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에게 말하는 것을 지도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양윤희)

우리야구 6호(2021년 3/4월호)에 게재된 양윤희 감독님의 칼럼(유소년 지도자가 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을 두 꼭지로 나눠 소개합니다.

지도자를 준비하는 후배 야구인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무슨 이야기를 쓸까 고민하다가 먼저 제가 선수생활을 마쳤을 때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훌륭한 야구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은퇴를 하게 된 시절. 이 이야기를 먼저 꺼낸 이유는 자신의 마음부터 잘 추스르는 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도자로서의 삶을 시작한다는 건 선수생활의 연장이 아닌 새로운 시작입니다. 어떤 분들은 ‘아이들 좀 지도하다가 기회가 되면 다시 테스트를 받아서 선수로 돌아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 기로에서 잠시 거쳐 가는 길로 여기는 것이죠.

​“나는 선생님인가? 아니면 여전히 선수인가?”
“나는 어떤 지도자로 남을 것인가?”

​이런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보면서 직업정신을 철저히 다지고 시작했으면 합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확실히 정리를 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선수 시절 아쉬움과 ‘혹시나’ 하는 앞으로의 기대는 모두 내려놓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제 2의 인생을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애들이나 가르쳐 볼까?’ ‘나도 한번 지도자나 해보자’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성공한 지도자가 되겠다’ ‘존경받고 실력 있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뜻을 품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시작부터 달라질 겁니다. 내가 성공을 해야 하니까 아이들도 성공시키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물론 성적이 성공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존경받고 실력 있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뜻을 품자

​자연스럽게 성공과 관련한 두 번째 주제로 넘어 가겠습니다. 지도자로서 인정을 받으려면 어느 정도 성적이 따라줘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성적이라는 것은 성공의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 되어야 할까요? 제가 볼 때는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며 공감하는 능력입니다. 그 세대, 그 또래와의 공감대 형성이 지도자로서 가장 관심을 두어야 할 1순위여야 합니다.

​”나는 고등학생이 맞는 것 같아.”
“나는 초등학생이 어울려.”

간혹 이런 말씀을 하는 지도자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이런 말이 선수가 아닌 지도자 자신에게 맞추는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연령대의, 어떤 수준의 누구를 지도하든지 지도는 그 선수에 맞추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고교야구 선수는 기본기 수준과 멘탈이 초등학생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신체는 발달 했지만 여전히 아직 힘이 없는 중고등학교 선수들도 많습니다. 생각 또한 아이 같은 선수들도 많습니다. “너는 고등학생이 이것밖에 안 돼?”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시점에 그 선수는 그 상태가 당연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다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지도자라면 어느 학년에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는 마음속의 평균을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절대시해서 선수를 비교하고, 무시하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선수의 눈높이에 맞춘 관심과 이해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 중에 가장 기초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생각해 보시죠. 우리가 선수 생활을 하며 어떤 이야기에 주로 상처를 입었을까요?

“너는 고등학생이 기본이 안 되어 있어. 초등학생이냐?”

많은 분 들이 비슷한 말을 들으셨을 듯합니다. 기초, 기본기 당연히 매우 중요합니다. 기본기가 부족한 선수가 있다면 그것은 누구의 잘못 일까요? 선수가 잘못한 게 아닐 겁니다. 지도자가 제대로 기초를 만들어 주지 않은 것이 더 크다고 봅니다.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늘 이야기하지만 그 기본기를 익히기 위해 아이들이 편안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얼마나 충분히 조성해 주었는지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선수가 실수를 했을 때에도 부끄러워하거나 수치스러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시간을 투자해 익힐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는지 말이죠.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비판과 평가만 하는 지도자가 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기초적인 훈련과 기본기 습득을 소홀히 하면서 본인이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지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주문을 합니다. “기본이 중요하다! 기초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캐치볼이 기본이다!” 이렇게 선수들에게 매일 말하는 것을 지도라고 착각하면 안됩니다. 기초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연습, 캐치볼을 제대로 하기 위한 구체적인 연습을 연구해야 합니다. 쉽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로 지시를 하고 선수들의 책임으로 돌리기가 쉽습니다. 기초, 기본기를 어떻게 하면 쉽게 잘 이해시킬 수 있을지 자신만의 연구가 필요합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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