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성장을 위한 지도자들의 파트너십

2012년 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팀은 LA에 위치한 피칭 스쿨인 쟤거 스포츠의 투수 훈련기법을 팀의 주요 훈련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였다. 앨런 쟤거 대표는 센터를 거쳐간 42명의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훈련 사례를 바탕으로 한 연구자료를 팀에 제공했고, 클리블랜드팀은 신중한 검토 끝에 훈련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권위를 앞세우지 않고 사설 아카데미의 방법론을 받아들인 팀의 선택은 2015년에 빛을 발했다. 클리블랜드의 선발투수들은 비교적 건강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카를로스 카라스코가 8월에 잠시 자리를 비운 것 말고는 팔과 관련한 부상으로 선발로테이션에 구멍이 난 경우는 없었다. 클리블랜드는 쟤거 스포츠 외에도 몇 개의 사설 아카데미로부터 훈련 기법을 제공받고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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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과학적인 훈련방법에 대한 탐구는 사설 아카데미들간의 경쟁에서 촉발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설 아카데미의 매출과 수익은 선수의 기량향상과 직결된다. 과거의 경력이나 유명세는 단지 참고가 될 뿐이다. 선수가 아카데미를 오기 전과 후가 다르지 않다면 바로 고객을 잃게 되기 때문에 선수의 발전을 위한 과학적인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게 된다. 그렇게 쌓인 정보들은 선수가 소속된 팀에 제공되면서 학교의 지도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많은 선수들을 관리해야 하는 학교팀은 선수 한명한명에 대해 세밀한 관심을 쏟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제공된 데이터는 팀운영을 위한 소중한 정보로 활용된다. 선수를 중심으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며 지도자들끼리 서로를 배척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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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7일에는 미국 전역의 야구지도자들이 내슈빌로 모여들었다. 메이저리그팀 뿐만 아니라 대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사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레슨 코치를 포함한 5700명의 야구지도자들은 3일에 걸친 빡빡한 강연과 클리닉을 통해 최신 야구코칭 지식을 접하고 각자의 경험을 나누었다. 호기심에 VOD로 올라와 있는 강연 영상 몇 개를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대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강연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의를 시작하며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스승이나 동료 코치를 언급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현재를 있게 해준 사람들의 이름을 밝히며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는 함께 일했던 감독이나 코치 뿐만 아니라 경쟁자라고 할 수도 있는 사설 아카데미의 코치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런 모습을 통해 야구라는 삶의 터전을 함께 일구어 나가고자 하는 야구인들의 강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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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도 지역과 소속을 불문하고 모든 야구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나는 같은 시간에 한 장소에 모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내리라 생각한다. 작년 5월에 취임한 대한야구협회장님과 KBO총재께서 지금까지 한번도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접하며 더욱 그런 생각은 강해진다. 서로 얼굴을 보고 밥 한끼 함께 먹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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