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이 야구소년과의 대화
이번 주 야구친구 칼럼입니다. 어린 친구들도 마음 속에 많은 것들을 담고 운동을 한다는 것을 느낀 대화였습니다.
“볼보이 야구소년과의 대화”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42)
모 프로팀의 2군 경기를 보러 갔다가 볼보이로 경기장에 온 한 중학교 1학년 야구선수와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한참 전에 와서 유심히 선수들의 피칭을 바라보고 있는 진지한 뒷모습에 저절로 눈길이 머물렀다. 야구를 하는 어린 친구들이 가슴 속에 무엇을 품고 운동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천진난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곱씹어볼 거리들을 던져주는 야구소년의 이야기들을 옮겨본다.
여기 자주 오나봐요? 유명한 선수들 많이 보겠어요?
네. 오늘도 선수들 던지는 거 보고 싶어서 두 시간 일찍 왔어요.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그런데 실망하게 된 선수도 있어요. 사인을 안해주시더라고요. 경기 끝나고 차 타는데까지 쫓아가서 부탁을 드렸죠. 그런데 “야. 빨리빨리” 이러면서 귀찮다는 듯이 막 써주시더라고요. 진짜 실망했어요. 그 전까지는 진짜 좋아했던 마무리 투수인데 그 날 이후로 응원안해요. 저는 나중에 프로야구 선수가 되면 사인 해달라는 아이가 있으면 밤을 새서라도 무조건 다 해줄거에요.
야구선수에 대해 정말 많이 아네요. 롤모델로 삼고 있는 선수가 있어요?
이치로 선수요. 공격도 좋지만 저는 수비할 때가 정말 멋있어요. 특히 송구는 정말 환상적이죠. 메이저리그를 많이 보고 싶은데 볼 시간이 없어요. 우리나라 야구는 솔직히 미국과 일본이랑 격차가 크다고 생각해요. 프리미어12 때도 미국은 트리플A 선수들 중심이었고, 일본도 내내 끌려가다가 겨우 어떻게 이긴 거잖아요?
리틀야구 하다가 중학교 훈련 하려니 힘들죠?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는 않아요. 오히려 제가 원하는 포지션을 하지 못하는 게 더 힘들어요. 연습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안시켜주시니까. 리틀야구를 할 때 투수를 하다가 척추를 조금 다쳐서 외야수로 전향했는데요. 그래도 투수를 하고 싶어요. 팔높이를 조금씩 바꿔가면서 혼자 연습하고 있어요. 프로에 가서 꼭 완봉승을 해보고 싶어요.
그러고보니 지금 대회 기간 아닌가요?
네. 그런데 첫 경기에서 떨어졌어요. 아쉽게 한 점차로 졌어요. 졌다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훈련했어요. 그런 게 힘들어요. 경기장이 먼데다 첫 경기라서 새벽에 일어나 출발했거든요. 평소에도 보통 9시반이나 10시쯤 끝나는데 훈련태도가 마음에 안든다고 더 하다 올 때가 있거든요. 제발 좀 제 시간에 끝내주셨으면 좋겠어요. 정말 그렇게 하는 훈련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 같아요.
아직은 1학년이니까 큰 부담은 없겠어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가끔 1학년이라도 대타나 대주자로 나가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그런 모습을 보면 진짜 초조해져요. 밀린다는 거니까. 저도 알거든요. 야구하면 부모 등골 빼먹는다는 이야기.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프로에 가고 싶어요. 그래도 부모님들은 야구 잘해야 한다고 막 부담을 주시지는 않아요. 주로 격려를 많이 해주세요. 고맙죠. 꼭 성공해서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