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많아진 코치의 명明과 암暗

얼마 전 두 분의 학생야구 코치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는 중에 최근 프로야구에서 대형 신인선수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주제가 옮겨 갔다. 뿐만 아니라 신인 선수의 상태가 예전에 비해 체력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떨어진다는 프로팀의 의견에 대해 학교야구부의 지도자분들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계신지도 궁금했다. 다양한 추측과 주장이 오고 간 가운데 중학교 코치님께서 던진 한 마디가 의미심장했다.

“어쩌면 지도자들이 이전보다 많은 것들을 알게 되어서가 아닐까요?”

“네? 지도자분들이 전보다 아는 게 많아졌는데 왜 선수들의 수준이 전보다 떨어졌다는 얘기가 나오는거죠?”

“요즘 젊은 코치들은 제가 봐도 진짜 공부 열심히 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러다보니까 자기가 공부한 걸 어떻게든 선수들에게 전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계속 가르치는거죠. 그러다보니 선수는 자기 것이 없어진다고나 할까.. 여러 코치를 거치면서 죽도 밥도 안되는 거죠. 저도 그런 실수를 했고요.”

이야기를 듣던 고등학교 코치님께서도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주셨다. 대학 진학 후 프로에도 잠시 몸을 담았던 코치님께서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가르치는 것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저희 때는 솔직히 코치님이 훈련하라고 말씀하시고는 옆에 앉아 조는 경우도 많았어요. 코치님께는 죄송한데 저는 어찌보면 그때가 가장 실력이 많이 는 것 같아요. 혼자서 눈치 안보고 이런저런 시도들을 할 수 있었던거죠. 옆에 코치님이 팔짱 끼고 지켜보고 계시면 솔직히 긴장돼서 연습이 안될 때가 많거든요. 근데 제가 가르쳐보니 그냥 놔두는게 잘 안돼요. 분명히 내 말 대로 하면 발전할텐데 안따라오는 애들 보면 답답하고 화도 나고요. 이런다고 애들이 다 따라오는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잔소리를 하고 있더라고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제자들에게 제대로 스며들지 않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는 젊은 코치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희망을 느꼈다. 어쩌면 문제라고 말하는 지금의 육성시스템은 새로운 코칭문화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혼란기의 모습일지 모른다. 무언가를 아는 것과 알고 있는 바를 전달하는 것은 다르다. 트리플A에 있다가 최근 텍사스 레인저스의 코치로 임명된 브래드 홀먼 코치는 같은 내용을 다섯 가지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노력한다고 한다. 가르침과 배움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했기에 취할 수 있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넥센의 피어밴드 선수가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고백한 홀먼 코치의 모습을 통해 지금 우리나라 야구의 육성시스템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그것은 곧 위에 소개한 두 코치님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처방과 같을 것이다. 두 분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몰라서 답답해 하지 않았다. 자신이 아는 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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