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극복하고 돌아온 채드 베티스 선수
암투병을 마치고 멋지게 돌아온 콜로라도 로키스 채드 베티스 선수의 스토리입니다. 야구는 삶의 희노애락을 나누는 도구일 뿐인데 종종 그 사실을 잊곤 합니다. (글 : 이창섭 기자)
지금 메이저리그는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시대다.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스탠튼이 50홈런을 넘어 60홈런을 정복할 수 있을지 여부다. 참고로 박정환 기록원의 <숫자탐구>에 따르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기록은 55개다.
스탠튼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 사이, 콜로라도 덴버에서는 따뜻한 관심을 받은 선수가 나타났다. 고환암을 극복하고 약 11개월만에 돌아온 채드 베티스(콜로라도)다.
베티스는 지난해 콜로라도 1선발이었다. 팀 내 가장 많은 승수(14)와 많은 이닝(186)을 책임졌다. 지난 2년간 콜로라도에서 가장 많이 선발로 나선 선수도 베티스였다(52경기).
팀의 주축이 된 베티스는, 그러나 작년 11월에 고환암 판정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아내 크리스티나와 처음 맞이하는 결혼 기념일에 전해 들었다.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상황에 베티스는 좌절했다.
다행히 수술 예후는 좋았다. 의사로부터 완치됐다는 진단을 받았고, 정상적으로 시즌 준비도 했다. 하지만 베티스에게 또 한 번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쳤다. 암세포가 림프절을 통해 전이된 것이다.
결국 베티스는 9주에 걸쳐 21번의 항암치료를 받았다.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 항암치료는 끔찍하고 고통스러웠다”는 말에서 그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베티스는 5월 중순 마지막 항암치료를 끝내고, 6월 초 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지난 화요일 마침내 메이저리그 마운드로 돌아왔다. 쿠어스필드 관중들은 당당히 마운드에 오르는 베티스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베티스는 공백기를 가진 투수로 보이지 않았다. 애틀랜타 타선을 7이닝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이 날 잡은 아웃카운트 21개는 우연히도 베티스가 그토록 줄어들길 바랐던 항암치료 횟수와 같았다.
많은 동료들이 베티스의 복귀를 환영했다. 이가운데 존 레스터가 남긴 메시지가 눈길을 끌었다. 레스터는 베티스를 향해 “만난 적은 없지만 우리는 형제”라고 반겼다. 레스터는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을 이겨내고 돌아온 선수다. 레스터와 더불어 앤서니 리조(림프종) 마이크 로웰(고환암) 조 토레(전립선암) 대니얼 노리스(갑상선암) 제이미슨 타이욘(고환암) 등이 감격의 복귀를 이뤄낸 선수들이다.
놀란 아레나도는 베티스가 복귀할 수 있었던 배경을 밝혔다. 비단 베티스 뿐만 아니라, 역경을 딛고 일어선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야구를 정말 사랑합니다. 그가 돌아온 이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