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를 인식하는 것 자체가 변화를 이끌어낸다

(농구를 할 때)

휴대용 전광판을 챙겨오지 않아 누군가 한명(주로 막내)이 입으로 점수를 불러주며 경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잠시 정신줄을 놓고 있으면 점수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채 한참 플레이를 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으로 몇 턴이 반복되면 경기도 루즈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뜩이나 동네농구인데 더더욱 동네농구스러운 흐름으로 빠져드는 것이죠. ‘주어진 상황’이라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맥락없는 플레이가 자꾸 나오게 됩니다.

스코어보드가 있으면 수시로 그것을 쳐다 보게 됩니다. 스코어보드에 표시된 숫자를 확인하며 플레이 패턴을 조금씩 바꿔나가게 됩니다. 점수차, 남은 시간, 파을 갯수 등의 정보가 선수의 의도를 변화시키는 것이죠.

(스트라이크존을 가장 먼저 본다고?)

공을 한번 던지면 공의 회전수, 회전축, 수직/수평 무브먼트 등을 알려주는 장비인 랩소도Rapsodo 광고영상 중에 매년 우수한 투수들을 배출하고 있는 반더빌트Vanderbilt대학 스캇 브라운Scott Brown 투수코치의 인터뷰가 있습니다. 장비의 어떤 기능을 가장 잘 활용하냐는 질문에 브라운 코치는 공이 스트라이크존 어디에 들어오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어? 그게 중요하다고? 그거는 장비가 없어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거 아니야? 이런 의문이 자연스럽게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브라운 코치의 말을 곱씹어 생각해보니 조금씩 머리가 끄덕여졌습니다. 선수든 코치든 실제로 공이 정확히 어느 지점에 꽂히는지 모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야구를 하는 아들에게 불펜피칭을 하며 자신이 던진 공이 정확히 어디에 들어갔는지 ‘주의를 충분히 기울여’ 확인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그다지’. 그리고 몇몇 아는 코치분들께도 여쭤보았습니다. 종이로 된 히트맵을 준비해 어디에 공이 들어오는지 점을 찍어서 나중에 보여준다고 하는 분이 계시긴 했지만, 대부분은 그다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저 ‘잘 들어갔네’ 하는 수준의 정보와 실제 내 공이 존의 어디에 들어갔는지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확인시켜 주는 정보는 미세하게 선수의 의도에도 차이를 만들어 낼 겁니다. 보다 더 세밀해진 의도는 몸의 움직임 역시 보다 세밀하게 다듬어주지 않을까요? 쏟아지는 데이터 속에서 그것들을 통찰력있는 질문을 통해 가치있는 정보로 가공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시대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숫자들은 그것을 분명하게 인식awareness하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이끌어낸다고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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