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제는 주지만 방법을 가르치지는 않는 코칭

스포티즌 심찬구 대표님의 오랜 전 미디어 기고글입니다. 축구에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닐 뿐더러, 7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나라 유소년 스포츠 전반에서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입니다. 야구, 축구 모두 세계 수준과의 격차가 점점 커지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우리만의 문화와 방식이 있다’고 하며 과거에 나름대로 성취를 이룬 방식만을 고집하는 분위기가 여전합니다. 보다 탁월한 성취를 이룬 코칭방식이 있다면 마음의 문을 열고 들여다 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결과 축구는 기술과 체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전까지는 축구를 가르쳤다면 이 연구가 이뤄진 이후부터는 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축구 코칭에 다양한 접근들이 등장했다. 예를 들면 아동의 발달단계를 고려, 연령별로 어린이가 나와 타인을 한꺼번에 인지할 수 있는 수를 분석하여, 6세까지는 시합을 시키더라도 2:2 이상은 시키지 않고, 8세까지는 4:4 이상은 시키지 않는 등 매뉴얼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유소년 축구 교육 현장에 가보면 6~7세 어린이들의 훈련장에 공 하나를 놓고 7~8명 이상이 한 편이 되어 먹이 쫓는 병아리 떼 같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방식은 부모들이 보기에는 귀엽고 좋을지 몰라도 교육적으로 보면 시간 낭비다. 아이들이 공을 만질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 좌절감을 주고 흥미를 떨어뜨려 훈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또 어린이들 시합 현장에 가보면 감독은 물론 부모들까지 사이드라인 바깥에서 소리를 지르며 지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많지는 않으나 여전히 언어 폭력에 가까운 말을 쏟아내며 질책하는 지도자들도 있다. 어떤 팀에서는 지도자가 선수들을 모아놓고 얘기하면 어느 선수도 지도자와 눈을 맞추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벨기에 축구 현장에서는 사소한 연습 경기라도 감독이나 코치가 선수들에게 계속 지시하는 것이 매뉴얼로 금지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한 순간 선수의 판단이 틀릴지라도 그것이 교육적으로는 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지시를 받는 선수는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판단을 미루고 가장 안전하고 소극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연구 결과다. 한국 축구를 본 유럽 지도자들의 공통된 코멘트는 기술은 뛰어나나 그 기술을 쓰는 선수들의 본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예측할 수 없는, 순간적으로 창의적인 동작이 보이지 않는다고 평한다.

​크리스가 강조하는 가장 중요한 코칭 방법론은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상대방을 제치는 기술을 가르칠 때 먼저 감독이나 코치가 특정 기술을 보여주고 그것을 반복 훈련해서 몸에 익히도록 한다. 그대로 따라 하지 못하면 지적을 당하고 야단을 맞는 게 한국식 코칭 방식이다.

​크리스의 방법은 수비수 한 명을 뚫고 나가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는 것이다. 이런 미션을 받은 선수는 이런 저런 방법을 써서 시도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성공과 약간의 좌절을 맛보게 된다.

​이때 선수는 코치에게 와서 어떻게 하면 상대방 선수를 더 잘 제칠 수 있는지 ‘질문’하게 된다. 코치는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선수가 어떤 시도를 무슨 의도를 가지고 했는지, 그 시도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인지 생각하도록 만든다. 이런 토론을 통해 선수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 내도록 돕는 것이 그의 코칭 철학이다.

​선수에게 지시하고 그것을 반복 훈련시키는 방식은 코치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을 전수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진다. 이렇게 되면 실전 상황에 부딪쳤을 때 문제 해결능력을 키울 수 없게 된다. 게다가 그 코치가 상상할 수 없는 기술이나 동작, 발상을 하는 ‘천재’의 등장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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