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혹사와 부모의 커피당번 : 위기의 유소년야구가 품고 있는 과제

「어린 아이가 너무 많이 던져서 수술을 받았다」 올해 1월,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쓰쓰고 요시모토 선수의 기자회견에서의 유소년야구에 대한 문제제기는 야구관계자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유소년야구의 선수 혹사, 학부모의 「커피당번」이라는 명분하에 이루어지는 「자원봉사」의 강요. 관계자의 증언을 들어보았다. (글:기쿠치 다카히로/사진:도사키 도모히로/야후 뉴스 특집편집부)
 
현역 프로야구 선수의 문제제기
 
일본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현역 스타 선수에 의해 야구계의 폐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19년 1월 25일, 일본 외국 특파원협회(도쿄 치요다구)에서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쓰쓰고 요시모토(27)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외국 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약 100인의 보도진 앞에서 쓰쓰고 요시모토는 유소년 야구 현장의 문제점을 호소했다.
 
「어린 아이들이 야구를 하고 싶어 하지만, 무리한 수술이나 부상으로 인해 야구를 그만둔 케이스를 나 자신도 몇 번이나 보았습니다.」
 
「커피당번을 맡은 부모는 자녀들과 외출하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하지 못한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일본외국특파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쓰쓰고 요시모토 선수(사진 : 나츠키 사카이)
 
다방면에 걸친 쓰쓰고 요시모토의 문제제기 중에서 특히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다음의 2가지 문제이다. 하나는 어린이의 건강에 해를 입히는 지도자나 운영상의 문제. 다른 하나는 「커피당번」으로 상징되는 학부모의 부담이다.
 
코치를 향한 감사의 마음에서 시작되었지만
 
이러한 문제가 일어난 것은 왜일까? 수 년 전에 관동지방의 어느 강호 소년야구팀에 아들이 소속되어 있던 어머니 A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A씨에 의하면 아들이 입단한 팀은 수 십 년의 역사가 있는 팀으로, 선수가 실수를 하면 지도자가 그라운드를 향해 「뭐하는 거야!」라는 욕설을 퍼붓는다고 한다. 학부모에게는 「커피당번」의 역할을 주어 시합일 뿐 만 아니라 연습일에도 당번을 해야만 했다. 커피당번이라는 것은 선수나 지도자, 방문객을 위해 학부모가 스포츠 드링크나 커피 등 음료를 대접하는 역할로, 많은 유소년야구 팀에 반 강제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솔선수범하여 커피당번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지도해 주시는 코치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커피 좀 주시겠어요?』라는 말이 어느새 『취향에 맞게 크림이나 설탕을 넣어 주셔야죠?』라고 변하며 그 도가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점점 당번이 해야 할 일이 늘어서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야구경기 인구 침체는 「저출산의 영향」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출산율 감소 이상의 속도로 유소년 야구선수가 감소하고 있다.(촬영:도사키 도모히로)
 
맞벌이 부부를 비롯해 당번을 하지 못하는 가정도 있다. 그렇지만 당번을 하지 않는 가정은 팀 내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A씨는 「당번이 아닌 날에도 보러 가지 않으면 뒤에서 뭐라고 할지 모르기 때문에」 유소년야구에 대한 협조가 점점 의무화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주말이 우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평일에도 유소년야구팀에서 『누군가 운전해 주실 분 있나요?』라고 하는 연락이 계속 오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부터 『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우선시되고 있습니다. 아들이 금요일 밤에 빨리 잠자리에 들지 않으면, 『만약 내일 지각하면……』하는 생각에 제정신이 아닙니다. 『빨리 자거라!』라고 아들을 혼내게 되고, 그런 조급함이 가족 모두에게 퍼지고 있습니다.」
 
웃으면서 「나으면 다시 할 수 있잖아」라고 말하는 지도자
 
초등학교 4학년 때, A씨의 아들에게 이변이 생겼다. 오른쪽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에이스 투수였던 아들은 과도한 등판으로 팔꿈치가 골절되었다. 치료를 마치고 회복한 후에 팀에 복귀했지만, 아들의 기용 횟수는 변하지 않았다. 
 
「한 시합에 90구 이상을 던지고, 시합에 지면 연습을 하게 되는데, 그 때도 전력으로 던지게 했습니다.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마운드에서 아들은 팔꿈치가 신경 쓰이는 표정으로 어필을 했지만 전혀 교체되지 않았고……」
 
그 결과, 아들은 두 번째 팔꿈치 골절 진단을 받았다. 아들과 함께 팀을 찾아간 A씨는 지도자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었다.
 
「팔꿈치가 아프다고 해도 나으면 되잖아요.」
 
그 말을 들은 순간, A씨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웃으며 가볍게 말하는데…… 거기서 눈이 뜨였습니다. 아들에게 두 번이나 골절을 당하게 해서 부모로서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이런 팀에 들어간 것이 정말 후회됩니다.」
「커피당번」이란 이름의 학부모 부담이, 유소년 야구팀에 자녀를 가입시킬 때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스스로 음료를 준비하면 당번은 필요 없다」는 학부모의 목소리가 예전부터 있었다.(촬영:도사키 도모히로)
 
곧바로 아들을 은퇴시킨 A씨에게 남은 것은 아들의 부상과 야구를 향한 증오뿐이었다. A씨는 「아들이 던지던 모습이 전혀 생각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커피당번이나 볼 등의 야구장비 준비, 현수막을 붙이는 것 등….. 바쁘게 움직여야 했기 때문에 천천히 시합을 볼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유소년야구는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지금 생각하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A씨 아들의 이야기는 결코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최근 가나가와현에서 야구경기 인구의 증가를 목표로 노력 하고 있는 게이오 고교야구 전 감독 우에다 마코토씨(61)는 이렇게 경종을 울린다. 
 
「지인인 스포츠닥터에 의하면, 가나가와현 내에서만 연간 20명의 유소년 야구선수가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성파 지도자로 알려진 우에다 마코토씨. 게이오 고교야구부 감독을 1991년부터 2015년 여름까지 역임하고, 봄과 여름 총 4번의 고시엔에 출장했다.(촬영:도사키 도모히로)
 
선수는 줄고 있는데 시합 수는 늘고 있다.
 
스포츠 닥터로부터 「이대로라면 유소년야구는 무너질 겁니다. 하지만 의료관계자의 의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라는 충고를 들은 우에다씨는, 곧바로 가나가와 현 내에 있는 유소년야구의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많은 팀에서 연간 200회 가까이 시합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가 조사해보니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야구팀이 속해있는 지역의 여러 기업이 유소년야구 대회를 개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컬 대회가 많기 때문에 선수들은 하루에 세 개의 대회에 걸쳐 참가하기도 합니다. 투구수 제한 등의 규정은 대회마다 정해져 있지만, 각각 다른 대회이기 때문에 같은 투구가 또 던지기도 합니다.」
 
초·중학생 야구경기인구(연식·경식 총합)는 2007년 66만 3560명이었던 것이 2016년에는 48만 9648명까지 줄었다. 우에다씨에 의하면, 가나가와 현내에서 2010년에 2000개였던 팀이 2017년에는 800개까지 줄었다고 한다. 선수 숫자가 줄고 있는데 시합 수는 오히려 늘었다. 너무 많이 던져서 부상을 당하는 선수가 속출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특히 성장기 스포츠 선수에게 발생하는 팔꿈치 통증은 「박리성 골 연골염」이다. 요코하마 미나미쿄사이 병원 야마자키 테츠야 스포츠 정형외과 부장에게 그 위험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바닥을 걸을 때는 표면상으로는 별 이상이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토대가 무너지고 있다. 어느 날 점프를 하면 바닥이 삐끗하며 빠지는 느낌이 드는데, 그것이 뼈에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나 외상에 의한 혈류장애가 생기거나 연골 아래의 뼈가 괴사하기도 한다. 초기단계에서는 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잘 알 수 없지만, 관절 연골의 표면에 균열이 생기면 강한 통증을 느껴 시합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최악의 경우 수술을 해야 하는 케이스도 있다.
 
우에다씨는 스포츠 닥터와 연대하여 스포츠 장애를 줄이기 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2018년부터 연 1회 「가나가와 학생 야구지도자 세미나」를 열고 있으며, 약 500명 정도가 참가하고  있다.
「세미나에 참가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문제의식이 높은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세미나를 들어야 하는 사람은 세미나에 오지 않는 사람일 것입니다. 그 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촬영:도사키 도모히로)
 
(계속 이어집니다)
키쿠치 다카히로
1982년에 도쿄에서 태어나 자랐다. 야구 전문지 「야구동자」편집부원을 거쳐 프리렌서 편집자 겸 작가로 활동. 2018년 여름 고교야구계에서 「리얼 루키즈」라고 화제가 된 시라야마 고교의 분투를 그린 『하극상 야구소년, 미에현립 시라야마고교, 고시엔까지의 미라클』을 출판했다.
번역 : Do your best 님
(원문기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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