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관리 & 트레이닝

공포의 비시즌 런닝훈련 (김용진)

길었던 시즌을 보내고 비시즌기가 돌아왔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냉정히 평가를 하고, 개선할 점을 발견해 더 나은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는 기술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어디인지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즌을 치르며 코어, 허리, 어깨, 대퇴, 햄스트링 등에 불편함을 겪었을 수 있다. 아니면 관절의 움직임이 원활하지 않아서 기술을 발휘하는데 애로를 겪은 선수도 있을 것이다. 저마다 겪은 그런 어려움들을 다음 시즌에는 겪지 않도록 시간과 정성을 들여 보완해야 한다.

그런데 비시즌을 자신의 성장을 위해 주도적으로 활용해야 할 선수들이 두려움에 떨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많은 프로와 아마츄어팀들에서 ‘공포의 런닝훈련’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런닝은 물론 야구를 포함해 모든 종목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훈련이다. 런닝훈련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런닝의 필요성과 잘 달리기 위한 적절한 런닝자세(메카닉)에 대한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팀과 선수의 목표에 맞게 런닝 프로그램이 적절히 설계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선수들을 이해시키고 선수들 스스로 강한 동기를 이끌어내게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런닝과 피칭동작 (김용진 & 정연창)

하지만 현장에서는 강압적인 훈련분위기 속에서 많은 양의 런닝훈련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훈련에서는 선수가 힘들어 하는지, 그리고 선수가 지시에 성실하게 따르는지가 주된 관심사가 된다. 다음과 같은 런닝훈련들이 보통 많이 하는 방식이다. 100미터 100번 뛰기, 주어진 시간 안에 야구장(약 350m) 10바퀴 뛰기 2~3세트, 시간 안에 폴앤폴(외야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뛰고 돌아오기) 10번 뛰기, 100m, 80m, 60m, 40m, 20m를 연속해서 왕복달리기(약 600m) 10번

이런 런닝훈련을 진행하는 지도자들은 이렇게 오래, 많이 뛰어야 하체에 힘이 생기고 많은 공을 던져도 무리가 가지 않는 내구력이 생긴다고 믿는 것 같다. 더불어 힘든 훈련을 이겨내는 정신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위에 사례로 언급한 런닝 훈련들의 특징은 절대로 스프린트처럼 빠르게 달릴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많은 운동량 때문에 자칫 강도를 높여 빠르게 달렸다가는 해야 할 운동량을 다 채우지 못하게 된다. 부상을 입고 다음 시즌을 재활에만 쏟아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운동들은 낮은 강도로 적절히 숨이 차는 수준으로 달려야 한다. 위와 같은 운동을 보통 유산소 지구성 운동 또는 무산소 지구성 운동이라고 부른다.

우리 몸은 체내에서 탄수화물이 산소와 결합할 때 방출되는 에너지로 근수축과 같은 신체활동을 수행한다. 위에 언급한 유산소 지구성 운동을 하게 되면 산소를 평소보다 지속적으로 많이 섭취하게 되어서 산소의 섭취와 활용능력이 좋아진다. 이때 운동의 강도가 높아지면 신체의 최대 산소섭취능력을 100% 다 사용해도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만들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의 몸은 탄수화물을 산소가 없이 효소만으로 불완전 분해하여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무산소 에너지 생산방식을 동원하게 된다. 이때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남은 물질을 젖산(Lactate)이라고 한다.

그럼 앞에서 언급한 런닝훈련으로 돌아가 보자. 그런 훈련들이 비시즌에 선수들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만큼 중요한 훈련일까? 야구는 전형적인 파워 스포츠다. 파워란 순간적으로 짧은 시간에 큰 힘을 발휘하는 능력을 말한다. 공을 던지거나 배트를 휘두를 때는 엄청나게 큰 힘이 사용되지만 피칭이나 스윙 동작을 지속적으로, 연속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운동 중에 지속하는 호흡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100여 개의 공을 던지는 선발투수도 경기 후에 젖산이 전혀 쌓이지 않는 것은 이러한 원리 때문이다. 에너지를 생산해 내기 위해 추가적으로 무산소 에너지 생산방식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

이런 대사작용이 벌어지는 야구선수들에게 유산소, 무산소 지구력 운동을 메인 운동으로 진행하는 야구팀이 너무나 많다. 부족한 부분을 하나하나 채워나가야 할 시간을 과학과는 동떨어진, 전문화되지 않은 훈련으로 채우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저런 유산소 지구성 런닝훈련이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보고 있자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나오는 시대에 말을 타고 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해서 정신력을 얻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그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김용진

도곡스포츠퍼포먼스트레이닝센터 부센터장
(전) 롯데 자이언츠 / SK 와이번스 트레이너
운동생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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