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훈련을 늘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자 (김용달, 김정훈)

김용달 & 김정훈 감독님의 멘토링 대담 마지막 편입니다. 코치든 부모든 늘 옆에서 지켜보고 직접 가르쳐야 한다고 믿는 분들이 있습니다. 일종의 통제욕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과도한 통제 속에 자라난 아이는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스스로 찾기보다 코치나 부모가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 에너지를 쏟기 마련입니다. 해야 할 것이 정해진 선수는 다른 생각을 할 이유가 없기에 잠재력을 최대한 표현하지 못하고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습니다.

Q(고교 투수코치) 그렇다면 투구궤적, 즉 라인을 보기 위한 연습방법은 뭐가 좋을까요?

A(김정훈) 저같은 경우는 라인을 보는 연습 중에 제일 좋은 건 느린 볼을 많이 치게 하는 거라고 봅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느린 볼을 치는 거죠. 느린 볼은 라인이 많이 생기잖아요. 보통 강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게 타자의 앞발 쪽에서 맞는 것이거든요. 이를 위해 페파게임하고 느린 볼을 맞추는 연습을 많이 시킵니다. 그렇게 눈과 몸에 익으면 아무리 빠른 볼이 들어와도 칠 수 있어요. 사람의 눈이 글씨를 읽을 때 딱 그것만 읽는게 아니라 앞에 있는 것도 읽게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쭉 읽어나갈 수 있는거죠. 운전할 때도 앞에 있는 것들이 다 들어오기 때문에 볼 수 있는거고요. 저 같은 경우는 방법론적으로 앞에서 맞게 하기 위해 오른발 앞에 주의를 두라고 합니다. 중학교나 초등학교 아이들한테 왼발 앞쪽에서 치라고 하면 다운스윙이 되고 몸이 확 열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A(김용달) 현장 지도자들은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알고 있어야 됩니다. 여기서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현장에서는 틀린 이론으로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해요. 어퍼스윙이 너무 심하면 다운스윙을 하라고 할 때도 있어야 합니다. “꼭 이렇게 해”라고 하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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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진행자) 우리는 보통 기술훈련이라고 통칭을 하는데요. 말씀을 들어 보면 동작이나 자세와 관련한 훈련과 감각을 키우기 위한 훈련이 구분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A(김용달) 그러니까 지도자가 피드백을 잘 못주면 감각이 달라질 수가 있는 겁니다. 타자가 스윙을 하기 위해서 투수에 감각을 집중하고 있는데 지도자가 “뒤에서 쳐!” 이러면 공을 보는 감각이 점점 없어져서 다른 행동이 나온다는 거죠. 얼마 전에도 리틀 아이들 지도하러 갔는데 자꾸 끝까지 보라고 하니까 선수들이 타석 주변에만 초점을 맞추더라고요.

Q(진행자) 그렇다면 운동장에서 흔히들 많이 하는 토스배팅 연습도 다시 검토해 봐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A(김정훈) 토스배팅은 손목의 파워 때문에 하는 거지 궤적을 보는데는 그다지 영향을 주지 않지 않을 듯 한데요?

A(김용달) 토스배팅은 시간이 없거나 양적으로 많이 할 때나 하는 거지 내가 봤을 때는 잘못된 아웃사이드 스윙을 하게 만드는 최악의 연습방법이 아닌가 싶어요. 배트 컨트롤을 익히도록 하기 위해 높게 치고 낮게 치고 하는 것들이 조금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서는 초등학교든 프로든 옆에서 공을 던져주고 치게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세워 놓거나 정면에서 던져 줘서 그 궤적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일상의 훈련을 주도적으로 계획하는 태도

Q(진행자) 그렇다면 토스배팅 말고도 관행적으로 계속 해오고 있지만 다시 검토해 봐야 할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김정훈) 연습게임할 때 제일 많이 느끼는게 뭐냐면 게임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상황을 준비하기 위해 연습을 하는데 감독, 코치들이 계속 뭐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플레이는 일단 하게 놔두고 나중에 피드백을 해주는데요. 게임 중에 계속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그러면 창의적인 플레이가 안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특히 많은거 같아요. 게임 중에 자꾸 잘라서 욕도 하면서 지적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민망하더라구요. 선수가 모멸감을 느낄 수 있을거 같고 다시는 플레이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그런게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A(김용달) 지금 김감독 한 얘기가 얼마 전 경주하고 나주 유소년대회를 가보니 너무나 성행되고 있더라고요. 지도자가 조금만 공부를 하면 알 수 있는 내용인데, 코치들이 피드백을 줄 때에는 아주 단순하게 줘야 하거든요. 선수가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걸 단순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피드백을 해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선수한테 여러 가지 잡생각만 만들어 주고 있더라고요. 집중을 못하게 하고 방해가 되는 행동만 하고 있더라고. 체크를 했다가 시합이 끝나고 선수가 안정이 되었을 때 조용히 납득을 시키고, 또 그것에 관한 훈련도 하면서 접근을 해야겠지요.

“예전엔 지도자들이 선수를 ‘내 것’으로 생각했어요” (임근배)

우리는 시대적으로 군사 문화 속에서 자라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너무 권위적인 리더십 밖에 사용할 줄 몰라요. 이제는 수평적인 리더십을 향해 가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기의 느낌을 얘길하고, 또 질문을 하고, 그런 식으로 생각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수평적인 카리스마가 필요한 시대라고 봅니다.

그리고 연습도 이제는 지도자가 꼭 지켜봐야만 된다는 생각을 안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선수 혼자 스스로 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야 창의적인 생각도 나오면서 성장이 되는데 지도자들이 계속 지켜보고 주시하니까 선수들이 지도자의 눈에 드는데 너무 신경쓰는 것 같아요. 자신의 플레이가 안나온다는 생각이 듭니다.

A(김정훈) 저도 팀에서 자율적인 훈련을 하는데요. 일주일에 한 번씩 자율훈련 시간을 주거든요. 그런 시간을 주면 초등학교때 그런 시간이 없었던 아이들은 틀에 박힌 운동만 합니다. 스윙. 티배팅, 토스배팅, 웨이트 등 정해져 있어요. 처음에는 가만 놔뒀다가 조금 지나면 이야기합니다. “너희들이 정말 필요한게 뭔지 생각해서 연습을 해라. 힘이 부족하면 웨이트를 하고, 순발력이 떨어지면 순발력 운동을 해라.” 각자 자신에게 필요한 훈련을 하도록 안내를 해줍니다.

Q(진행자) 요기베라가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듯이 자신의 동작을 직접 보는 것이 자각을 통한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요즘은 핸드폰의 카메라 기능이 워낙 발달해 있어서 마음만 먹으면 사용할 수도 있는데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찍어서 보여주는 경우가 별로 없더군요.

A(김용달) 습관이 안돼서 그렇죠. 찍어서 설명해 주지 않아도 보여주는 자체로도 도움이 되거든요. 말도 안하고 보여주기만 해도 배우는게 있습니다. 지도자의 기본이 나는 관찰력이 아닌가 싶어요. 그 다음에는 열정. 또 하나 꼽으라면 인내가 아닌가 싶어요.

지금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단계지만 둘 다 꿈을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은 미약하지만 진짜 프로야구 감독도 될 수 있고, 세상이 어떻게 변할 지 몰라요. 좋은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철학을 가지고 책도 내고 하면 배운 학생들이 한국야구를 위해서, 또 팬들을 위해서 여러 가지로 활동을 할거에요. 보람과 꿈을 갖고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참석한 코치분들의 후기

“아이들 지도와 관련해서 궁금한 게 많았는데 너무 감사드립니다. 시간이 모자란 것이 아쉽고요. 말씀해 주신 내용에 공감가는 부분도 많고 스터디 분위기의 이런 자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야구 쪽에 이런 스터디 모임들이 안보이는 현실이 아쉽습니다.” – 모 고교야구팀 코치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왔습니다. 알고 있었는데 더 정확하게 알게된 부분도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게 아쉽습니다. 이런 자리가 계속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두 분께 너무 좋은 말씀 많이 들어서 기분좋았습니다.” – 모 중학교 코치

“굉장히 저에게도 유익한 시간이었던거 같아요. 궁금한 것들이 많아서 얘기하고 싶어서 왔는데 많이 해소된 것 같고, 그리고 야구를 보는 눈이 조금은 넓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 유소년 축구클럽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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