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코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한다 (이종열)

이종열​ 위원님과 모 중학교 야구부 코치님의 대화를 담은 두 번째 영상입니다.

Q 미국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때 우리나라 아이들과 다른 점이 있으셨나요? 

A 미국에서 보니 그 친구들은 질문이 정말 많아요. 우리 문화에서는 질문하는 선수를 보기가 어렵죠. 그 쪽 친구들은 어려운 질문도 많이 해요. 또 어릴수록 많이 묻습니다. 모르니까. 우리는 소위 말해 ‘똑똑한’ 코치들이 너무 많습니다. 자신이 다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는 거죠. 사실 질문을 받으면 막히는 상황이 많습니다. 선수가 질문을 했는데 답을 못주면 수준이 낮은 코치로 받아들여 지는 것은 아닌가 두려워해요. 그것을 빨리 받아들여야 합니다. 코치가 모든 것을 어떻게 다 알겠어요. 그래서 현명한 코치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합니다. 책을 보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든 확인해서 다시 가르쳐 주겠다고 말하죠.

“선수가 질문을 했는데 답을 못주면 수준이 낮은 코치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닌가 두려워해요. 그것을 빨리 받아들여야 합니다. 코치가 모든 것을 어떻게 다 알겠어요. 그래서 현명한 코치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합니다.”

Q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거네요

A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게 진짜 ‘앎’이라고 공자님께서 말씀하셨다는데요. 미국에 있을 때 학생들 질문이 너무 많았는데. 게다가 영어로 물어보니 잘 모르겠더라고요. 또 그 친구들은 눈을 항상 마주치며 이야기해요. 우리는 그런 모습을 도전적 의미로 보는 성향이 있어서 눈을 안보고 목선이나 턱을 보잖아요? 근데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어보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한 팀 2~30명이 나를 주시하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또 코치는 게임이나 훈련이 끝나면 피드백을 무조건 주게 되어 있습니다. 질문에 대한 피드백은 코치의 의무에요. 게다가 영어로 설명하려니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착각이었어요. 영어가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몸으로 보여줄 수도 있는 것이었죠. 우리도 질문하는 선수가 있는데 코치는 일단 그런 선수를 잘 받아줘야 합니다.

“코치님, 수비할 때 이렇게 하는게 맞아요?” 이렇게 물어보는 선수에게 “그것도 몰라?” 하면 그 선수는 다음부터 질문을 못합니다. 선수가 질문을 하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질문을 지도자가 받아주느냐 아니냐입니다.

또 입은 하나, 귀는 두개라 듣는게 중요하다고 하다는데 그게 참 어려워요. 집에서도 아내나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주면 참 좋아해요. 어찌보면 답은 나와있어요. 선수들 이야기를 들어주면 됩니다. 그러면 최고의 코치가 될 수 있어요. 작은 팁이지만 그것만큼 어려운게 없죠. 삼성 이병철 회장도 아들인 이건희 회장에게 글을 써서 줬다는 두 글자가 ‘경청’이라고 합니다.

“선수가 질문을 하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질문을 지도자가 받아주느냐 아니냐입니다.”

Q 일전에 기사로 쓰신 글 중에 실수한 선수를 따로 훈련시키지 않은 일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A 야구를 하다 보면 수비가 안되는 날이 있거든요. 그 날 그 친구가 에러를 4개 했어요. 나도 그런 날이 있었지만 그때는 야구를 했는지 뭘 했는지 정신이 없는거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아요. 당시 수비코치가 묻더라고요. “끝나고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나는 아무 것도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보통 실수를 하면 그 플레이를 다시 하거든요. 하지만 선수는 그 상황에서는 충고를 해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자신이 못해서 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도 질책으로 느끼는 것이죠. 본인이 너무 힘들테니 오늘은 놔두자고 했어요. 내일 아침에 하자고. 당시 감독님도 오케이해서 아무 훈련도 안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잘 잤어?” 하고 물어보며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근데 사실 어떻게 잘 잤겠습니까? “어제 플레이는 문제가 없었다. 굳이 문제가 있다면 반박자 앞에서 잡지 못한거다. 수비를 잘 하려면 두 가지 확률을 줄여야 한다. 전진을 해서 바운드 횟수를 줄여 실수할 확률을 줄여야 하고, 전진을 하면 던지고자 하는 방향과 가까워지기 때문에 송구미스할 확률도 줄이는 거다. 전진하면 가속도가 붙어서 던지는 것도 수월해진다. 너를 보니 거의 제자리에서 잡더라. 그렇게 되면 마지막에 튀는 순간 놓치는 거다.” 이렇게 말해주고 같이 하는거죠. 내가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은게 아니에요. 이렇게 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거죠. 이렇게 하라는 게 아니고.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따라오더라고요. 그날 굉장히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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