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인정의 그림자 : 칭찬에 길들여졌던 나의 어린 시절
‘Player Development Project’의 공동 설립자인 제임스 본James Vaughan의 글입니다. 인정이나 칭찬과 같은 외적 보상이 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정체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많은 선수들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 그리고 선수로서의 다음 행보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렇게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에는 대가가 따른다. 많은 어린 선수들이 칭찬을 받기 위해 창의력, 문제 해결 능력, 심지어 자신의 정체성까지 희생한다. 칭찬은 종종 선수를 잘못된 길로 안내한다.
선수 육성 환경을 둘러싼 ‘문화적 소음cultural noise’이 선수들의 창의성을 죽이고 있다. 축구를 비롯해 여러 스포츠에서 이러한 ‘소음'(사이드 라인에서 하는 말, 코치나 부모의 칭찬/비판, 끊임없는 지시 등)은 선수의 기술과 플레이 스타일 발전을 제한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화적 소음이 하나의 인간으로서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방식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사이드라인에서 코치가 소리를 지르는 행동은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되어 왔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나는 초등학교 때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빠와 경기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울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늘 경기에서 좋았던 점과 나빴던 점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했다. 9살 때 이미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던 나는 아빠의 칭찬을 원했다.
그렇게 나의 정체성과 가치는 축구에 얽매이기 시작했다.
정체성이 축구에 맞춰지자 나는 다른 사람의 칭찬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었다. 누군가 나의 경기가 좋았다고 하면 마치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해 주는 것 같았다. 플레이를 잘 못하거나 실수를 하면 ‘나는 나쁜 사람’이 되었다. 나는 둘을 분리할 수 없었다. 축구는 내 삶에서 너무 큰 부분을 차지했고 나의 정체성을 지배하고 나의 가치를 정의했다.
이 때 아버지의 메시지는 심플했다. “너는 항상 발전할 수 있어. 오늘 너는 ~ 할 수 있었어.” 하지만 9살이었던 내 마음은 그 말을 “넌 충분하지 않아, 넌 절대로 충분하지 않아”로 받아들였다. 피할 수 없는 문화적 소음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사회적 인정을 받기 위해 애쓰고 대중에게 아첨하는 칭찬 중독자 세대를 만들고 있다. 진짜 문제는 사이드라인에서 하는 말이든 운전석에서 하는 말이든 일반적으로 전달하는 피드백이다. 사회적 기대가 이러한 피드백을 형성하고, 사이드라인에서 하는 말에 의미를 부여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의 대화를 좌우한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하는 응원, 격려, 지시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응원이 통제로 인식되고, 선수의 창의성을 억누르고, 자신을 즐겁게 표현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경우가 많다. (종종 진부한 표현으로 가득 찬) 문화를 반영한 대화는 낡은 생각과 신념이 지배하고 있다.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오래된 사고를 되풀이한다.
리그 우승, 트로피, 계약에 관한 소식(AS 로마는 최근 벨기에 출신의 9세 선수와 계약했다)처럼 외부 보상, 문화적으로 정의된 성공은 문화적 소음을 부추기고 선수들의 동기를 오염시켜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타이틀, 트로피, 계약에 초점을 맞춘 성인 조직과 구조는 즐거움, 자기발전, 몰입과 헌신을 추구하는 선수의 자연스러운 성향을 압도해 버린다. 선수의 동기는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려는 욕구에 의해 통제되어 자연스러운 성장 욕구로부터 멀어진다. ‘그냥 플레이’하는 법, 지금 여기에 온전히 존재하는 몰입의 기쁨도 잊어버리게 된다. 선수는 문화적 규범에 의해 정의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각본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한다.
다음에 선수에게 질문을 할 때 그들이 무슨 답을 하는지 잘 살펴보자.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지 아니면 코치가 듣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지 보자. 생각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순히 각본에 따라 말하고 있는가? 나는 우리의 문화적 조건화가 선수의 뇌를 마비시켜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의 행동은 칭찬을 받고자 하는 욕구에 의해 제한되며, 칭찬의 기준은 경기와 선수 육성에 대한 오래된 믿음에 근거하는 경우가 많다. 그거를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내가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1985년에 태어난 나는 칭찬 중독자였다. 지금은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중이다.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무의식적으로 각본에 따라 살아왔다. 성공을 느끼기 위해 문화적 규범을 따르고 칭찬을 쫓아다녔다. 영국에서 자란 나는 축구를 통해 쉽게 성공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에서 나는 최고였기 때문에 칭찬을 자주 그리고 많이 받았다. 그러다가 나는 칭찬이라는 피드백에 거의 중독되다시피 의존하게 되었다. 생각을 멈추고 순응하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아지려면 칭찬을 많이 받아야 했다. 나는 자신감 넘치는 아이였지만 그 자신감의 대부분은 얄팍한 토대 위에 세워진 것이었다.
노츠 카운티의 센터 오브 엑설런스팀에서 나는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되었다. 나는 태클와 패스, 리시브를 잘 해야 했다. 나는 빠르고 민첩하고 경기를 잘 읽었으며 태클을 좋아했다. (영국인들은 태클을 좋아한다.) 양발로 플레이할 수도 있었다. (아버지의 끈기 덕분이다. 테크닉을 연마하는 데 외부의 도움은 필수다.)
하지만 1대1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의사 결정은 느렸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11살 때 첫 계약을 체결하고 코치들의 지시(피드백)를 법을 지키듯 무조건 따르기 시작했다. 1990년대 후반에 축구계를 둘러싼 지배적인 문화적 소음이 나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 사비가 라 마시아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만드는 동안 나는 영국 스타일로 공이 내 머리 위로 날아가 코너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사비가 스몰사이드경기에서 수천 번의 터치를 하며 결정을 내리고, 자유롭게 실수를 하며 배우고, 자신을 표현하는 동안 나는 태클, 패스, 롱볼을 차고 있었다. 코치와 다른 사람들의 칭찬을 받기 위해,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고 있었다.
동기부여와 창의성을 연결한 연구에 따르면 지배적인 문화가 낳는 사회적 조건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순응하지 않는 태도, 개인화, 비관습적인 사고와 같은 심리적 특성이 필요하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사회적 조건화를 극복해야만 창의성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수아레스같은 선수들이 이에 해당할까? 그들은 주어진 각본대로 따라한 선수일까? ‘재능을 날카롭게 다듬기’와 맹목적으로 대중을 따르는 것 사이에 미묘한 균형을 잡을 수 있을까? 선수가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한다면 어떻게 맹목적인 순응을 피할 수 있을까?
다른 선수들이 성장하는 동안 나는 발전하지 못했다. 칭찬은 말라가기 시작했고 그럴수록 나는 더욱 순응하면서 로봇처럼 변해갔다. 다음 계약에 사인을 하려면 코치의 인정이 필요했다. 나는 칭찬과 인정과 같은 외적 보상에 지배당했고 그 결과 번아웃, 무관심, 저조한 퍼포먼스, 거부감, 자기 의심, 내적 갈등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축구와 축구를 하며 받는 칭찬은 내 인생의 첫 15년 동안 나를 정의했다. 축구가 나를 거절했을 때 나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내 자신이 거부당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스포츠는 인성을 개발하고 중요한 가치를 가르치기도 하지만, 삶과 정체성을 독점하기도 한다. 성공과 자신감을 정의하면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만들기도 한다. 많은 정상급 운동선수들이 선수 생활 내내 정체성 문제, 심지어 우울증과 싸우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안드레 애거시의 자서전 『오픈』에 이 대목이 잘 설명되어 있다. 선수 육성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애거시는 종종 다음과 같은 개념과 싸웠다.
‘스포츠를 잘하면 좋은 사람이고, 못하면 나쁜 사람인가?’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의 사고는 의식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일어난다. 감정이 혼란, 자기 의심, 걱정을 유발한다. 감정 노동 연구에 따르면 감정은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세팅된 디폴트 자아가 보내는 메시지다. 자아의 일부는 놀이와 창의성을 장려하고 지금 여기에 몰입하도록 이끈다. 따라서 즐겁게 플레이하고자 하는 자아를 억압하는 방식을 강요하는 환경에 처하게 되면 갈등의 신호를 보내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의심, 혼란, 불안이 마음을 잠식하고 우리는 하고 있는 일에서 거리를 두게 된다.
칭찬과 인정의 피드백은 테크닉 개발, 자기 인식, 창의적인 의사결정을 제한할 수 있다. 심리학, 사회학, 교육학, 생체역학, 기술 습득에 관한 연구들은 모두 문화적 소음이 순응을 부추기고 선수의 발전을 제한할 수 있다고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의 기술 습득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조건화된 선수는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퍼포먼스 모델이나 플레이 스타일에 순응한다. 이는 선수 개인의 퍼포먼스 솔루션을 발견하는 데 방해가 된다. 선수는 경기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마주했을 때 선택하고, 탐구하고, 솔루션을 찾는 일을 멈추게 된다. 그저 조건화된 각본에 따라 플레이하게 된다.
문화적 소음은 시키는 대로만 하는 선수를 만들어 테크닉과 전술적 측면에서 문제를 야기하지만, 가장 큰 부정적인 영향은 심리적인 측면이다. 사회적 순응은 선수의 동기를 죽이고, 내적 갈등을 유발하며, 번아웃, 자기 의심, 심지어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화적 소음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를 형성한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선택의 자유는 인류의 가장 위대한 선물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 세대의 이 권리를 은연중에 부정하고 있다.
제임스 본James Vaughan
‘Player Development Project’의 공동 설립자. 스톡홀름 AIK 팀의 코칭 심리학 수석이자 리서치 코디네이터. 2020년 퀸즈랜드 대학교에서 스포츠 코칭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축구 코치(UEFA A 라이선스 수료), 코치 디벨로퍼, 축구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연구는 축구를 사회문화적 생태계에 따라 창발하는 특성으로 본다. 사회문화적 제약이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과 창의성 개발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현장 코칭에의 실제 적용은 기술과 팀 코디네이션(전술) 개발을 자기조직화와 동시에 일어나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비선형 교육학의 원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숙련된 의도(다른 말로 숙련된 의도성)를 형성하는 작업을 강조한다. 학습, 팀 코디네이션, 창의적 퍼포먼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코치는 숙련된 의도를 형성하여 다중적이고 중첩된 어포던스에 주의를 기울이는 법을 훈련시킬 수 있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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