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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하지 않는 마음으로 선수를 관찰하는 것이 코칭의 시작

판단하지 않는 마음으로 선수를 관찰하는 것이 코칭의 시작입니다. (출처 : 일간스포츠) 

 
 

-코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요.

“상대방의 기분을 읽고 맞춰주는 사람이에요. 선수가 운동장에 나오는 걸음걸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만 봐도 느낌이 와요. 캐치볼을 할 때 공이 날아오는 것만 보고 문제가 있으면 잡아내야 합니다. 공이 뭔가 이상해서 ‘오늘 몇 개 던질래’라고 물었더니 선수가 평소보다 적게 던지겠다고 답하는 거에요. 그래서 ‘어디 아프니. 안 좋니’ 하니까 ‘사실 손이…’ 하면서 말을 흐렸어요. 어린 선수들은 먼저 아프다고 말 못해요. 코치가 알아보고 제지해야 합니다.”

 

-선수의 손가락 피부가 벗겨져 있었죠. 

“피부 표면이 벗겨졌을 때 긁어내야 하는지, 던져서 (상처를) 딱딱하게 굳혀야 하는지 판단합니다. 그 선수는 새살이 돋았을 때 던지는 게 맞다고 봐서 훈련을 중단하고 쉬도록 했어요. 바로 트레이너가 확인하게 해 상담도 하고요.”

-지도자도 ‘내가 가르치는 선수가 빨리 성장해 1군에 올라갔다’는 성과를 보여줘야 하지 않나요. 

“난 평가 받으러 여기에 온 것이 아니에요. 선수가 오래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조급하다고 뭐가 되나요. 어차피 시간이 필요해요. 자연스럽게 완성하도록 기다려야죠.”


-현역 시절 이상훈은 자기 자신만 보고 공을 던졌어요. 이제는 선수를 바라봐야하죠. 입장이 바뀌어서, 힘들 것 같아요.

“선수가 곧 저에요. 어렵지 않아요. 현역 때는 나만 생각하고 던졌죠. 선수가 나였으니까 자신을 배려하고 돌봤어요. 하지만 지금은 내가 지도하는 선수가 곧 저인 겁니다.”

-‘나를 돌본다’는 건 무엇인가요.  

“운동 열심히 하는 것 말고 뭐가 있겠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내 몸 상태가 어떤지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돼요. 전날 등판했다면 공을 몇 개를 던졌고 결과가 어떤지. 그래서 현재 몸 컨디션은 어떤지 파악합니다. 이후에는 ‘오늘은 자기 전까지 무엇을 할까. 야구장에 몇 시에 도착해서 무엇을 할까. 웨이트 트레이닝은 상체와 하체를 얼마나 할까. 워밍업이나 러닝을 할 때는 양을 얼마나 하고 트레이너와 무슨 대화를 나눌까’까지 세세하게 나눠서 계획을 짰어요.”


-습관처럼 하루도 빼먹지 않았나요.   

“그냥 나를 아끼려는 노력 뒤에 오는 덤 같은 것이었어요. 야구는 반복이에요. 그냥 완전한 기계였어요. 경기가 끝난 뒤에 단 하루도 내 투구 복기 작업을 빼먹은 날이 없었어요. 영상을 볼 때도 있고 혼자 더그아웃 벤치에 앉아서 마운드를 바라보면서 그때 상황, 내 공, 내 폼, 그때 내가 한 생각을 다시 떠올렸어요. 나를 제일 잘 아는 건 자신입니다. 조급할 것도 부담스러울 것도 없이. 나를 돌보지 않으면 그렇게 야구를 할 수 있었을까요.”  


-스스로 무척 엄격했을 것 같아요.

“내가 나를 돌볼 때는 굉장히 엄격해야 해요. 머리카락을 길러서 내 표현을 한다면, 그만큼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머리카락을 기르고 야구를 못하면 비판받아야죠.”


-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자신감이에요. 마운드에 올라가면 누구든 긴장해요. 나를 아끼려는 노력들이 반복되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타고난 재능이라는 건동 신경만 가졌다는 거죠. 그것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해요. 거기서 얻는 나만의 밸런스와 폼, 느낌이 합산돼야 자신감으로 표출되는 거죠.”

 
 
-자기 표현이라는 게 무엇이죠.

“‘코치님. 이건 뭐죠? 오늘은 안 던지면 안돼요’라고 의사 표현을 하는 거죠. 코치는 선수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듣고 순간의 결정을 합니다. 내가 지도자라고 ‘너 무조건 해’ 하면 안 됩니다. 선수가 못하는 걸 시킬 수 없어요. 저 역시 제가 현역 때 못한 일을 시키지 않고요. 나이는 어리지만, 선수도 지금까지 해왔던 답이 있어요. 내 것과 네 것을 합쳐서 야구를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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