그렇지 않고 ‘내가 조언을 해줘서 저것만 고치면 분명히 잘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착각을 하는 거죠. 그래서 끊임없이 선수에게 이야기를 하는거지요.
그래서 나도 관점을 바꾼 것이 장점만을 보려고 노력을 합니다. 저 선수는 왜 잘 칠까? 저 선수는 왜 수비를 잘 할까? 이 친구는 왜 빠를까? 그렇게 장점을 보려는 의도를 가지고 유심히 보면 이유가 다 보여요. 그 장점을 더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데 보통은 단점이 많이 보이죠.
Q 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인가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도 단점을 지적하는 코치가 꽤 많아요. 하지만 단점을 지적하는 방식이 효과가 좋지는 않아요. 일단 선수들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교감이 형성되지 않으면 안들으니까. 코치가 집요하게 이야기하면 고개는 끄덕대지만 진짜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어요. 집요한 것도 좋고 관심도 좋은데 선수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중요해요. 배가 고프지 않은데 아무리 먹으라고 준들 맛도 없고 먹지도 않는거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주면 집요하든 아니든 받아들일 확률이 일단 있고, 두 번째는 단점보다는 장점을 살려주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단점은 정말 안고쳐지니까. 우린 프로에서도 오자마자 수정을 먼저 하곤 합니다. 사실 어떤 선수를 스카웃했을 때는 뭐가 있으니까 뽑은 거잖아요? 그런데 치는 거를 몇 번 보고는 바꿔요. 거기서 망가지는 선수가 꽤 많습니다. 일단 잘 치는지 한번 봐야하는데.
오하이오 볼링그린에 있는 노부부교수님이 계셨는데 나랑 띠동갑이에요. 두분 다 서울대학교 나오시고 위스콘신대학에서 한 분은 경제학과, 또 한 분은 식품영양과에서 석박사를 하셨어요. 그리고 볼링그린 주립대학에서 교수를 20년 넘게 하고 계시는 분인데 “이코치님. 저는 아는게 없어요.” 그래요. 나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프로에 들어와서 이제 영어 배우고, 대학교 다니는데 그런 분이 아는게 없다니 이상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정답이라는 거에요. 그분들이 모른다고 한건 ‘내가 공부한 것 이외엔 사실 다 모른다’는 겁니다. 내가 아는게 무엇인지도 알아야 되지만,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정확히 얘기를 해줘야 하는데 우리는 모르는 걸 아는 것처럼 자꾸 포장을 한다는거죠. 두 분을 보며 크게 배웠어요.
작년에 애리조나에 인스트럭터로 갔을 때도 포수가 블로킹을 못해서 놓쳤어요. 그래서 누가 물어보는거죠. “저럴 때는 어떻게 해야되요?” 제가 말했어요. “죄송한데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어떻게 알어? 내가 블로킹을 해봤어? 그런데 보통은 코치들이 그런 질문을 받으면 이야기를 해줘야한다고 느낀다는 거죠.
우리나라는 예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잖아요? 중국도 그렇고. 우리는 보통 90도로 인사하는게 예의라고 생각하는데 도올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어요. 공자가 어느 태묘에 갔는데 그곳을 지키는 사람한테 여기서 어떻게 해야되냐고 묻는 겁니다. 다른 곳에 가서는 또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고요. 그러니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거렸습니다. ‘예의를 안다는 공자라는 사람이 이런데 와서 저런 것도 모르고 저게 무슨 공자냐’라고 말한거죠. 그때 공자님 말씀이 “내가 여기에 와서 당신들한테 묻는 것이 예의다”고 하셨답니다. 여기에는 여기만의 법도가 있는데 자신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묻는 것이 예의라는 겁니다.
Q 물으면 권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죠.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거죠. 내가 모르는걸 모른다고 하는 게 굉장한 용기가 필요해요. 그래서 항상 선수들한테도 솔직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누군가에게 질문을 하면 좋아합니다. 질문을 했다는 것은 자신을 인정해준 거니까요. 그래서 계속 물을 필요가 있어요. 선수들한테도 물으면 좋아한다니까요? 가르쳐주는 것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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