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트레이닝 : 타이밍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키워라 (이효근, 벡터바이오)

신체 근골격계 움직임에 대한 이해를 뇌의 역할과 기능에서부터 찾는 것이 ‘신경역학(Neuromechanics)’이라는 학문의 기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단순 근골격계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피부에 닿는 미세한 감각들을 인지하고 반응하는 메커니즘 또한 우리의 뇌가 담당합니다. 오랜 기간 동안 뇌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운동장애 재활운동 연구를 수행하면서 뇌의 ‘변화 가능성 (뇌가소성, Neuroplasticity)’에 대해서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야구선수의 뇌는 “훈련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훈련을 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야구선수의 뇌는 훈련을 통해서 그 기능이 향상되고 이를 통해 신체적 퍼포먼스를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2016년 3월 조선일보 기사>

브레인 트레이닝은 스포츠 불법 도핑? 아니면 스포츠 과학의 성과?

약 5년 전에 뇌 전기 자극이 스포츠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친다는 기사와 함께 ‘브레인 도핑’ 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뇌 전기 자극과 같은 신기술의 등장과 이를 스포츠에 적용한 사례들을 스포츠 과학의 ‘성과’로써 평가했던 반면, 한국에서는 ‘도핑’이라는 자극적인 단어와 함께 ‘스포츠 선수들의 뇌 자극 훈련을 제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토론을 했던 것으로 기억을 합니다.

루카스 지올리토의 멘탈 트레이닝 장비 BrainKanix

신경역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마무리하던 저에게 큰 고민을 안겨준 장면이었습니다. ‘새로운 걸 받아들이고, 배우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수행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뇌에 점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특히 스포츠 시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브레인 트레이닝을 도입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단순히 심리적 관점 뿐만 아니라, 투수가 공을 던지는 마지막 손끝의 감각까지도 뇌가 관여하고 있으며 훈련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제가 이 칼럼을 통해 소개하고자 하는 브레인 트레이닝은 두가지 입니다. 하나는 IM (Interactive metronome)을 이용한 브레인 타이밍 훈련이고 또 하나는 tDCS (경두개직류전기자극)을 이용한 운동학습효과 훈련입니다.

야구선수를 위한 브레인 트레이닝 (변경석, 조용빈)

이 두가지 형태의 브레인 트레이닝은 임상분야 뿐만 아니라 스포츠분야에서도 그 효과가 검증되어 왔습니다. 특히 순간적인 타이밍을 맞추는게 중요한 야구선수들에게 적합한 트레이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첫 번째 트레이닝에 해당하는 IM 타이밍 훈련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야구는 타이밍(timing)과의 싸움

먼저 대표적인 두뇌스포츠인 바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두 명의 바둑기사는 긴박한 승부처에서 치열한 심리전을 펼칩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 자신만의 리듬을 유지함과 동시에 상대방의 기세에 위축되지 않고자 노력합니다. 반집 싸움의 격한 승부처에서 두 기사는 최선의 수를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 안에서도 리듬과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호흡을 컨트롤합니다. 바둑에서는 이것을 ‘승부호흡’이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야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투수와 타자는 고도의 심리전을 쉴 새 없이 펼칩니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타이밍 뺏기’가 그렇습니다. 투수와 타자 사이의 승부처도 있고 투수와 주자 사이의 승부처가 있습니다. 이 모든 승부처에서 백분의 일초 단위의 타이밍 싸움은 승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야구에서 ‘타이밍’이라는 단어는 또 다른 중요한 내용으로 다뤄집니다. 그 중 하나가 투구 매커니즘에서 공을 놓는 시점의 ‘릴리즈 타이밍’ 입니다. 비슷한 개념으로는 타자의 스윙 매커니즘에서 ‘임팩트 타이밍’이 있습니다. 우리야구의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야구라는 종목이 다른 어떤 종목보다 ‘타이밍’이라는 개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저보다 잘 아실겁니다.

제구가 문제라면 IM (Interactive Metronome) 타이밍 훈련을!

백분의 일 또는 천분의 일 초와 같은 찰나의 순간을 선택하거나 컨트롤하는 것이 언뜻 보면 운에 의해 결정되거나 단순한 실수 정도로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의 뇌에는 이러한 타이밍을 결정하고 컨트롤하는 내재된 기능이 있습니다. 특히 대표적인 운동신경계인 운동피질과 전두엽피질에는 운동 타이밍을 관장하는 다양한 기관들이 존재합니다. 물론 여전히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는 있습니다.

<출처 Spectrum 뉴스>

우리의 운동신경계는 말초신경에서 시작되는 감각을 ‘인지’하고, 감각에 대한 반응을 만들기 위한 프로세싱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반응으로써의 운동을 ‘명령’합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모토컨트롤motor control의 기본 원리라고 한다면, 이 안에서 타이밍을 컨트롤하는 무언가 기관이 존재할 것이고, 이 기관의 기능은 선천적으로나 후천적으로나 모든 사람들이 다를 것입니다.

뇌의 기능을 알고 하는 운동 (에릭 콥)

IM 트레이닝은 청각/시각적 정보를 기반으로 반복적인 타이밍 능력을 학습하는 훈련입니다. 일정하게 울리는 소리에 맞춰 손뼉을 치는 것과 유사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천분의 일초 단위로 손뼉을 치는 타이밍을 측정하면서 실시간으로 내가 수행하고 있는 움직임에 대한 피드백을 시각적으로 받게 됩니다. 이를 수백번 수천번 반복함으로써 천분의 일초 단위의 (어찌보면 운으로 때려맞춰서 결정될 법한) 타이밍을 조절하는 능력을 훈련하게 됩니다. 투수 입장에서는 매 순간 일정한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을 놓는 타이밍이 될 수도 있고, 주자의 도루를 저지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주자의 입장에서는 도루를 성공할 수 있는 타이밍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예상과는 다르게 150km의 직구가 아닌 120km의 변화구를 마주한 타자가 성공적인 스윙 매커니즘을 만들어 내기 위한 타이밍이 될 수도 있습니다.

<벡터바이오 IM 훈련 장면>

피지컬 능력의 극대화는 뇌로부터 시작

브레인 타이밍 훈련은 절대로 단기간에 그 효과를 볼 수 없습니다. IM 타이밍 훈련은 원래 주의력 결핍 장애아동(ADHD)들의 주의 집중력 향상을 위한 훈련 도구로 개발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수년간 IM 타이밍 훈련을 받기도 합니다. 우리 뇌에는 수많은 태엽이 함께 맞물려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중 태엽 하나의 타이밍에 미세한 문제가 생긴다면, 다른 작은 태엽들은 어떻게 될까요? 물론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 뇌 안의 어딘가에서 작동하고 있을 즉 운동 타이밍 기능을 담당하고 있을 태엽 하나를 끊임없이 기름칠하고 다듬어 준다면, 맞물려 있는 수많은 태엽들을 지나 최종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될 ‘피지컬적인 퍼포먼스’에는 무시할 수 없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여전히 ‘뉴로’ 또는 ‘브레인’ 이라는 분야는 미지수가 가득한 분야입니다. “정말 가능할까?” 또는 “과연?” 이라는 물음표가 따라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분야가 다른세상 얘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도 쉽게 접근이 가능해졌고, 그 효과를 조금이라도 경험해볼 수 있다면 충분히 시도해볼 만 하지 않을까요?

다음 칼럼에서는 조금더 과학적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춘 tDCS (경두개직류전기자극)을 이용한 야구 브레인 트레이닝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글 : 이효근
벡터바이오 연구팀장
University of Florida 에서 신경역학(Neuromechanics)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신경역학 이론을 스포츠와 임상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야구 선수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브레인 트레이닝을 개발하여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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