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상 유감

(야구친구) http://www.yachin.co.kr/w/73/63

2014년부터 KBO리그의 최고 투수에게는 최동원상이 주어진다. KBO가 공식적으로 주관하는 시상제도는 아니지만 최동원이라는 이름 석자를 생각한다면 무척 영광스러운 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는 두산 베어스 판타스틱4의 일원인 장원준 선수가 선정되었다. 2014년 양현종, 2015년 유희관에 이어 세 번째 수상자다.

최동원상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서 씁쓸한 감정이 올라온다. 현재 최동원상 수상자는 오로지 야구장에서의 성적만을 기준으로 선정된다. 7명의 야구인 출신 선정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동원은 야구장 안에서의 성과만으로 칭송하기에는 너무나 그 가치가 아까운 선수다. 그의 진정한 위대함은 경기장 밖에서 보여준 용기있는 행동들에 있기 때문이다.

함께 운동하고 있는 선수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도울 방법이 없는 현실, 연습생 선수들의 열악한 생활조건 등을 지켜보며 그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야구계 모두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침묵과 방조로 진실을 외면하고 있을 때 그는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났다.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그는 알고 있었기에 선수로서 최고의 명성을 지닌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마치 이러려고 그렇게 많은 공을 뿌려왔나 싶을 정도로 선수협 결성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선수들의 최저생계비, 경조사비, 연금 등과 같은 최소한의 복지제도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얻은 유명세를 안락하게 누리기 보다는 주변을 돌보기 위해 기꺼이 고난을 선택했고 이후 찾아온 고난들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메이저리그에는 사회참여와 기부의 상징인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이 있다. 선수들이 가장 영광스러워 하는 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올해는 뉴욕 메츠의 커티스 그랜더슨 선수가 이 상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모교에 500만 달러를 기부해 유소년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야구시설을 만들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어린이들을 야구장으로 초청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여러 사회단체의 기금마련을 돕는 활동으로 올해 로베르토 클레멘테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

이 외에도 미국 스포츠계에는 진실과 용기를 보여준 스포츠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아더 애쉬 상, 강인한 인내를 보여준 인물에게 수여하는 Jimmy V award 같은 ‘가치지향적’인 수상제도들이 있다. 그들은 이런 상들의 수상자를 선정하고 수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소속되어 있는 공동체, 즉 스포츠의 가치를 되새긴다.

그래서 아쉽다. 최동원상은 그저 ‘야구를 잘하는 선수’이 아닌 ‘야구를 통해 얻은 명성을 세상을 위해 잘 사용한 선수’에게 주어졌어야 한다.

(사진 출처 : 박동희의 야구탐사 / 1988년 대전 유성에서 열린 선수회 창립총회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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