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근 선수&이지풍 코치가 부모님들께 전하는 이야기
2015년 8월 이지풍 코치님의 학부모 대상 강연 때 넥센의 주장 이택근선수가 깜짝 게스트로 오셔서 진솔한 이야기들을 전해주셨습니다.
“야구를 멘탈스포츠라고 하죠. 저도 이제와서 좀 겸손해졌는데요. 지금 와서 보니 야구는 운이 정말 많이 작용하는 스포츠입니다. 잘 맞은 타구가 정면으로 가면 어쩔 수 없어요. 요즘은 시프트같은 것도 많이 쓰잖아요? 글러브에 들어가 버리면 어쩔 수 없습니다. 요즘은 정말 생각합니다.
“아. 내가 정말 운이 좋았구나”
저도 나름 최고의 대접을 받고 프로에 왔는데요. 처음에는 1~2군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때 현대 멤버가 좋았죠. 훈련을 하면서 타격코치님의 눈치를 엄청나게 봤습니다. 그 분 말을 들어야 시합에 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말을 들을 수록 안되는 거에요. 이러면 안되겠다 싶더라구요. ‘1년만 내 맘대로 하고 안되면 그만둔다.’ 이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때부터 눈치를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야구가 되더라고요. 그 해에 골든글러브도 받았습니다. 아마 계속 눈치보면서 했으면 야구를 그만두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야구선수는 야구장에서 자기 플레이를 해야합니다. 삼진을 먹어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스윙을 했으면 끝이에요. 부모님들도 야구장에서 아이가 자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제가 볼 때 야구는 ‘이렇게 해야 한다’가 없어요. 자신에게 맞는, 원하는 야구를 하면 됩니다. 제 말씀 들으시면 이대호는 안돼도 이택근은 될 수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부터 운동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안타를 못친 날은 혼자 스윙을 막 돌리고 그랬어요. 저녁이면 일단 방망이를 들고 나갔죠. 지금 와서 보니 그냥 습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는 늘지 않거든요. 그럼 훈련 많이 하는 팀이 늘 1등 해야죠. 저도 체형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닙니다. 몸도 선천적으로 강하지 못해서 그렇게 훈련을 하니까 매일 아팠어요. 몸이 피곤하면 쉬어야 하는데 안된다고 계속 연습을 하니 아팠던거죠. 제가 그래서 부상도 좀 많았습니다. 늘 연습을 많이 하는 학교를 다녔는데 내일이 두려울 때가 많았습니다. 훈련할 생각에. 그게 굉장히 마이너스였던 것 같아요. 언제부턴가 운동도 많이 줄이고 시합에 초점을 맞추니 몸도 건강해졌어요. 성적도 나기 시작했구요.
다른 팀 선수들이 저희 팀을 보면 연습 안하는 줄 알아요. 아마츄어 선수들도 그래서 넥센 지명받으면 좋아한다고 하더라구요.^^ 우리는 야구장도 매일 늦게 나옵니다. 요즘처럼 더울 때는 30분이나 1시간 전에 나오기도 해요. 그래서 노는 줄 아는데 사실 우리가 하는 방식이 굉장히 힘들어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고요,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해요. 시합 3시간을 위해 딱 맞추고 있는 거에요. 하고 싶은 것들을 자제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게 더 힘들어요. 캠프 가도 저희는 보통 야수들은 6시반, 7시에 웨이트를 시작합니다. 1시면 스케쥴이 끝나요. 미국 애들도 그렇게 합니다. 또 충분히 쉬면서 다음날을 준비하는거죠. 혈기왕성한 선수들이 그렇게 하려면 절제된 생활이 필요합니다. 정말 힘든거죠.
부모님들 보면 한 경기의 승부, 시합에서 잘하고 못하는 것에 굉장히 집착하세요. 여기 혹시 제가 고연 정기전에서 당시 최고의 투수였던 조용준선수의 공을 받아쳐 안타쳤던 일, 국가대표가서 어쩌구 했던거 다 모르시잖아요? 절대로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으로 생각하셔야 합니다.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랭킹 어쩌구 하는 말들 의미없습니다. 그런 선수들 중 프로에서 잘나가는 선수가 의외로 별로 없어요. 프로에서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그 과정 속에서 지금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제가 13년차인데 저와 같이 들어온 친구들 중에 지금 계속 뛰는 선수가 많지 않습니다.”
좋은 글 입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