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멘탈게임 프로세스 만들기 (앨런 지이거)

얼마 전 미국에서 앨런 지이거Alan Jaeger 선생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이 분 요즘은 제이밴드나 롱토스의 구루로 통하지만 멘탈게임과 관련하여 명상, 호흡훈련, 마인드풀mindfulness 같은 개념을 야구훈련에 접목시킨 선구자이기도 하셨죠. 몇 년전 이분의 책을 접하고 무릎을 탁 쳤었습니다. 미국식 실용주의에 감탄을 했었죠. 대화를 녹음한 것을 풀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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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게임에 관해서는 두 분야로 나눠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 하나는 경기전략으로서의 멘탈게임이고, 또 하나는 이를 위해 평소 어떤 연습을 하느냐다.

예를 들어 투수라면, 최고의 플레이를 하는 투수들은 자신만의 단순한simple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이후에도 ‘프로세스’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여기서 프로세스는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집중상태로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루틴으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그런 투수들은 목표점focul point을 정하고 포수미트를 향해 공을 던지는 지극히 단순한 프로세스를 실천한다.


모든 생각은 경기력을 방해하는 드라마

마운드에 서있는 투수에게는 많은 생각들이 일어난다. 타자가 때린 공이 빠르게 날아가거나, 위급한 상황을 만나면 여러 생각들이 일어난다. 바로 그런 순간에, 일어나는 생각에 빠지지 않고 자신만의 단순한 프로세스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 자신만의 프로세스가 없으면 마음은 드라마를 쓰기 쉽다.

경기 중에 일어나는 모든 생각은 다 드라마다. 하나의 예외도 없이.

지금 내 타율이 얼마지?”
“관중석에 누가 있지?”
“한 이닝만 더 막으면 완봉이야.”
“지금이 고비로군. 이것만 막으면 돼.”

이 모든 것들이 드라마다. 드라마는 경기력을 방해한다. 모든 생각은 기본적으로 드라마다. 긍정적인 생각이든 부정적인 생각이든 똑같다. 자신만의 단순한 프로세스로 돌아오면 드라마는 사그러든다. 숨을 한번 쉬고, 목표점을 바라보고(의도), 공을 던진다(실행). 마치 로봇처럼.

“지금 만루야.” (생각이 일어남) ☞ 숨을 쉬고, 목표점을 바라보고, 던진다.
“스카우트가 많이 와있네.” (생각이 일어남) ☞ 숨을 쉬고, 목표점을 바라보고, 던진다.
“결승이니까 잘 던져야 해.” (생각이 일어남) ☞ 숨을 쉬고, 목표점을 바라보고, 던진다.
“쓰리볼로 몰렸어. 볼넷 주면 안되는데..” (생각이 일어남) ☞ 숨을 쉬고, 목표점을 바라보고, 던진다.
“투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야.” (생각이 일어남) ☞ 숨을 쉬고, 목표점을 바라보고, 던진다.
“잘치는 놈이 나왔군.” (생각이 일어남) ☞ 숨을 쉬고, 목표점을 바라보고, 던진다.

이것이 내가 선수들에게 알려주는 주된 멘탈게임전략이다. 이것은 지극히 단순하다. 하지만 최고의 선수들은 이 전략을 사용한다.


매일 5분 심호흡 연습

두번째는 연습이다. 멘탈게임도 평소의 연습이 중요하다. 최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집중상태는 ‘나는 경기중에 생각(드라마)에 빠지지 않을거야’라는 결심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연습을 통해 갖추게 되는 능력이다.

매일의 연습을 통해 마음을 보다 집중시키고, 보다 명료하게 만들고, 일어나는 생각도 잘 알아차리고, 프로세스를 보다 분명히 인식하게 될 때 경기 중에도 자신만의 프로세스로 돌아오는 힘이 생긴다.

매일 5분 정도의 심호흡 연습을 권한다. 매우 단순하다. 심호흡을 하며 그저 숫자를 세는 것이다. 들숨에 하나, 날숨에 둘. 이런 식으로 처음에는 20까지 세어본다. 숨을 억지로 길게 늘리려고 하거나 조절할 필요는 없다. 그저 자연스럽게 나오는 들숨과 날숨을 관찰하며 숫자를 센다. 숨을 바라본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이 연습은 매우 단순하지만 경기 중에 일어나는 생각으로 벗어나 자신만의 프로세스를 인식하기 위한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생각이 일어날 때 이를 다루기 위한 이상적인 방법은 생각을 없애려고 하거나 생각과 다투지 않는 것이다. 생각의 존재를 허용하는 것이다. 생각이 일어나면 ‘아! 생각이 일어났구나’ 하면서 인정하고 다시 프로세스로 돌아오면 된다. 숨을 쉬고, 목표점을 바라보고, 던진다.

이 연습의 목표는 심호흡에 집중하는 것이지만 중간에 생각이 일어났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자책할 필요는 없다. 다시 호흡으로 돌아와 다음 숫자를 세면 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분명한 의도intention를 가진 선택이다. 호흡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드라마 속에 머물 것인가? 우리는 드라마에 빠져 있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 이는 어릴 때부터 오랜 시간 길들여진 결과다. 그래서 어떤 일이 벌어지면 쉽게 드라마에 빠지곤 한다.


시간을 따로 내서 연습하라

여기 아주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어떤 선수가 숨을 쉬고, 목표점을 보고, 공을 던지는 단순한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실제 경기 중에 프로세스를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은 어렵다. 마음이 어릴 때부터 드라마에 빠지는 ‘연습’을 해왔기 때문이다. 즉, 마음은 드라마에 디폴트default되어 있다. 이건 맞고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그런 패턴에 길들여졌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안에 내장된 프로그램을 조금씩 연습을 통해 바꾸어야 한다. 그래서 생각이 일어날 때 프로세스로 돌아가겠다는 분명한 의도가 중요하다. 의도가 있을 때 우리의 의식은 그에 맞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최고의 플레이에는 드라마가 없다. 존zone(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정신상태를 의미하는 단어)에 들어간 선수는 일체의 산만함이나 스트레스 없이 경기를 한다. 프로세스로 돌아오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드라마를 일으키는 과거의 습관들이 바로 머리를 가득 채우게 된다. 우리의 일상은 늘 산만함에 노출되어 있다. 훈련이나 경기를 하려고 하면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 여자친구 문제 등이 집중을 방해하곤 한다. SNS도 한몫 한다.

이것은 피지컬 트레이닝으로 몸이 변하는 것과 같다. 마음(의식)mind의 질도 연습으로 변하게 된다.

자신만의 프로세스가 무엇인지 적어보길 바란다. 머릿속에 드라마가 펼쳐질 때 하는 자신만의 프로세스는 무엇인가?

나는 숨을 쉬고, 목표점을 정하고, 던진다고 하는 나만의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그런데 어떤 선수는 스파이크에 닿는 흙을 느끼는 프로세스를 사용한다. 또 어떤 선수는 숨을 크고 깊게 쉬는 것을 프로세스로 정하고 있다. 그렇게 자신만의 프로세스를 정했다면 그 외 나머지는 모두 드라마다.

펑고 연습, 플라이볼을 잡는 연습을 하듯 매일 연습해야 한다. 시간을 따로 내서 연습하는 것이다.


대화가 끝나고 실제로 호흡연습을 함께 했습니다. 앨런 선생님과 아들이 나눈 마지막 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앨런 : 얼마나 나의 말을 이해했는지 피드백을 받고 싶다. 지금 우리가 한 연습이 야구와 무슨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나?

아들 : 야구경기는 그 자체가 드라마니까요.

앨런 : 그렇다면 호흡연습이 야구를 하는데 어떤 도움이 될까?

아들 : … 횡설수설 …

앨런 선생님은 웃기만 하시고 답을 주지 않으셨습니다. 연습을 계속 하다보면 왜 이 뚱딴지같은 연습이 야구에 도움이 되는지 분명히 알게 될거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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