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야구팀에서 보낸 1년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여민재)

샌프란시스코 산호세에 있는 Mission College에 재학 중인 여민재 선수(충암중-충암고 졸업)가 미국 대학야구팀에서 보낸 1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야구》에 글을 보내왔다. 여민재 선수가 전하는 미국 대학야구, 그리고 새로운 도전. – 편집자주

​이곳 미국 대학팀의 훈련에 처음 합류했을 때 모든 것이 제게는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코치님께 인사할 때나 이야기할 때 동료들은 그냥 동네 형을 대하듯 합니다.(아마도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훈련시간이 매우 짧은 것도 제게는 낯선 경험이었습니다. 여러 다양한 문화적 충격들 때문에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것이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와

​거의 매일의 훈련이 똑같고 훈련시간이 긴 한국과 다르게 이곳에서는 훈련 때마다 뭔가 새로운 것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학교의 수비훈련을 조금 소개하면, 내야수들은 항상 ‘habitual’이라는 기본기 훈련으로 연습을 시작합니다. 불규칙 바운드를 잡는 연습, 사다리를 놓고 스텝에 맞춰서 공을 잡는 연습, 허공에서 떨어지는 공을 숏 바운드로 잡는 연습 등 다양한 동작을 체험할 수 있는 연습을 하고 펑고를 받습니다. 모든 스케줄에 초를 재고, 시간에 맞춰서 연습이 끝나는 스케줄이었습니다.

​배팅연습도 6개의 파트로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스윙기본기훈련, 토스배팅훈련, 타이밍을 맞추는 훈련, 투스트라이크 이후에 공을 대처하는 훈련 등 실제 경기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훈련을 세팅한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운동할 때는 보통 저학년들이 선배들을 뒷바라지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숙소 청소나 운동장 관리, 빨래 같은 것들을 후배들이 도맡아서 하곤 했습니다. 늘 선배들과 코치님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어떨 때는 해야 할 운동도 못하고 선배들을 챙겨주기도 했습니다.

​반면 여기는 선후배라는 개념이 크게 자리 잡지 않아서인지 모든 일에서 스스로 책임을 지고 다같이 행동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야구를 한 사람이라면 다 알 겁니다. 후배나 저학년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부당하고 비합리적인 일을 감당하는지를. 저 역시 중고등학교 때 이런 경험들이 수없이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이곳 아이들은 코치들에게 자기의사표현을 자연스럽게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감독, 코치님께 제 생각을 표현 하기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냥 대답만 ‘네’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다보니 코치님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선수가 코치님이나 감독님께 SNS나 이메일을 통해 소통합니다. 평소에도 지도자 분들이 질문이나 말을 자주 걸어서 선수가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그런 분위기라 그런지 이곳 학생들은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고 명백하게 지도자들께 의사표현을 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미국 야구가 좋고 한국 야구는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경험한 문화가 한국 야구부와는 굉장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엄청난 외로움을 이겨낸 강한 도전 의지

​저와 같은 길을 고민하는 후배 선수들이 가장 고민 하는 부분이 영어일 것입니다. 저 역시 미국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한 후부터 영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TOEFL 점수가 필요 했습니다. TOEFL을 공부하며 비록 대학 성적을 만족시키는 점수를 얻지는 못했지만 영어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미국으로 가서는 유학생들이 듣는 영어수업인 ESL 과정을 공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ESL 과정을 수강하면서 한국에서 공부할 때보다 영어가 부쩍 향상되었다고 느낍니다. 이 과정을 마치고 제 생각을 영어로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 같습니다. 그 후에 저는 일반 학생들이 수강하는 정규 과정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에서는 학생야구 선수가 꼭 스포츠와 관련된 전공만을 선택할 필요가 없습니다. 즉 모든 학생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택할 수 있게 해줍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학생야구 선수들이 받을 수 있는 주요 전공은 스포츠 분야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 공부할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비즈니스(경영학) 를 전공으로 선택 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공부해야 할 것도 많지만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유지하면서 지금의 유학생활을 즐기고 있습니다.

​미국 대학 유학의 여러 좋은 점들을 이야기했지만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유학생활은 엄청난 외로움이 동반되는 여정입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내가 여기서 얻어갈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분명 선수 자신이 의지가 없거나 굳게 마음을 먹지 않으면 헤맬 수밖에 없는 여정입니다. 반대로 선수 본인이 정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이 여정은 미래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가 될 것입니다. 저는 학창시절의 전부를 야구에 매진한 사람으로서 불과 1~2년 후에 저의 마인드가 이렇게 변할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저와 같은 도전을 생각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딱 하나입니다. 두려워 하지 마세요.

​글 : 여민재
​2000년생.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야구선수라는 꿈을 가지고 정식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충암중, 충암고를 거쳐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산호세에 있는 Mission College에 다니며 야구의 꿈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One thought on “미국 대학야구팀에서 보낸 1년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여민재)

  • 2021년 7월 21일 5: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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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민규 선수에게 전해질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읽다 보니 13년 전에 미국으로 박사유학을 오면서 미국에 적응하던 생각이 나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미국이란 나라를 한마디로 해보라고 하면 저는 스스로를 챙겨야 하는 나라라고 하고 싶습니다. 한국적인 관점에서 뻔뻔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꼭 표현을 하시고 (그것이 불만이더라도) 자신이 필요한 것은 스스로 먼저 챙기시기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국 회사를 예를 들면 자신의 매니저에게 내가 이만큼 했으니 승진을 시켜달라 혹은 연봉을 올려달라라고 직접적으로 요구를 해야 하는 것은 매우 정당한 권리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회사에서 아무 것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학교에서는 만약 경기일정이 시험과 겹치거나 하면 꼭 교수에게 메이크업시험을 보게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딜을 해보시고 숙제나 리포트 마감이 겹치면 마감을 미뤄줄 수 있는지 등등 필요한 것은 꼭 요구하시고 이야기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영어는 상대방에게 내 말을 알아듣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발음이 별로여도, 문법이 틀렸어도, 알아 들을 수 있게 말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합니다. 표현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문법이나 발음은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립니다. 저랑 일하던 어느 미국인은 자기 생각에 제일 쓸모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영문법이라고 하더군요. 영어는 용기가 99입니다.

    말이 참 길어졌습니다. 미국생활에 적응 잘 하시고 야구도 원하시는 대로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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