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언어코치라운드 생각

스윙을 하고 2초 후에 뛰어!

이정후 선수의 풀스윙은 볼 때마다 멋진데요. 그런 스윙으로 컨택도 최상급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최근에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정후 선수는 고교 시절 코치가 해준 말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타격을 하고 곧바로 뛰지 말고 2초 후에 뛰어라.”

한겨레신문 김양희 기자님 기사

휘문고등학교 시절 코치가 해준 이 조언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엄밀하게 말을 하면 타격을 하고 정확히 2초 후에 뛰는건 실제 경기에서는 불가능합니다. 타자가 보통 1루까지 닿는 시간이 빠르면 4초이고 왠만해서는 5초를 넘기지 않는데 그 시간의 반을 타석에 서서 보낸다?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2초라는 명확한 ‘시간제약’이 스윙동작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배트를 끝까지 돌려”, “스윙을 완전히 다 하고 뛰어” 이런 말보다 훨씬 클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윙 후에 바로 뛰지 못하는 제약이 확실하게 주어진 메시지니까요.

‘제약’이라는 말은 요즘 야구코칭과 스포츠코칭에서 무척 핫한 이슈입니다. 운동학습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이 개념은 특히 최근 들어 미국의 코치들이 메카닉 교정을 위한 수단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선수에게 어떤 메카닉의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말로 고쳐야 할 부분을 반복해서 주문하기 보다는 환경에 ‘제약’을 세팅해서 어떤 특정 동작을 못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제약은 도구나 장비를 이용할 수도 있고, 이정후 선수의 경우처럼 시간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정후 선수를 지도한 휘문고등학교 코치님은 2초라는 ‘시간제약’을 이용해 스윙을 어설프게 마무리하지 못하도록 이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사 마운드를 이용한 메카닉 교정

시간제약을 이용한 메카닉 교정의 대표적인 예로 많은 투수코치님들이 사용하는 ‘1초 이내에 앞발 닫기’가 있습니다. 피칭 동작을 시작하고 1초 이내에 앞발이 땅에 닿아야 하는 시간제약을 피칭연습에 세팅하는 겁니다. 피칭 바이오메카닉스의 구루인 톰 하우스 코치가 자주 강조하는 연습방식이기도 합니다. 1초라는 시간제약을 즐겨 사용하는 투수코치들은 ‘시간제약이 있을 때 인체는 가장 효과적인 움직임 솔루션을 스스로 찾아낸다’고 말합니다. 1초 이내에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시간제약이 불필요한 동작들을 자연스럽게 없애준다면서요.

야수의 빠른 송구를 주문하기 위해 시간제약을 사용할 수도 있을테구요. 템포가 지나치게 빠른 투수에게도 시간제약을 걸어둘 수 있을 겁니다. 제약의 개념을 보다 깊게 이해하고 연습에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싶은 분은 아래 소개하고 있는 『인간은 어떻게 움직임을 배우는가』 북토크에 참여하셔서 이야기 나누시면 좋겠습니다.

44호 코치라운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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