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쌓아가는 것이 우선 (이기광, 국민대학교)
우리야구 9호 특별판 <킬로미터>에 소개된 이기광 교수님의 인터뷰입니다.
Q 바이오 메카닉스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A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간의 동작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물체 간에 작용하는 힘과 운동의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을 역학이라고 하거든요. 역학을 인체에 적용해 움직임을 해석해 수치화하는 거죠. 수치화해야 분석할 수 있으니까요.
인체의 동작을 분석하고 표현하는 미지의 스포츠 과학
Q 드라이브라인이라면 구속, 트랙맨이라면 회전수나 회전축이라고 먼저 떠오르는데 바이오 메카닉스라고 하면 딱히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이것으로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A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과 생각에서 차이가 있어요. 미국에서는 바이오 메카닉스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미지의 영역이라는 점에서는 우리나라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미국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투자하고 있다면 우리는 당장 무엇인가 결과를 내기를 바랍니다. 예를 들어 어떤 동작이 구속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특정 선수에게 그 동작을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선수마다 특성이라는 게 있으니까 여러 데이터를 비교해보며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당장 해답을 원해요. 일주일 안에 이 선수를 개선해서 KBO리그에서 뛸 수 있게 만들어 달라는 식이죠. 수학을 잘 못하는 학생을 학원에 보내고 일주일 만에 100점을 받게 해달라는 것과 같습니다.
Q 프로 구단과도 협업을 하셨는데, 우리나라 구단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A 처음에는 투수의 버릇을 찾아내는 것으로 오해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투수의 투구 동작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니까 다른 투수와 비교해 그 선수만의 버릇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 거죠. 그래서 저는 바이오 메카닉스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해준다고 이야기했어요. 야구 중계에서는 4D리플레이를 통해 선수의 동작을 360도로 보여주잖아요. 물론 하늘 위나 땅 밑에서 볼 수는 없어요. 그것과 달리 3차원 동작분석을 하면 예를 들어 관절이 3차원으로 좌표화 되니까 자유롭게 돌려볼 수 있습니다.
많은 선수들의 데이터를 쌓아가는 것이 우선
Q 바이오 메카닉스로 무엇을 알 수 있나요?
A 우선 투구 동작이라고 하면 순차적인 회전이잖아요. 엉덩이와 골반이 먼저 회전하고 어깨가 따라온 뒤 팔꿈치가 오는 순서가 제대로 행해지는지 살펴볼 수 있죠. 그리고 팔꿈치를 펴는 속도나 어깨 회전속도 등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고, 릴리스 포인트와 익스텐션의 일관성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야 일정한 수준의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어깨의 가동범위 등은 정확하게 측정되거든요. 하지만 투구는 가만히 고정된 상태에서 어깨만 회전하는 게 아니라 온몸의 에너지가 어깨로 가는 거잖아요.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서는 어깨 회전만이 아니라 다른 요소도 살펴봐야 합니다. 달리는 차가 있으면 바퀴가 하체라면 차체는 몸통이겠죠. 바퀴와 차체 등이 얼마나 속도를 내는 데 적합한지 살펴보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Q 결국 얼마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지 살펴보는 거군요.
A 그렇죠. 자동차를 빠르게 달리게 하려면 새 차를 사거나 엔진을 바꿔야 하잖아요. 엔진을 안 바꾸고 쓰려면 공기저항을 덜 받게 튜닝을 하거나 엔진 효율을 높이거나 해야죠. 오래된 엔진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 기름을 덜 먹고 잘 달릴 수 있어요. 그것처럼 인간의 몸이라는 엔진을 바꿀 수 없으니까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개선할 방향성을 찾아내는 게 바이오 메카닉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선수마다 힘쓰는 방식도 다르다고 하는데 그런 차이도 엿볼 수 있나요?
A 힘쓰는 방식까지 알려면 그 선수의 히스토리와 비교할 다른 선수의 데이터 등 여러 가지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데이터가 많이 없어요. 저희 연구팀에도 메이저리그 투수 약 100명의 데이터는 있지만 국내 선수 데이터는 없거든요. 데이터가 있는 메이저리거들은 사이영상을 받는 등 수준급 투수이고 미국 선수랑 우리나라 선수랑 차이도 있으니까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의 데이터도 축적될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서로 비교하면서 규명할 수 있으니까요. 데이터 축적이 전혀 안 되어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코치, 트레이너와의 협업이 중요한 분야
Q 선수들은 어떤 부분에 주로 관심을 나타냈나요?
A 메이저리거와 비교해 자신이 어떤지 자주 묻더라고요. 어느 선수를 좋아하는데 그 선수와 비교해 보면 어떤지 궁금해 했어요. 요즘 경기력이 안 좋은데 좋았을 때랑 어떤 게 달라졌는지 묻는 선수도 있었어요. 이게 제일 바람직한 거죠. 현재로서는 좋았을 때랑 나쁠 때랑 비교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게 있으면 그 원인에 대해서는 현장 지도자와 논의를 해봐야 하고요. 예를 들어 이전보다 팔이 내려갔다면 통증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Q 야구계에 바이오 메카닉스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A 바이오 메카닉스를 하는 목적은 명확해요. 첫째는 경기력 향상이고 둘째는 부상 방지입니다. 그런데 둘 다 바이오 메카닉스만으로 좋아지는 건 아니잖아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바이오 메카닉스만의 효과를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바이오 메카닉스의 두 가지 목적은 서로 모순되거든요. 퍼포먼스를 높이면 부상 위험도 커져요. 부상 위험성을 줄이면 퍼포먼스를 끌어올리기 어렵고요. 그리고 트레이닝 파트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죠. 트레이닝 파트는 근력이나 유연성을 향상시켜 퍼포먼스 향상과 부상 방지를 추구한다면, 바이오 메카닉스는 비효율적인 동작을 효율적인 동작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거죠. 코치, 트레이너들과의 협업이 아주 중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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