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 선수의 몸관리와 타격에 대한 견해

‘운동선수는 공부를 안해서 무식하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기사네요. 좋은 질문을 준비해 자기표현을 할 기회를 준다면 그들이 성공과 좌절을 온몸으로 겪어내며 깨달은 보석같은 메시지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출처 : 엠스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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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말처럼 다소 병적이다 싶을 정도로 몸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안다.

(고갤 끄덕이며) 그렇다. 그게 선수 생활의 첫 번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야구선수 생활을 하면 할수록,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든다. 그런데 요즘엔 나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몸을 챙기는 선수가 많아졌다. 무척 바람직한 현상이다(웃음).

자신만의 몸 관리법,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특이한 건 없다. 다만 컨디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안 한다. 어릴 적엔 술을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하고, 잘 마신다(웃음). 그러나 최근 몇년전부턴 시즌 도중엔 거의 안 마시게 됐다. 일요일 밤에 반주로 한두 잔 정도? 그 외엔 가능하면 아예 마시지 않는다.

하고 싶은 걸 참으면서 산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은 야구가 잘 안 된다고 훈련을 많이 하거나 기술적인 부분에서 답을 찾거나 하지 않는다. 그보단 전체적으로 내 몸의 바이오리듬이나 컨디션, 심리적인 상태를 회복시켜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생활 전체를 통제해 야구에 적합한 상태를 맞춰나가는 거다.

경기력에 방해가 될까 싶어 경기 전, 많은 걸 조심하는 것으로 안다.

보통 경기 전 훈련 끝나고 경기 시작 전까지 하는 일이 5분 단위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경기 전 인터뷰도 부득이한 사정이 아니면 길게 잘 하질 않는다. 혹시 시간이 소요돼 경기 전 루틴을 빠뜨릴까 봐서다. 오늘같이 미리 일찍 나와서 하는 인터뷰는 별 지장이 없다.

경기 전 루틴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면 그게 뭘지 궁금하다.

30분 정도 ‘쪽잠’을 자는 거다. 피로 회복에 상당히 좋다. 꼭 지키려 애쓴다. 선수 생활을 길게 하다 보니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은 건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거 같다.

자신의 문제점들을 써서 객관적으로 보라?

첫 번째론 기술적인 문제점이 뭔지를 쓰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신체적이나 체력적으로 무엇이 떨어졌는지 확인하는 거다. 세 번째는 외부요인이나 제3자에 의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떠올려보는 거다. 마지막 네 번째론 무슨 환경적인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거다. 거기서 어떤 결론이 나왔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펴 보면 대부분의 해결책이 나온다. 거기서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결국엔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본다.

합리적인 문제 해결 방식 같다. ‘예민함’이란 문제를 극복한 과정도 그러했나.

최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는 것들을 피하려 노력했다. 음식, 상황, 관계 등 모든 걸 포함해서다. 예를 들어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경기 전엔 대화를 하지 않거나 일부러 피하는 등의 방법을 썼다(웃음). 음식도 가려서 먹고, 좋지 않은 건 하지 않았다. 기분 좋은 생각만 하고, 긍정적인 것들만 떠올리는 식이었다. 의식적으로 하지 않다 보면 저절로 부정적인 걸 소거하는 게 조금씩 익숙해진다.

‘마인드 컨트롤’이 그래서 중요한 거 같다.

최근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했다. “시험 볼 때 못 푸는 문제가 나오면 계속 잡고 있어? 그냥 넘기잖아”라고 말이다. 아무리 내가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 야구 인생에서 그런 문제들을 몇 가지 발견했었다. 계속 노력하니까 그 가운데 몇 개는 풀리더라. 하지만, 남은 몇 개는 ‘지금 내가 해결할 순 없지만 언젠가는 되겠지’란 긍정적인 생각으로 그냥 지나쳐 갔다. 난 그게 ‘경험이 주는 삶의 지혜’라고 본다.

많은 타격이론가가 박용택의 스윙 메커니즘을 칭찬한다.

그런가?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진화의 과정이자 생존을 위한 전략이었을 뿐이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하고 싶다.

뭔가?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하는 타구 속도, 발사 각도, 그리고 장타의 상관관계에 대해 들어봤나.

물론이다. 메이저리그에선 최근 5할 이상의 타율과 1.500 이상 장타율을 기록한 타구들의 조합을 뜻하는 ‘배럴(Barrel)’이란 통계가 나왔다. 이 통계에 따르면 시속 158km, 발사 각도 26~30도를 충족하는 타구가 가장 이상적인 생산력을 보여준다. 요컨대, ‘장타 생산을 위해선 빠른 타구 속도와 일정한 발사 각도가 보장돼야 한다’는 이론으로 알고 있다.

그 이론으로 보면 타구 속도가 시속 160km 정도일 때 올려치는 스윙을 하면 가장 이상적인 타구가 나온다. 하지만 타구 속도가 평균 시속 145km 정도로 떨어졌을 때 같은 각도를 유지하면 OPS가 현저히 떨어진다. 그 정도 속도에서 가장 이상적인 각도는 10도 내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타구 속도가 160km 정도 나오는 타자는 채 2%(1.9%)도 안 된다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확실히 같은 통계를 단순 적용하기엔 미국과 한국야구는 현실적인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발사 각도에 대한 눈높이, 스윙에 대한 개념을 다시 수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통계상으로 우리나라는 시속 145km의 타구 속도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타자가 10% 내외로 많지 않다. 메이저리그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 속도에서 가장 이상적인 각도는 10도 내외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그렇기에 나 역시 발사 각도 10도인 스윙을 하는 것이다.

10도 스윙?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다고 가정할 때 타구 속도를 시속 160km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어퍼스윙을 해도 된다. 하지만, 그게 아닌 경우라면 오히려 각도를 낮추는 게 좋은 결과를 낸다는 걸 경험적으로 느꼈다. 지금은 통계적으로도 나온 결론이다. 올려치는 발사 각도 25도 정도의 스윙으로 쳤을 때 잠실구장 펜스 앞에서 잡히는 타구가 많다는 걸 보면서, 난 어느덧 발사각도 10도 내외를 유지하는 타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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