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사랑을 이용하지 마라

양육과 관련해서 읽은 몇 권의 책 중에 저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친 책입니다. 원서 제목은 ‘Unconditional Parenting’, 즉 ‘무조건적인 양육’입니다. 저는 대체로 저자의 주장들에 동의하는 편인데 기존의 통념과 부딪히는 내용도 조금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여지들이 꽤 있습니다. 문득문득 생각날 때마다 보려고 줄쳐놓은 부분만 정리했습니다. 올리려고 다시 보니 또 새롭네요.^^


작은 인간애가 이 세상의 모든 규칙보다 더 소중하다. – 장 피아제

새로운 수단을 새로운 목적으로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현대적인 방법으로 변하긴 했지만 그 목적은 여전히 아이를 통제하는데 있다.

부모는 아이가 행복하고 독립적이고 꿈을 이루고 유복하고 책임감 있으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친절하고 탐구적이고 자신감 넘치기를 바란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하는 행동이 우리가 원하는 바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연 우리의 일상적인 행동은 우리가 바라는 사람으로 아이가 자라는데 도움이 될까?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교육방법조차도 더 의미있는 기준으로 보면 성공적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은 잠깐이며 이런 행동은 금새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서 워싱턴의 영아를 대상으로 5세까지 관찰한 결과 잦은 순종은 부적응과 관련이 있다. 바꿔 말하면 부모의 권위에 어느 정도 저항하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신호라는 말이다. 놀라울 정도로 얌전하게 행동하는 아이는 부모가 원하는 것을 하고 부모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지만, 그 대가로 자아를 잃어버린다. 건강한 아이는 엄마가 하는 말에 무조건 따르는 아이가 아니다. 오히려 그만 놀고 장난감을 정리하라는 말에 반기를 들지만 점차 엄마에게 협조할 줄 아는 아이가 건강한 아이다.

어떤 일을 옳다는 믿음으로 하는 아이와 강박감으로 하는 아이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아이가 부모의 가치를 내면화하도록 하는 것은 아이가 자신의 가치를 확립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녀가 있는 부모는 다음과 같이 불평을 늘어놓는다.

“우리 아이는 예전에는 참 착했는데.. 얌전하고, 옷도 예쁘게 입고.. 그런데 지금은 친구들 따라..”

아이는 부모가 말하는 대로 옷을 입고, 부모가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말했다. 아이는 누군가 자신에게 지시하는 말만 듣고 자랐다. 아이가 변한 것이 아니다. 아이는 여전히 누군가의 말을 따르고 있을 뿐이다 지시하는 누군가가 이제는 부모가 아닌 친구로 바뀌었을 뿐이다.  (바바라 코로로소)

너무 중요한 나머지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절대적인 목표는 없다. 아이를 훌륭한 인격체로 자라도록 하는 것이 의미있는 목표인데도 어떤 사람은 이 목표를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한다. 하지만, 이상이 없다면 우리는 가치있는 존재가 될 수 없다. 이상이 반드시 ‘실현 불가능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1장 조건적 양육

아이가 한 일로 아이를 사랑하는 것 vs 아이 자체를 사랑하는 것

아이는 부모의 인정을 받을 필요가 없다. 우리는 아무 이유 없이 아이를 사랑해야 한다. 아울러 더 중요한 점은 우리가 아이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아이 자신이 조건 없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부모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은 아이는 큰 실수를 하거나 부족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또한, 이런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아이는 더 자유롭게 타인을 인정하고 돕는다.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그들은 마치 겉으로 드러나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말한다. 아이가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고, 무엇이 필요한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동기와 가치는 잊어버린다. 생각은 오로지 아이의 행동 변화에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아이를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게 하거나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교육법을 낳는다.

“미안하다고 해야지.”

부모는 아이가 미안하다고 말하면 마법처럼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조건없는 양육은 행동을 느낌이나 생각, 욕구, 의도를 단지 밖으로 표출하는 수단으로 본다. 중요한 것은 어떤 행동을 하는 아이이지 행동 자체가 아니다. 아이는 훈련받아야 하는 애완동물이 아니며, 입력한 값에 정해진 대로 반응하는 컴퓨터도 아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조건없는 양육은 아이가 부모의 기분을 상하게 할 의도가 없었다는 생각해서 출발한다. 아이는 일부러 심술을 부린 것이 아니다. 자신이 아는 유일한 방법으로 뭔가 문제가 있음을 표현했을 뿐이다. 그 문제란 방금 일어난 문제일 수도 있고 얼마 동안 가슴 속에 담고 있던 문제일 수도 있다. 

이런 관점은 아이를 낭만적이거나 비현실적으로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이는 때로 버릇없는 행동을 하다. 하지만 아이는 가르침과 도움이 필요할 뿐이지 길들이고 복종시켜야 하는 존재는 아니다. 아이는 동정심이 많지만 공격적이고, 이타적이지만 이기적이고, 협동적이지만 경쟁적일 수 있다. 

어린아이가 난동을 부리거나 안씻겠다고 거부할 때, 아이는 자신이 느끼는 불안의 원인도 모르고, 느낌을 보다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하지도 못하며, 약속을 기억하고 지킬 능력도 없다.

현실에서 우리는 좋은 것은 노력해서 얻어야 하고 공짜란 절대 없다고 배웠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규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무척 화를 낸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복지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갖는 적대감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얼마나 많은 직장에서 성과급 제도를 시행하는가. 결국 사람은 어떤 것도 그냥 얻어서는 안된다. 심지어 행복이나 사랑조차도. 

조건 없는 양육은 가정이 이런 거래로부터 피난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모의 사랑은 값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순수한 선물이다. 모든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조건적 양육의 효과

“자신이 한 행동에 따라 부모의 사랑이 달라진다고 느끼는 아이는 평가받지 못한 자신을 부인하게 된다.” (칼 로저스)

결국 아이는 자신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거나 생각하고 느낄 때만 자신을 가치있는 존재로 여기게 된다. 아일랜드 보건아동부가 규정한 ‘정서적 학대’의 10가지 예를 보면, 끊임없는 비판과 빈정거림, 적대감, 비난에 이어 두 번째 예가 바로 ‘아이의 행동에 따라 보살핌을 달리하는 조건적 양육’이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느낌보다 아이가 그 느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 가르친 내용이 아니라 학생이 배운 내용이 중요하듯이. 중요한 점은 아이가 받아들인 메시지이지 우리가 전달했다고 생각하는 메시지가 아니다. 

덴버 대학의 어느 연구에 따르면 부모의 인정을 받기 위해 어떤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십 대 아이들은 결국 자기 자신을 좋아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아이들이 ‘그릇된 자아’를 형성하는 길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부모가 좋아하는 유형의 사람인 ‘척’ 한다는 말이다. 부모에게 인정받으려는 이 절박한 노력은 종종 우울증, 무기력증으로 이어지며 진정한 자아를 잃어버릴 확률도 커진다. 이런 아이는 자신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기 위해 너무 열심히 노력한 나머지 어느 시점이 되면 자신이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조차 잊어버린다.  

또 어떤 연구에서는 어릴 때 부모의 기대에 부응했을 때만 사랑받았다고 느낀 엄마는 성인이 된 지금도 자기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또한 부모가 되자 자신의 부모와 똑같은 방법으로 아이를 키웠다는 점이다. 자신의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음에도..


2장 사랑, 주기와 멈추기

숫자나 등급으로 성적을 매기지 않을 때 학생들이 더 열심히 배운다. 외적동기가 내적 동기를 손상할 수 있다. 외적 동기가 커지면 내적 동기는 줄어든다. 어떤 일에 대해 보상을 받으면 받을 수록 사람은 보상받기 위해 하는 일에 흥미를 잃어버린다.

칭찬의 문제점

연구자들은 창의적인 업무처리로 칭찬을 받은 삶이 종종 다음 업무에서 실수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번 칭찬을 받으면 ‘그 일을 계속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고, 그렇게 되면 주된 목표가 더 많이 칭찬받는 것이 되어 일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적인 일을 하다 보면 어려운 일에 도전하기 마련인데, 계속 긍정적인 반응을 유지할 방법을 찾기 시작하면 이런 도전의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칭찬은 단순히 조건없는 사랑과 다른게 아니라 정반대의 개념이다. 칭찬은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나를 기쁘게 하고 나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려면 시키는대로 해!”

“잘했어!”라는 말은 설명이 아니라 판단이다. 이 말은 아이가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불안감을 갖게 한다. 칭찬은 “네가 잘했기 때문에 사랑해”라는 말과 같다. 

1970년대에 플로리다에 사는 연구자 메리 버드 로우Mary Budd Rowe는 학교 교육방식을 조사하면서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를 발견했다. 교사로부터 자주 칭찬받은 아이는 대답할 때 머뭇거리는 경향이 있었다. 또 이들은 친구에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도 서툴렀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그리고 교사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면 바로 그 의견을 접었다.

아이는 눈치로 부모가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는지를 확인한다. 이는 아기가 넘어졌을 때 자기가 다쳤는지를 알기 위해 부모의 얼굴을 쳐다보는 행동과 같다. 칭찬 때문에 아이는 자신이 이룬 성과에도 기쁨이 줄어들고, 심지어는 결과가 어떤지조차도 파악하지 못한다. 극단적인 경우 이런 이는 성인이 돼서도 늘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칭찬 중독자’로 변한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디치와 리처드 라이언은 진정한, 혹은 조건없는 자존감을 지닌 사람도 성공할 때는 기쁨이나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실패할 때는 실망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으로서 갖는 자기 가치에 대한 이들의 감정은 성과에 따라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해서 우쭐해하거나 우월감을 느끼지 않으며, 실패했다고 해서 우울해하거나 자신이 보잘 것 없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대개 자신의 가치가 성과에 따라 정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실패를 일시적인 후퇴, 풀어야 할 문제로생각한다. 이들은 또한 덜 불안해하고 덜 우울해한다. 그리고 이들은 자존감이라는 문제 자체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3장. 과도한 통제

“우리 사회에서 양육의 가장 큰 문제는 자유방임이 아니라 자유방임에 대한 두려움이다.” (임상심리학자 시드니 크레이그)

아이를 대할 때 우리는 아이의 욕구와 선호를 존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아이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 많은 부모가 마치 아이는 성인처럼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는 듯이 행동한다. 하임 기너트는 아이가 실수로 물건을 두고 갔을 때의 우리 반응과 늘 무언가를 놓고 다니는 어른이 물건을 두고 갔을 때의 우리 반응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한 연구에서는 반항이 심한 미취학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었다. 몇몇 엄마에게는 평상시 하던 대로 아이와 놀아주라고 요청했고, 다른 엄마에게는 ‘아이가 선택한 놀이에 참여해 아이에게 놀이의 성격과 규칙을 정하도록’ 하라고 요청했다. 이들 부모에게는 아이에게 지시나 비판, 칭찬을 삼가해 달라고 부탁했다. 놀이가 끝나고 나서 연구자의 요청에 따라 엄마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치우라고 지시했다. 결과는 통제를 적게 받은 아이, 즉 놀이 방법에 더 많은 선택권을 가졌던 아이가 엄마의 지시에 훨씬 더 잘 따랐다.

권력에 기초한 방법은 단순히 효과가 없는 것 뿐 아니라 설령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심각한 해를 가져온다. 강압적으로 아이를 부모의 결정에 따르게 하면 아이는 무력감을 느끼고 그 무력감은 강한 분노로 변한다. 

“우리는 이겨도 진 것이다. 아이를 힘으로 위협하고 처벌로 순종하게 하면 아이는 무력감을 느낀다. 아이는 무력감을 견디지 못하고 또 다른 대립구도를 만들어 자신도 힘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한다.” (낸시 사말린)
이런 아이는 권력을 가진 인물을 계속 경멸하며 자란다. 때로는 이 모든 적대감을 학교나 운동장에 쏟아내기도 한다.  
“부모가 아이의 삶을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에 아이는 부모가 아는 삶과 부모가 모르는 또 다른 삶을 산다.”  (시드니 크레이그)

 

통제의 대가

제약과 통제를 받는다고 느끼는 아이일 수록 사교적인 활동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이런 아이는 부모를 기쁘게 하고,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느끼며 자랐다. 이 문장에서 중요한 말은 ‘해야한다’ 이다. 따라서 아이는 다른 생각을 할 만큼 심리적으로 자유롭지 못했다는 말이다. 

조건에 따라 부모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 방식이 ‘진정한 선택’ 보다는 ‘강한 내부 압력’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성공 후의 행복감이 오래가지 않았으며, 자신에 대한 생각도 자주 바뀌었고, 종종 죄책감이나 부끄러움도 느꼈다고 했다. 

아이는 때로 먹지도 않고 온종일 나가 놀아 걱정을 끼치다가도 갑자기 엄청난 양을 먹어 치운다. 만약 아이가 살찌는 음식을 먹으면 그 다음에는 덜 먹거나 칼로리가 적은 음식을 먹는다. 

일리노이 주의 영양학자의 실험, 이들은 아이가 배고플 때가 아닌 식사 시간에만 밥을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는 부모, 아이는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그릇을 다 비워야 한다고 가르치는 부모, 또는 상으로 음식을 이용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칼로리 섭취를 조절할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 부모 중 몇몇은 자신 또하 음식 섭취에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 문제를 자기 아이에게 고스란히 넘겨주는 듯했다. 


4장. 처벌의 대가

부모가 어떤 이유로 처벌하든지 간에 처벌은 역효과를 가져온다. 가정에서 규칙을 어겨 처벌받은 아이가 집 밖에서는 더 위험한 방법으로 규칙을 어긴다. 아이를 때리는 행위는 분명히 아이에게 교훈을 준다. 그 교훈은 다름아닌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상처를 입힘으로써 자기 방식을 따르게 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방청소 안하면 간식 없어.”

이렇게 처벌 계획을 아이에게 미리 설명하면 부모는 양심의 가책을 덜 느낀다. 공정한 경고를 미리 줬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말은 아이를 위협하는 말이다. 이 말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나는 네가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없으면 올바로 행동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이런 말은 아이를 믿지 못한다는 메시지로 아이가 외적 동기를 따르는 원인이 된다. 또 아이가 힘없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는 말이다. 

아이가 학교에 비옷을 두고 오면 다음날 비에 젖도록 내버려 두는 것. 이런 ‘자업자득’ 방법도 실제로는 처벌의 한 유형이다. 

처벌은 왜 실패하는가? 

처벌은 사람을 화나게 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분노를 안으로 일으킨다. 기회 있을 때마다 희생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결국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처벌은 권력사용을 미화한다.실제로 모든 처벌은 비슷한 것을 가르친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롤모델인 부모가, 문제가 생기면 힘으로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해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만은 확실히 배울 것이다. 그러므로 처벌은 아이를 화나게 하는 동시에 적개심을 표출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아이가 어릴 때, 아이를 통제하기 위해 계속 권력을 이용하면, 당신은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법을 결코 배우지 못한다. 따라서 권력에 의지하면 할수록 아이의 인생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은 점점 줄어든다.” (토마스 고든)

동생을 때린 벌로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을 보지 못하고 방으로 들어가라는 말을 들은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할까? 대개 처벌받은 아이는 자기가 한 행동에는 관심이 없다. 그렇게 행동한 이유나, 대신 했어야 하는 행동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다. 아이는 부모가 얼마나 사악한지, 그리고 자신을 곤경에 처하게 한 아이에게 어떻게 복수할지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다음에 또 그럴거야?” 라고 부모가 물으면 ‘알았어요. 다음엔 들키지 않을께요.’ 아이는 이렇게 생각한다. 처벌받지 않는 아이는 자신이 한 일을 인정하는데 그다지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처벌은 자기 중심적인 아이로 만든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사실을 배워야 한다?’

‘대가’라는 말은 처벌에 대한 완곡한 표현과 함께 처벌에 대한 변명으로 주로 논의된다. 하지만 누구를 위한 대가인가? 

착하게 굴면 상을 주고 못된 짓을 하면 처벌을 하려고 하는 가정이나 교실에서 아이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갖는다.

“힘 있는 부모나 선생님이 내게 원하는게 뭐지? 그렇게 하면 나는 무엇을 얻지?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어떻게 되지?”

결국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질문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에서 멀어지게 한다.

아이가 처벌을 통해 아는 것은 고통이다. 자신이 의존하는 누군가가 그 고통을 주었다는 사실과 함께 말이다. 아이는 이런 상황을 굉장히 혼란스러워한다. 아이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때로는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누군가 다른 친구의 장남감을 빼앗아 처벌을 받은 아이가 있다면그 아이는 친구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게 된다. 단지 자신에게 일어날 일만을 걱정한다.

다음 모든 스펙트럼이 처벌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

심한 체벌 / 가벼운 처벌 / 기타 처벌 / 물질적 보상 / 말로 하는 보상 (칭찬)


5장 성공 강요하기

부모는 아이에게 너무 많이 해주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기 보다는 다소 불안하더라도 ‘누구를 위해’ 하고 있는지를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혹시 반사된 영광 누리기는 아닌지..

아이가 학교 성적을 올리는데만 매진하면 세 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학습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도전적 과제를 피하고, 깊고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다른 목표보다도 성적에 가치를 둔 부모는 아이가 ‘새로운 것을 많이 배우지만 그만큼 실수도 따르는’ 과제보다는 ‘최소의 노력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얻는’ 과제를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한다. 

단어나 숫자, 생각에 진심으로 흥미를 느끼는 평생 학습자가 되고, 쉽고 안전한 길에 기대지 않으며, 깊이 생각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다면, 아이가 점수에 대해서는 잊도록 도와야 한다.

어느 시점이 되면 아이는 말하지 않아도 이런 압력을 내면화하고 직접 자신을 몰아세우다. 이런 아이는 성공하지 못하면 자기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 이쯤 되면 공부하고 성취하려는 동기는 있으나 본질적인 동기는 아니다. 이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성취하지만 자유롭게 선택했다는 기분은 들지 않으며 즐거움도 느끼지 못한다. 

“어떤 아이는 부모를 실망시킬지도 모른다는 끝없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릴리안 카츠)

어떤 아이는 ‘자기 불구화self-handicapping'(어떤 일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할 때, 다른 이유를 핑계나 구실로 들어 자존심을 보호하는 일) 현상에 빠진다. 이런 아이는 성공하지 못한 변명을 위해 일부러 노력을 멈춘다. 이렇게 해서 아이는 자신이 똑똑하다는 생각을 유지한다. 그리고 자신이 공부했다면 굉장히 잘했을 것이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자존감이 약할수록, 단순히 포기함으로써 자존감을 지키려는 충동이 더 강해진다. 달리 말하면, 자신의 성과에 핸디캡을 주면, 실패할 확률은 높지만 자신을 실패자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고,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으로 생각할 필요가 없게 된다.

운동을 잘해야 한다?

“오늘 연습하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야. 두번 다시 운동한다는 소리 하지 마.”

승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부드럽게 말하는 부모가 어쩌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독설을 내뿜는 부모의 행동을 혐오하면서도 자신의 아이에게는 경쟁적인 스포츠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전달한다. 성공에 대한 기대도 빠뜨리지 않고,

“우리는 단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라고만 해요.”

게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과 단순히 즐기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그리고 이런 말 속에 다른 뜻이 있다는 것을 아이도 확실히 안다. 아이가 집에 돌아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때와 아이가 트로피를 안고 집에 돌아왔을 때 똑같이 반응하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아이는 부모의 관심과 기쁨이 자신의 성과, 더 정확히 말하면 다른 아이를 누른 승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해야한다는 압박감

경쟁은 사람이 온 힘을 다해 일하고 배우는데 걸림돌이 된다. 여러 이유로 일의 대부분은 최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서로 무너뜨릴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최상의 결과는 이런 순위 싸움에서 벗어날 때 나온다. 

흔히 행복하고 만족한 삶을 사는 사람은 자신과 사회에 대해 더 많이 배우려 노력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가능한 적게 일하려는 욕구는 평범한 현상이 아니며 무언가 잘못됐다는 신호다. 

조건없는 사랑을 받은 아이는 자신을 조건없이 받아들인다. 자신에 대한 신념이 있고,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는 사람은 빈둥대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성과에 상관없이 사랑받는다고 믿는 사람은 훨씬 더 많은 것을 성취한다. 조건없는 인정은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도 좋다는 자신감을 키워준다. 깊은 만족감에서 성취에 필요한 용기가 나온다.


6장 무엇이 우리를 방해하는가?

우리가 그토록 오랫동안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알지 못하면, 아이에게 이렇게 행동하라거나 저렇게 말하라는 조언은 진정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 단계를 외면하면 우리는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새로운 의견에 반대하며, 설사 새로운 의견을 받아들인다 해도 어려움이 닥치면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돌아가게 된다.

우리가 보고 듣는 것

우리는 부모가 우리를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 키우는 법을 배웠다. 많은 부모가 다른 길을 택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들 부모의 노골적인 판단과 암시가 여전히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자기만의 양육방식으로 아이를 키운다 해도 주변의 일관된 양육방식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전형적인 방식이 보편화되면 우리는 그 방식이 옳다고 믿게 된다.

나쁜 교육은 쉽다. 우리는 힘 안 들이고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벌할 수 있다. ‘일방적인’ 방법은 대개 생각이 필요 없다. 반대로 ‘함께 하는’ 방법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당연히 우리가 함께 하는 방법에 익숙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한다면 일방적인 방법을 고집하게 된다.

나쁜 교육도 효과적일 수 있다. “지금 당장 컴퓨터 꺼.” “지금 숙제하지 않으면 일요일에 놀러 못갈 줄 알아.” 이런 방법에 의존할 때마다 부정적인 효과는 쌓이지만 그 효과가 바로 나타나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는 그런 방법을 쓰길 주저할 만큼 부정적인 면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믿는 것

인간 본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자기 아이를 통제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의 발달 한계를 이해하는 부모는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을 보면 차분히 설명하는 쪽을 택한다. 아이가 전통 규칙과 권위에 순응하기를 바라는 문화에 사는 사람일수록 아이를 체벌할 가능성이 크다.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까지는 아이를 풀어주는 편이에요. 그런데 그 다음에는 너무 권위적으로 바뀌어 나 자신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내버려 두는 것과 처벌하는 것은 정반대의 현상이 아니다. 둘 다 아이에게 필요한 부모의 관심이 빠져 있으며, 생산적이지도 않다. 어떤 가정은 부모가 두 가지 역할 중 하나씩 맡는다. 한 명은 엄격한 교육자가 되고 다른 한 명은 내버려 두는 쪽을 택한다. 마치 이 두가지 잘못된 방법이 생산적인 하나의 방식으로 바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경험한 것

부모의 기본적인 양육방식은 ‘아이와 직접 경험을 쌓기 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다’ 라는 많은 연구 결과가 있다. 기본적인 양육 방식은 부모가 오랜 전에 겪은 경험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어렸을 때 겪었던 잔인한 행동과 사고방식을 계속 대물림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자신의 부모를 계속 이상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스 밀러)

밀러의 전제는 부모가 우리에게 한 모든 행위가 사실은 우리를 위해, 우리를 사랑해서 한 일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확고하게 믿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다는 의심조차 우리에게는 위협이 되므로 그러한 의심을 지워버리기 위해 우리는 부모가 우리에게 했던 방법과 같은 행동을 우리 아이에게 하는 것이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존 보울비는 부모가 감정이입을 바탕으로 한 양육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그런 부모가 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조건없는 사랑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조건없는 사랑을 받지 못했다면 조건없는 사랑을 주지 못한다. 어렸을 때 조건에 따라 인정받은 사람은 자신의 아이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같은 방식으로 인정하게 된다. 이런 부모는 사랑을 아껴써야 하는 귀한 물건으로 생각한다. 

기본적인 정서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나이 든다고 해서 이 욕구가 그냥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 간접적이고 복잡한 방식으로 이 욕구를 충족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당신은 똑똑하고, 매력적이며, 사랑받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에게 더 집중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당신의 관심을 받아야 하는 사람, 특히 당신의 아이는 당신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느기지 못한다. 이유는 당신이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느라 너무 분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두려워 하는 것

무능하다는 두려움 때문에 어떤 부모는 아이의 요구를 모두 들어준다. 반면 어떤 부모는 절대적인 주도권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며 자신의 의심을 덮어버린다. 

부모의 말이 곧 법이었던 가정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나약함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느낀다. 대립하는 상황에서 아무도 자신의 욕구와 바람을 들어줄 수 없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이렇게 발생한 무력감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의 아이를 통제하면서 어느 정도 이런 무력감을 보상받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므로 역설적으로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모일수록 강압적인 통제 방식을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가 아이에게 행동문제라고 일컫는 행동 대부분은 아이의 정당한 반항이며, 우리가 아이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이를 행동문제라고 부른다.” (노르만 쿤크)

“고맙습니다. 해야지?”

우리가 아이에게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진정으로, 머리뿐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한다 해도 아이에 대한 우리의 행동을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아이에게 방금 한 말이나 행동이 아이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내 욕구나 두려움, 그리고 내가 자라온 방식과 더 관련이 있는가?” 아니라고 답을 하고 싶더라도 우리는 이 질문을 계속해야 한다. 일단 우리의 행동에 대한 적절한 이유를 찾는다면, 다음은 더 나은 부모가 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나아갈 수 있다.


7장 조건없는 양육의 13가지 원칙

“아이가 00라고 말하면 00의 입장에서 00라고 말하고 00의 목소리 톤으로..”

이러한 구체적인 제안은 부모와 아이를 똑같이 무시하는 말이다. 

아이가 조건없이 사랑받는다고 느끼게 하기는 어렵다. 아이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내면의 복잡한 심리를 파악해 대응하기는 어렵다. 당근과 채찍으로 아이를 통제하기보다 아이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가 올바른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기는 어렵다. ‘함께 하는 것’은 ‘일방적인 것’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말을 잘 들을까?”

질문을 바꾸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채워줄까?”

아이가 바라는 것을 항상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아이를 항상 생각하고, 아이의 욕구를 무시하지 않을 수는 있다. 아이도 자신의 관점이 있고 우리와 다르지만 두려움과 걱정거리가 있으며, 단순히 귀여운 아이가 아닌 자기만의 방식이 있는 하나의 인격체로 봐야 한다.

1. 반성하라.

최고의 부모는 자기반성을 할 줄 알며, 기꺼이 힘든 시간을 감당한다. 지금의 양육방식을 선택한 동기가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하라. 스스로 솔직할수록, 즉 자신의 욕구와 경험이 아이를 다루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할수록 당신은 발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아이의 특정성격에 과민반응을 보이며 화를 내는 부모는 그 특정성격이 가장 싫어하는 자신의 성격과 같은 경우가 많다. 

“타인의 용서할 수 없는 실수는 바로 자신의 실수와 같은 실수다.” (피에트 파인)

2. 자신의 요구를 다시 살펴보라.

부모의 요구를 아이가 듣지 않을 때 어쩌면 문제는 아이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요구에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아이에게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이고 있다면 아이에게 어떤 음식을 먹으라고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

3. 장기적인 목표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가 진심으로 추구하는 목표를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일상의 사소한 일, 말다툼이나 좌절로 인해 너무 쉽게 중요한 문제들을 등한시한다.

4. 관계를 우선시한다

“올바른 것이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다.”

부모가 방에 들어갔을 때 아이의 태도가 어색해진다면 옳고 그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현실적인 면에서도 아이가 잘못 행동한 이유를 우리에게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하게 느낄 때 문제 해결이 쉬워진다. 이렇게 되면 아이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우리에게 와서 조언을 구하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도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할 것이다. 게다가 아이가 우리를 신뢰할 때, 우리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면 우리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다.

물론 사랑이 넘치는 확고한 관계를 단순히 쓸모있다는 이유로 정당화해서는 안된다. 이런 관계는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아이를 잠자리에 들게 하거나, 변기를 사용하도록 하고, 예절을 가르치기 위해 이런 관계를 무너뜨릴 가치가 있는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5. 행동이 아닌 시각을 바꾸어라

조건없는 부모는 아이가 부적절한 행동을 하면 괴롭힐 기회가 아닌 가르쳐야 할 기회라고 본다. 아이의 행동을 ‘가르칠 수 있는 순간’으로 보면 아이를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시킬 수 있다.

6. 존중하라

“우리 애는 변덕이 심해서..”
“왜 그렇게 말하는 거야? 오빠한테 그러면 안되지!”

존중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대한다는 뜻은 위와 같은 말을 하지 않는 노력을 의미한다. 결국 아이는 자기 감정은 중요하지 않으며, 이런 감정을 갖는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다고 믿게 된다.

7. 진실하라

그렇다고 우리 삶의 소소한 일들을 모두 아이에게 털어놓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아이가 충분히 클 때까지 말하지 않을 일이 있고, 절대로 말하지 말아야 할 일도 있다.

사람은 자기만의 욕구가 있다. 따라서 좋아하는 행동도 있고, 싫어하는 행동도 있다. 아이도 이런 사실을 알아야 한다. 사람은 때로 혼란을 겪기도 하고, 방황도 하며, 지치기도 한다. 사람은 항상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진 않으며, 때로는 생각 없이 말하고 나중에 후회하기도 한다. 부모는 실제보다 더 능력있는 것처럼 행동해서는 안된다. 부모도 잘못을 저지르면 아이에게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있잖아. 엄마가 어젯밤에 한 말을 생각해봤는데 엄마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

사과가 중요한 이유는 부모 대부분이 사과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소한 한 달에 두 번은 아이에게 반드시 사과하라. 왜 한 달에 두 번일까? 모르겠다. 내게는 그만큼이 적절해 보인다.

아이에게 사과하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확실한 본보기가 된다. 아이가 미안함을 느끼지도 않는데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하는 일(“미안하다고 해야지!”)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아이에게 사과의 개념을 가르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과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사과는 완벽한 부모라는 틀에서 벗어나 부모도 실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가르쳐준다. 사과는 망신을 당하거나 무력감을 느끼지 않고도, 우리도 실수하고 때론 일을 그르친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아이에게 보여준다.

우리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진심으로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 우리 역시 아이처럼 세상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타인의 욕구를 헤아리며,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아이가 안다 하더라도, 아이는 여전히 우리를 존경할 것이다. 우리가 아이에게 진실할수록, 아이는 우리에게 진정 존경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다. 

8. 적게 말하고 많이 질문하라

아무리 좋은 방식이라도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아이의 생각과 반론, 느낌을 이끌어내는 것보다 생산적이지 못하다. 아이에게 잘못한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이는 더 강한 교육법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야기 대부분을 우리가 했다는 의미일 수 있다. 우리는 아이에게 우리의 관점을 주입시키기에 바빠 아이 말을 진지하게 듣지 못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선순위는 근본적인 문제, 즉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화가 난 이유나 불쾌한 이유를 부모에게 설명할 만큼 충분히 자랐을 때, 편한 마음으로 부모에게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부모의 의무는 그러한 안정감을 주고, 편견 없이 들어주며, 아이가 한 일을 우리에게 말한다고 해서 곤욕을 치르거나 그 감정이 비난받지 않는다는 확신을 주는 데 있다. 

판단받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솔직하게 말할 가능성도 낮고,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줄 확률도 낮다. 

반면 모든 유형의 질문이 다 생산적인 것은 아니다. 속깊은 반응을 이끌어낼 목적이 아닌 수사의문문은 의미가 없다. 

“사람들이랑 부딪히면 뭐라고 해야지?”

“아빠가 부르는데 왜 아무 말도 안하는거니?”
가장 나쁜 질문은 아이에게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게 아니라 이미 정답을 마련해두고 부모가 생각하는 답을 추측해 보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작가 바바라 코로로소는 무언가를 묻기 전에 ‘묻는 이유를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아이가 어떤 말을 할 지 완전히 확신하지 못할 때, 우리 반응이 한 가지 이상으로 나타날 때가 바로 질문이 가장 유용할 때다.
가끔은 말하거나 질문하기를 피하는 편이 더 나을 때도 있다. 많은 경우, 가장 좋은 조언이 침묵인 상황에서 우리는 부모로서 무언가 말해줘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곤란을 겪는다.
 

“아이가 슬퍼할 때, 단지 말없이 옆에 있어 주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안아주거나 손을 잡아 주는 행위가 말보다 훨씬 더 강한 감정을 전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언어 사용은 적절치 않다. 말할 시간은 나중에 충분히 있다.”  (아동 심리학자 엘리샤 리버만)

9. 아이의 나이를 잊지 마라

이 책에서 하는 조언이나 다른 곳에서 하는 모든 조언은 아이의 나이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아이에게 사용하는 방법은 아이가 자라면서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가지고 놀던 부적절한 물건을 치웠다고 아이가 울면, 새로운 게임이나 장난감으로 아이의 시선을 돌리는 것이 좋다. 하지만 큰 아이에게 이런 시선전환은 효과가 없으며, 심지어 아이에게 모욕감을 준다. 당신이 무언가 불만을 이야기할 때 배우자가 화제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 느끼는 불쾌감과 같은 것이다. 

10. 아이에게는 나름 분명한 동기가 있다고 생각하라

우리는 보통 아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아이의 행동 이유에 대한 우리의 자의적인 믿음 때문에 자기 충족적 예언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하는 말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이 문제다. 아이에게 나쁜 말을 내뱉지 않더라도, 아이의 동기에 대한 생각은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대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의 동기에 대한 생각이 부정적일수록 아이를 불필요하게 통제하게 된다. 

우리는 아이가 이미 훌륭한 가치관에 따라 행동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대함으로써 아이가 이런 훌륭한 가치관을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면 아이는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을 깨닫고, 자신에 대한 우리의 신뢰에 답하게 된다.

장난은 종종 단순한 기술이나 지도가 부족해서 발생하며, 탐구하고자 하는 순수한 욕망에서 발생한다.

한 살짜리 아이가 수저를 계속 밀어내는 바람에 바닥에 떨어진 수저를 계속 줍는 일에 지치더라도 아이가 그런 행동을 계속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아이가 부모의 한계를 테스트한다거나 엄마를 괴롭히려는 것이 아니다. 그 또래 아이는 원래 물건을 떨어뜨리는 일에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아이의 행동이 부모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서 아이가 의도한 행동이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큰 돌을 막 던지려고 하는 다섯 살짜리 소년이 있다. 근처에 있던 교사가 말했다.

“그 돌 이리 줄래?”

그런 다음 돌을 아이 머리에 갖다 대며 이 돌이 친구 머리에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 그리고 교사는 돌을 아이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조심히 잘 가지고 있어야 해”

여기서 교사는 아이게게 돌을 내려놓으라는 말도, 아이가 돌을 던지려고 했던 행동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교사는 돌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소년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을 넌지시 알려주었다. 또한 교사의 행동은 소년이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을 내포하고 있었다. 결국, 교사는 소년에게 돌을 다시 돌려주었다. 반대로 교사가 돌을 치워버리거나 소년에게 벌을 주었다면, 자신에 대해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거나 자제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소년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교훈보다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돌을 던지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11. 불필요한 반대를 고집하지 마라

아이의 요구 대부분을 거절하는 습관이 있다면 먼저 ‘그래’라고 말하고 나서 문제를 다루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현명한 길이다. 

어떤 부모는 아이에게 부족할 정도로 주는 거시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아이는 좌절감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래야만 살면서 원하는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원하는 모든 것을 얻기란 불가능하다는 경험을 할 기회는 넘쳐난다. 부모가 ‘그래’라고 대답할 수도 있느 상황에서 ‘안돼’라는 말로 이런 기회를 더 늘릴 필요는 없다. 그리고 아이가 실제 세상의 난관에 잘 대처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공과 기쁨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일부러 불행을 경험한다고 해서 커서도 불행에 잘 대처하는 거은 아니다. 

부모가 ‘안돼’라는 말을 줄일 때, 아이는 만족감을 느끼고, 세상을 즐겁게 탐구하며,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 그리고 ‘안돼’라는 말을 제한해야 하는 실질적인 이유가 또 있다. 사실 우리가 끊임없이 ‘안돼’라는 말로 강제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12. 융통성 없는 사람이 되지 마라

“지각없는 일관성은 효율성 없는 양육의 대표적 특성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

특별한 상황에서는 규칙을 보류할 수도 있어야 한다. 때로는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어길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실에서 밥을 먹을 수도 있다. 

상황을 처벌해야 할 위반이 아니라 풀어야 할 문제로 생각할 때, 놀랍게도 모두가 스트레스를 덜 받고, 덜 방어적이며, 획일적인 정당성도 주장하지 않게 된다. 모든 아이를 공평하게 대하는 것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어른도 때로는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가 아는 것이 좋다. 이는 어른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아이에게 분명히 전달한다. 그리고 의견의 불일치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바람직한지를 보여주고, 차이점을 인정하는 방법도 아이에게 보여준다. 두 부모가 아이 앞에서 모든 문제에 항상 같은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자체가 거짓말임은 물론, 이런 중요한 교훈도 주지 못한다.

13. 서두르지 마라

부모는 시간이 없으면 아이를 더 통제하게 된다.

대개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키려고 애쓰기보다는 환경을 변화시키는 편이 낫다. 시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공간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아주 어린 아이가 마당을 나와 돌아다니지 못하게 혼을 내거나 설득하기보다는 대문을 잠그는 편이 낫다. 쉽게 말해, 문제를 막기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것이다. 음식점에 갔을 때 아이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할 것이 예상되면, 아이에게 조용히 있으라고 강요하기보다 책이나 장난감 등 다른 오락거리를 가져가면 된다.


8장. 조건없는 사랑

가능한 한 이런 이상에 가까워지는 것이 우리 목표가 돼야 한다. 완전한 행복은 어른이 볼 때는 아이에게 있고, 아이가 볼 때는 어른에게 있는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조건없는 사랑에 다가가기

첫 번째 단계는 조건없는 양육이라는 주제를 잊지 않는 것이다. 아이에게 조건적 애정으로 보이는 말이나 행동을 하진 않았는지 돌이켜볼수록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우리가 특별한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내가 방금 아이에게 한 말을 반대로 내가 듣는다면, 혹은 내가 방금 한 행동을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한다면 나는 조건없이 사랑받는다고 느낄까?”

“나라면 어떤 기분일까?”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신의 양육방식에 대해, 특히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거나, 기저귀를 갈자마자 바로 더럽혀 놓았을 때, 아이가 잠을 못 자는 버릇이 있을 때, 과연 아이가 우리의 사랑과 인정을 받는다고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어떤 부모는아이가 얌전히 있을 때만 칭찬하고 상냥하게 대한다. 하지만 조건없는 사랑은 아이가 얌전하지 않을 때가 가장 중요하다.

우리가 아이의 행동에 만족하지 못할 때라도 아이를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이런 조언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 아이는 말할 것도 없고 어른에게도 이런 뜻을 이해시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너를 인정하지만, 네 행동 방식은 인정하지 않아.”

이런 말은 우리 마음에 드는 행동을 하는 아이가 매우 적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설득력이 없다.

“내가 부모에게 들은 말은 안된다는 말뿐인데, 부모가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나’는 대체 누구인가?” 

아이의 행동이나 말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는 부모는 아이에게 자신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 사람이라는 감정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


최소화해야 할 것 

비난의 범위를 좁혀라. 특정 행동에 대해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만 말하라.

“방금 동생에게 한 말은 정말 불친절한 것 같아.”

비난의 대안을 찾아라

“도대체 왜 자꾸 그러니? 방금 그만하라고 했어? 안했어?”
“또 그래? 너한테 정말 실망이야.”

이렇게 말하는 대신 아이가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감정이 얼마나 다칠 수 있는지, 혹은 다른 사람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알도록 도와라. 반드시 부정적인 평가를 할 필요는 없다. 단지 당신이 본대로만 말하라.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친구가 속상해하는 것 같던데.”

그리고 질문을 던져라

“다음에 또 기분이 나쁠 때, 친구한테 화풀이하는 대신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이런 말이 항상 효과를 본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아이가 더욱 합리적으로 행동할 기회는 충분히 줄 수 있다. 

우리의 목적은 아이가 버릇없는 행동을 하더라도 아이를 기분나쁘게 하거나 특정 행동을 못하게 억누르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아이가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아이가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데 있다. 물론 우리의 또 다른 목적은 그 과정에서 아이와의 관계를 망가뜨리지 않는 것이다. 부모의 간섭이 조건적 인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움을 갖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내 아내는 아이를 위해 만든 음식이 남을 때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다시 준비해 아이가 잘 먹기를 바라는 일뿐이라고 늘 내게 말한다. 조건없는 사랑도 마찬가지다. 부모의 노력이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거나 보답이 없어 보일지라도 부모는 계속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이와의 관계는 같은 힘을 가진 두 어른의 관계와는 다르다. 아이에게 애정을 철회한다는 뜻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엄마 미워’라는 외침이 부모에게 미치는 영향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이 아이에게 미친다.

최대화해야 할 것

부모가 자신을 기쁜 눈으로 바라본다는 사실을 아이가 깨닫는다면 이것이 바로 조건없는 인정을 전달하는 첫걸음이다.

나는 오히려 아이가 잘못된 행동으로 부모의 조건없는 사랑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문이 든다. 아마도 아이는 자신을 인정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부모가 인정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이에게 확신을 줘야 한다.

“네가 무엇을 하든지, 내가 얼마나 실망하든지 나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너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않을 거야.”

조건없는 부모는 특히 갈등상태에 있을 때 아이에게 아주 소중한 존재라는 확신을 준다. 이런 부모는 아이가 바람직하지 못한 방식으로 행동해도 이런 행동은 일시적이며 아이의 본래 모습이 아니라고 말한다.

교사들이 자신의 학급을 ‘서로 돌보는 공동체’로 전환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 교육심리학자 메릴린 왓슨은 학생이 느끼는 신뢰와 인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늘 강조한다. 교사는 특정 행동이 잘못됐음을 분명히 밝히는 동시에 ‘아이가 몹시 나쁜 행동을 하더라도 아이를 보살피고, 절대로 처벌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는 깊은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이런 자세는 아이가 가진 가장 좋은 동기를 표면으로 끌어올려 아이가 스스로 올바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왓슨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학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학생이 믿게 하려면, 그 대가로 학생이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길 요구하지 말고 우리의 애정을 보여줘야 한다. 이 말은 우리가 특정 행동을 원하지 않거나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물론 우리는 그런 행동을 원한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이나 애정이 그런 행동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된다.”

왓슨은 아이가 자주 버릇없이 굴거나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도 아이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늘 생각해봄으로써 위와 같은 입장을 더 쉽게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말은 교사는 학생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이며, 얻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는 과정에서 교사는 성가시게 굴거나 골칫거리인 아이의 감추어진 상처를 볼 수 있게 된다. 

어떤 교사는 반항이 심한 학생의 옆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내가 너를 정말, 정말 아낀단 사실을 알고 있지? 네가 계속 이렇게 해도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거야. 넌 마치 내가 널 싫어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구나. 하지만 아무 소용없을 거야.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테니까.”

나중에 이 교사는 말했다.

“바로 그 직후, 그 아이의 나쁜 행동이 줄어들기 시작했어요.”

 물론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를 사랑한다는 확신을 아이에게 줄 때 진실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책에서 읽은 말을 무의미하게 읊조리는 것보다 더 나쁜 방법은 없다.

위협 대신 할 수 있는 일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이 질문은 보기보다 복잡하다. 처벌이나 보상을 대체할 만한 특별한 방식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제안하는 방법은 부모와 아이 사이의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 창출이다. 즉, 대안이란 특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이 책 후반부에서 설명하는 모든사항을 종합한 것이다.  

부적절한 행동을 한 아이를 무시하거나 말을 하지 않는 행위는 일종의 정서적 유기다. 이런 행동은 아이가 우리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아이의 존재를 잊겠다는 뜻이다. 심리학자 허버트 로베트는 잘못한 아이를 무시하는 행동은 아이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네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도 모르겠고, 관심도 없어.”

또한 아이가 단지 ‘관심을 끌기 위해’ 잘못된 행동을 한다고 주장하며 무시하는 반응을 정당화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심 받고 싶어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거나 어리석은 요구다.”

바쁘고 지친 상황에서도 가능한 한 깊은 애정을 담아 대응해야 한다. 아이가 없다는 듯이 행동해서는 안된다. 아이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며,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아이에게 전달해야 한다.

첫번째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조용히 묻고, 아이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왜 어떤 행동은 하면 안되는지를 설명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마지막 수단으로 부드럽게 아이를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나 장소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단, 당신에게서 벗어나게 해서는 안된다. 단,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이 방법은 피해야 한다.
부모 스스로 타임아웃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는 참을 수 없고, 후회할 말이나 행동을 할까 두렵다면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가 화를 식히는 편이 낫다. 물론 아이에게서 도망치거나 아이가 말을 잘 듣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할 시간이 필요해서라는 점을 아이에게 분명히 밝혀야 한다.
 

뇌물 대신 할 수 있는 일

 

아이에게 선물을 줄 때는 어떤 조건도 없어야 한다.

 

너무 많은 물건을 주어 아이를 망칠 수는 있지만, 너무 많은 사랑이 아이를 망칠 수는 없다. 한계나 조건, 이유 없이 아이에게 필요한 애정을 주어야 한다. 분위기나 조건에 상관없이 가능한 한 많은 관심을 아이에게 쏟아라. 아이와 함께 있으면 즐겁고,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를 보살핀다는 확신을 아이에게 심어줘라. 이런 애정과 관심은 아이가 한 행동에 대한 반응으로 조금씩 나눠주는 칭찬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는 아이에 대한 감정이 확고하며 늘 한결같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아이의 특별한 성과를 자랑스럽게 여기지 말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러나 조건없는 부모는 아이가 성공하지 않을 때도 똑같이 아이를 자랑스러워 한다. 아이가 칭찬할 만한 일을 하면 기뻐할 수는 있지만, 부모의 사랑이 이런 일에 따라 달라진다는 느낌을 주어서는 안된다. 이런 균형을 잘 맞춘다면 아이는 성공했을 때만 가치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자라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실패하더라도 자신의 존재가 실패라는 결론만큼은 내리지 않을 것이다.

 

가장 해로운 칭찬은 아이의 행동을 강화하기 위해 하는 칭찬이다. 이는 아이를 조종하려는 계산된 행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특정 행동을 강화하려는 의도 없이 자발적인 기쁨에서 아이가 한 행동을 칭찬하면 어떨까? 중요한 것은 부모가 보낸 메시지나 그런 메시지를 보낸 이유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받아들이는 메시지다. 긍정적 평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긍정적’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평가’라는 말에 있다. 왜 아이의 행동을 평가하고, ‘착한’ 행동으로 보이는 일을 하라고 아이를 몰아세워야 하는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진정으로 찾아야 하는 대안은 평가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방법이다.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아이를 격려할 수 있다. 사실 이런 관심이 아이가 멋진 일을 했을 때 하는 칭찬보다 더 중요하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직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몇 가지 방안이 있다. 한 가지 방법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아이가 도움이 되는 행동을 했을 때는 꼭 칭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사람은 아이의 이런 행동은 어쩌다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이는 기본적으로 나쁜 성품이 있기 때문에 아이에겐 착하게 행동해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칭찬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다시는 착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한다고 느낄 때, 그저 우리가 본 대로 이야기하고, 아이 스스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 평가가 들어있지 않은 간단한 말 한마디로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또한 아이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게 된다. 칭찬은 아이의 관심이 과제가 아닌 부모의 반응에 쏠리게 하는 역효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단순히 부모가 목격한 일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아이가 친절하거나 배려하는 행동을 하면, 그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이의 관심이 쏠리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해야 한다. 이 방법은 아이가 배려하는 행동을 해서 부모의 감정을 강조하는 칭찬과는 완전히 다르다.

 

마지막으로 설명보다 훨씬 더 좋은 방법이 질문이다. 아이의 생각을 물어볼 수도 있는데 왜 아이의 행동에 대한 부모의 생각을 말하는가? 

 

칭찬은 아이의 관심이 과제가 아닌 당신의 반응에 쏠리는 역효과를 가져온다.

특정 행동에 집중하게 하고 특정 조건에서만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칭찬보다 아이가 자신의 현재모습과 미래모습을 생각하도록 도와야 한다.

 

특정 단어를 사용하거나 회피하려는 노력보다는 우리가 하는 말과 그 말이 전해지는 방식에 담긴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부모가 단지 아이의 성과를 함께 축하하는 것으로 아이가 생각한다면 괜찮다. 하지만 아이가 자신을 평가한다는 인식을 가지면 아이는 스스로 자랑스럽게 느끼는 때와 그 이유에 대한 감각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조건적 양육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으므로 나쁜 습관을 단번에 끊으려 하지 말고 평가하면서 설명이나 질문도 하는 과도기를 거치는 것이 좋다.

 

칭찬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만큼 충분히 자란 아이에게는 적게 말하고 많이 질문하라는 조언에 따라 직접 물어보라. 단지 칭찬이 좋은지를 묻지 말고 아이가 말로 하는 보상에 따라 자신의 행동이 달라진다고 느끼는지를 물어라. 혹은 칭찬을 유도하는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라.

 
 

아이의 성공과 실패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네가 좋은 점수를 받았을 때, 혹은 운동을 잘했을 때, 엄마 친구에게 자랑거리를 만들어 주었을 때, 내가 널 더 사랑한다고 느끼니?”

 

물론 이런 질문은 아이가 우리에게 전적으로 정직하다고 믿을 때만 유용하다. 즉, 아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우리가 화내지 않고 들어준다는 아이의 믿음이 있어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 중 일부는 아이가 잘하는 것을 얼마나 강조하느냐에 있다. 몇 년이 지나면 누가 야구 경기에서 이겼는지, 수학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거나 기억조차 못한다. 하지만, 아이가 당신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 느꼈던 심리적 상처는 사라지지 않고 더 악화된다. 우리는 우리의 행위와 동기를 되돌아봐야 한다. 거울을 보고 아이를 너무 압박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혹시 아이가 나를 대변한다는 생각에 성공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아이의 유년 시절을 가득 채울 수만 가지의 자잘한 성공과 실패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첫째, 아이가 실패하여 무능함을 느낄 대,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의 실망이 아닌 우리의 사랑이다. 
둘째, 아이가 성공했을 때, 아이가 아닌 아이의 행동에 따라 우리의 사랑이 달라지거나 계속 잘해야 한다는 인상을 주는 식으로 아이에게 긍정적 강화를 하면 위험성 또한 그만큼 커진다.

 

일반적으로 탁월함은 그 일에 대한 흥미에서 나오지 성공이나 남들보다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이가 하는 일을 ‘아주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몰두하면 일에 대한 즐거움이 줄어든다. 이 말은 그 자체로도 슬픈 일이지만, 많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며, 아이가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 하는 모순된 결과도 가져온다.

 

“그래서 공룡이 멸종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글쓰기 주제는 어떻게 골랐어? 조사해서 알아낸게 뭐야? 왜 중요한 내용을 끝에 두었어? 글을 쓰면서 주제에 대한 생각이 조금이라도 바뀌었니?”

 

아이가 성공하도록 돕는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해롭지 않은 방법은 아이가 하는 일에 푹 빠질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아이가 얼마나 성공했는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으며, 아이가 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다. 

 
 

교사와 부모의 협력

 

몇몇 예외적인 교사는 학생에게 필요한 조건 없는 지지를 보내지만, 안타까운 현실은 많은 교실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앞 장에서 설명한 원칙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학교는 처벌과 보상으로 복잡한 행동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복종하는 학생에게는 ‘표창’을, 그렇지 않은 학생에게는 제재를 가한다. 학교에서 아이는 단순히 지침을 따르도록 교육받기 때문에 공동체의 따뜻한 구성원이나, 도덕적인 의사 결정자나, 비판적으로 사고하느 사람이 되기 위한 도움을 받지 못한다. 최악은 질서 강화를 학습에 대한 격려보다 우선시하는 경우다. 

 

9장 아이를 위한 선택

 

선택의 장점

 

모든 사람은 자신의 삶을 어느 정도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가 어릴 대는 부모가 아이를 위해 많은 일을 결정해줘야 한다. 그렇다고 기본 원칙을 부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우리가 아이의 권한을 무시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이가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결정권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이유를 말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사실 우리가 하는 어떤 선택은 선택하는 행위 자체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어른도 직장에서 너무 많은 일을 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하는 일에 선택권이 없어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부모가 독립심을 길러주면 아이는 대학생이 돼서도 또래보다 강한 자신감을 갖고, 어려움이나 실패에 부딪혔을 때도 이를 잘 극복한다.

 

아이가 훌륭한 결정을 하는 법을 배우는 길은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결정을 해보는 것이다.

 

첫 의사표현과 마지막 결정권

 

우리가 권력을 제한한다는 말이 우리가 선호하는 방법을 밝히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가능하면 최종 결정은 아이에게 맡겨야 한다. 예를 들면, 아이가 잘못했기 때문에 사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면 이를 평범한 어조로 말하고, 이 결정이 옳은지 그리고 사과할 것인지는 아이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아이에게 결정권을 주기가 꺼려질 땡도 우리는 아이에게 첫 번째 의사 표현권, 즉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아이가 어떤 일을 해도 되는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는 것이 좋다.
“글쎄, 넌 어떻게 생각하니?”
이런 물음을 통해 아이는 자신의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며, 자신의 요구에 담긴 의미도 적극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많은 부모가 너무 급하게 끼어들어 한 아이 편을 들어주거나, 아이 모두를 불공평하게 비난하거나, 혹은 누구의 잘못인지를 가려내려고 애씀으로써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이럴 경우 아이는 자신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학습 과정을 생략하게 된다.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두어라”
나는 위와 같은 포괄적 조언을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
첫째, 자신의 불만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는 당신이 충분히 개입하지 않으면 자신의 불만에 당신이 무관심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당신의 자유방임적 태도 때문에 나약하 아이는 더 강하거나 영리한 아이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아무리 불공평한 결과라도 당신이 인정할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함께 결정하기

 

우리는 이제 어쩔 수 없이 우리 뜻을 포기하거나 강요하는 방법 중에 선택하기 보다, 제3의 가능성을 활용할 수 있다. 제3의 가능성이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이는 단순히 절대적인 자유와 과도한 통제 사이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 방법과는 다르다. 때로는 검은색과 흰색에 대한 최상의 대안이 회색이 아니라 오렌지색이 될 수도 있다. 단지 얼마나 많은 선택을 아이에게 줄 것인지, 선택 중 몇 퍼센트를 아이에게 맡길 것인지를 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의 결정을 돕는 적극적이고 상호 협력적인 방식을 어떻게 구축하느냐 하는 문제다.

 

선택의 자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부모와 아이 간의 높은 상호작용 역시 필요하다. 자는 시간, 귀가 시간, 가족 여행 등 특정 문제에 대한 의견도 아이와 함께 나누어야 한다.

 

많은 시간을 TV나 컴퓨터앞에서 보내는 아이를 생각해 보자. 한 엄마는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어깨를 으쓱하며 반문했다.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요즘 애들은 다 그렇잖아요?”
다른 엄마는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리모컨을 숨겼다고 말했다.

 

이 두 대답은 전형적인 이분법의 잘못된 점을 보여준다.
첫 번째 대답은 우리가 인정할 수 없는상황에서 아이가 원하는 대로 놔두면, 우리는 관심도 없으며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위험이 있다. TV의 경우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선택은 어떤 부모에게는 구미가 당기는 선택일 수 있다. 불안하긴 하지만 아이가 TV에 빠져 조용히 있는 것이 부모에겐 편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대답은 일방적인 해결책이다. 리모컨을 숨기는 행위는 장기적으로 볼 때, 효과가 없을 뿐더러 아이는 금세 해결 방법을 찾아낸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기 위해 권력이나 비열한 방법을 사용하는 법을 배운다는 점이다.

 

이 두 방법의 공통점은 둘 중 어느 것도 시간, 능력, 기술, 관심, 용기 등이 필요치 않다는데 있다.

 

건설적인 응답은 듣는 데서 시작한다. 이를 통해 아이는 자기 말을 들어준다는 기분을 느끼고, 부모 역시 상황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TV나 컴퓨터 게임은 재미있다. 하지만 여기에 과도한 시간을 쏟는 아이는 해결해야 할 어떤 문제가 있어 다른 활동을 피하고 TV나 게임에 열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 말을 듣는 것과 더불어 부모의 감정을 솔직히 말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아이와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네게도 공평하고, 엄마 걱정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보자. 좋은 의견 있으면 같이 시도해보자.”

 

이런 과정은 TV나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적절한 시간과 어떤 프로그램이나 게임은 괜찮고 어떤 것은 안되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서로 합의해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논의의 시작이다. 부모는 TV가 아이에게 최고의 친구가 된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또한, 아이의 선택을 돕는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고속도로에서 차를 운전하는 동안 뒷좌석에 앉은 아이가 실수로 차 문을 열지 못하도록 뒷문을 잠근다. 이런 행동은 아이의 권한을 빼앗아 문제를 해결하는 일방적인 해결책의 또 다른 예다. 이러는 대신 아이가 하는 장난이 금세 지루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하고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가 하는 행동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고 버튼을 가지고 너무 장난치지 말라고 부탁해야 한다.

 

아이는 존중받을 때, 문제 해결에 동참할 때, 선의가 있다고 믿어 줄 때 진심으로 반응한다. 반대로 이런 생각을 이용하려는 아이는 전형적인 교육방법으로 자란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가 지켜야 할 행동지침을 만들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라.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며, 그 과정은 아이 스스로 판단하고 계획하며 해결책을 찾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아이는 자신의 욕구가 우링게 중요하다는 사실과 우리가 자신의 의견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모든 일을 의논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많은 문제를 함께 의논한다는 사실을 아이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이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 반대할 수 있다는, 혹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 오히려 모든 결정에 반기를 들어야 할 필요성을 적게 느낀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이 참여한 결정에 대해서는 저항할 가능성이 훨씬 낮아진다.

 

허위선택

 

아이가 그릇된 행동을 선택했다고 생각없이 주장하는 어른은 마치 가난의 책임은 가난한 사람에게 있다고 단언하는 정치인과 같다. 두 경우 모두 개인적인 책임외에 다른 관련 요소는 무시하는 말이다.

 

부모와 정치인이 말하는 선택의 또 다른 특징은 두 경우 모두 이런 주장으로 혜택받는 사람이 바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지금 설겆이할래? 아니면 네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시작할 때 할래?”
여기서 문제는 선택권이 두 가지밖에 없다는 점이 아니다. 사실은 어떤 선택권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계의 한계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제한받는 것이 아니라 함께 논의하는 것이다. ‘어른이 일방적으로 부여한 한계와 아이의 발언권이 부여된 한계’에 아이가 얼마나 다르게 반응하는지를 유심히 봐라. 우리가 의문을 가져야 하는 점은 한계나 규칙이 필요한가, 필요치 않은가에 있지 않다. 문제는 ‘누가 한계와 규칙을 정하는가, 어른 혼자인가 어른과 아이 함께인가’ 하는 점이다.

 

자율성이 빛을 보려면 우리가 특별히 신경 쓰는 문제에 대해서도 아이에게 발언권을 줘야 한다. 아이도 우리가 놀랄 만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실질적이며 의미 있는 선택이 되도록 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아이가 당신이 만든 메뉴에서 한 가지를 고르도록 하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오늘 뭐하고 싶어?”
제한을 두지 않는 질문을 하려고 노력하라.

 

아이가 해야할 일을 하기 싫어할 때

 

반가운 소식은 항상 자신을 따르라고 말하며 권력을 남용하지 않는 부모의 아이는 부모의 말을 믿으며, 필요할 때 시키는 일도 잘한다는 것이다. 이는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아이가 모든 문제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경우와 비슷하다. 반대로 반항은 무력감을 느껴 과장되게 자신의 자율성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아이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1. 개입을 최소화한다

 

가능한 한 부드럽고 친절하게 행동하라. 아이가 부모의 힘에 기죽지 않도록 하라.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서, 아이에게 다 놀고 나면 장난감을 치우라고 말한 후 자리를 옮기면 어떨까. 부모가 한발짝 물러나 아이에게 공간을 줌으로써 아이는 자신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방식에는 보통의 인내 뿐만 아니라 상당한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 특히 아이가 어리다면 우리 양육방식에 상관없이 매번 즉각적인 순종을 기대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유와 함께 요청이나 금지를 여러 번 반복할 준비를 해야한다. 나쁜 날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 아이가 항상 고분고분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못하며, 이런 난국을 우리가 항상 이겨야 하는 전쟁으로 생각한다면 더욱 곤란하다.

 

2. 아이에게 정직하라

 

아이에게 시킨 일이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라면 그 사실을 시인하라. 온종일 시끄러워 이젠 아이가 조용하기를 바란다면, 그렇다고 말하라. 당신의 요구에 더 그럴듯한 이유를 만들지 말라. 아이에게 시킨 일이 사실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즐거운 일인 척하지 마라.
“네가 00을 못하면 매우 실망할 거라는 걸 알아. 그렇지? 하지만…”

 

3. 이유를 설명한다

 

“아빠가 말했지?”
이런 말은 전혀 이유가 될 수 없다. 이 말은 완력을 이용하는 말이며, 아이도 완력에 의존하도록 가르치는 말이다. 우리가 하는 요구 대부분은 두 살 아이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도 그렇듯이, 설명한다고 해서 아이가 우리의 요구를 흔쾌히 받아들인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훨씬 커진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자신의 선택이 제한되면 그 이유를 들을 자격이 있다.

 

4. 놀이로 승화시킨다

 

5. 본보기가 된다

 

6. 가능한 한 많은 선택권을 준다

 

“네가 지금 하는 일이 세면대로 가는 일보다 더 재밌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손을 씻어야 먼지가 입에 들어가 병나는 일이 없지. 손이 깨끗하지 않으면 밥 먹을 때 입은 즐겁겠지만 배는 아플거야. 그러니까 여기 부엌에서 씻을래, 욕실에서 씻을래?”

 

때로는 아이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해서 아이의 뜻을 반드시 꺾어야 할 때가 있다. 이 방법을 꼭 사용해야 할 때는 가능한 한 충격을 줄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어조는 따뜻하고 애석한 투여야 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담고 있어야 한다.

 

한쪽에서 아이의 결정권을 축소해야만 할 때에는 다른 한쪽에서 아이의 결정권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화를 낼 때 우리는 가능한 한 건설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규칙1. 공공장소에 있을 때 주변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당신의 양육방식을 어떻게 판단할지 걱정하면 할수록 아이를 더 심하게 통제하게 되고 사랑과 인내도 보여주지 못하게 된다. 당신을 대하는 사람의 생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규칙2. 아이의 관점에서 생각하라. 아이의 안전에 대해 필요 이상의 통제는 하지 마라. 편안하고 차분하게 안심시키는 데 집중하라. 화가 스스로 사라지도록 하라. 문제의 근본 원인은 나중에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

 

10장 아이 관점에서 생각하기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행복도 생각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을까?

 

아이는 어떤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우리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 아니라, 원래 올바르지 않은 일이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00해도 돼요? 00를 하면 내가 곤란해질까요?”
아이가 이렇게 묻기를 바라지 말고, 다음과 같이 묻기를 바라야 한다.
“내가 00를 하면 다른 아이는 어떻게 느낄까요?”

 

“다른 사람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길 바라는 부모는 이미 ‘아이 마음 속에 동맹군’을 데리고 있는 것과 같다.” 

– 마틴 호프만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도덕적 성장을 방해하는 행위, 즉 처벌이나 보상과 같이 아이가 자기 이익만을 생각하게 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이런 전형적인 교육 요소를 없애는 일이 아이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돕는 첫 단계다. 나쁜 양육 습관을 없애고 나면, 반드시 좋은 양육 습관이 함께할 것이다.

 
아동발달 전문가가 추출한 도덕적 성장을 촉진하는 핵심권장사항
 

1. 아이에게 관심을 기울여라

 

도덕발달의 근간은 부모와 아이의 관계다. 부모의 모든 지시와 간섭은 아이가 따뜻하고 안전하며 조건 없는 사랑을 느끼는 관계에서 시작돼야 한다. 안정, 애정어린 배려, 존중, 적극적 반응, 공감 등 이 모두는 인간이 가진 기본욕구다. 이런 욕구가 충족되면 아이는 여기에 집착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도울 수 있다. 이런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이 욕구가 아이의 귓가에 계속 맴돈다. 그 결과 아이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듣지 못하게 된다.

 

2. 도덕적 삶의 모습을 보여라

 

부모가 곤경에 처한 사람을 무관심하게 지나치면 아이는 다른 사람의 고통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배운다. 하지만, 부모가 모르는 사람에게도 관심을 보이면, 아이는 강한 도덕적 교훈을 얻는다.

 

자신을 키워주는 부모가 따뜻한 누군가가 보여주는 본보기는 아의 행동과 신념에 뚜렷한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정직함의 중요성을 가르치고자 하는 부모는 더 이상 과자를 먹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할 때, 그냥 남은 과자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 편하더라도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또한 모든 윤리적 결정이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에게 보여줌으로써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진퇴양난에 빠진 당신의 생각과 느낌을 아이에게 알려줘라.

 

3. 아이가 실천할 수 있도록 하라

 

협력은 본질적으로 참여자가 타인에 대해 우호적 감정을 갖는 인간적 경험이다. 

 

협력은 타인에 대한 관대함을 강화하고 경쟁은 타인에 대한 관대함을 억누른다.

 

4. 아이와 의논하라

 

부모에게는 기본적으로 권력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사랑과 이성이다. 하나는 마음에서 나오고, 하나는 머리에서 나온다. 이상적인 방법은 이 두 가지를 적절히 혼합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아이가 이기적인 행동을 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간섭하지 않는 양육의 미덕이 아니라 이기적인 행동을 인정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말 속에는 어느 정도 강제성이 있다. 그 강제성이 메시지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단순한 금지(“하지마”)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실 이런 말은 아이의 경계를 강화하기 때문에 아이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 가능성이 낮아진다.

 

“사람을 때려서는 안돼!”
이런 식의 구체적인 문장도 좋은 말은 아니다. 도덕발달을 돕기 위해서는 우리의 메시지가 때리는 것은 나쁜 것, 나누는 것은 좋은 것과 같이 단순해서는 안된다. 아이가 이 말이 옳은 이유에 대해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부모가 그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면, 아이는 다른 사람을 때리지 말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때리면 벌을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참을성 있게 이유를 설명하면 동시에 두 가지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첫째, 부모에게 중요한 것과 그 이유를 아이가 알게 된다.
둘째, 아이가 마음을 돌려 도덕적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단순히 복종을 요구하는 부모보다는 이유를 설명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타인을 배려하는 경향이 강하고, 정치에도 적극적이며, 사회 봉사활동 참여율도 높았다.

 

고함치는 것보다는 말하는 것이 낫고, 말하는 것보다는 설명하는 것이 낫다. 그것들보다는 의논하는 것이 더 낫다.

 

사실 우리는 아이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자신의 관점을 뒷받침하는 이유를 전개하도록 도와야 한다.

 

아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고 가정하자.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내 친구들도 다 본단 말이야!”
그럼 부모는 다음과 같이 극단적인 예를 들어 아이의 주장을 일축한다.
“그럼 네 친구가 지붕에서 뛰어내리면 어떻게 할래?”

 

하지만 아이는 표현을 잘못했을 뿐이며, 부모도 아이의 말은 다음과 같은 의미임을 알고 있다.
‘다른 아이 모두 아는 것을 나만 모르고 있으면 또래 문화에 낄 수 없을까 두려워요.’

 

그러므로 아이가 실제로 의미하는 것에 반응하라. 아이의 의도가 확실치 않다면, 부모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라.

 

“반 친구들에게 심술궂게 굴면 아무도 너와 친구가 되려고 하지 않을거야.”
“다른 사람을 밀어 넘어뜨리면, 어느 날 누군가도 널 밀어 넘어뜨리거나 다치게 될거야.”
이런 부모는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하는 이유 역시 아이가 이득을 얻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방법은 타인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나. 이런 방법은 자신을 위한 약삭빠른 행동을 부추긴다.
“그렇게 하면 나에게 뭐가 좋아요?”
아이가 이렇게 묻는 사람이 아닌 도덕적인 사람이 되도록 아이를 설득해야 한다.
“마샤에게 네 자전거를 빌려주면, 마샤도 즐겁게 놀 수 있고 또 행복해 할거야.”

 

아이가 남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에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 아이의 행동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에 집중하기 보다는 아이가 해를 끼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이 미쳤는지를 생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안 돼! 맥스의 얼굴을 좀 봐! 아주 속상해 보이지 않니? 지난주에 네가 넘어졌을 때 아파서 울었던 기억나니? 네가 한 행동 때문에 맥스가 똑같이 아플 것 같아 걱정이구나. 맥스의 기분이 나아지게 하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 자신에게 미치는 결과보다 상대방에게 미치는 결과의 중요성을 가르쳐야 한다는 말이다.

 

어떤 연구에서는 유아도 엄마가 ‘행동의 결과’를 설명하는 습관이 있으면, 곤경에 처한 사람을 더욱 많은 배려와 동정심으로 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러한 타인 지향적 추론은 예의에 관한 문제를 재정립하는데도 유용하다. 가끔은 자의적인 사회적 관행, 예를 들면 적절한 순간에 ‘실례합니다’라고 말하거나 특정 장소에서 모자를 벗는 일 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아이는 정말 중요한 것보다 이런 규범이 더 중요하다고 믿게 된다.

 

“예쁘게 다시 말해 봐”
아이가 어떤 요구를 할 때 이런 말로 아이를 괴롭혀서는 안된다. 물론 아이는 “주세요~”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이의 이기심에 호소하는 것이다.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화를 낼까 두려워 고맙다는 말을 하지 마라. 이는 터무니없는 이유다. 고맙다는 말이 예의이기 때문에 고맙다고 말하지 마라. 이 또한 대단한 이유가 못된다. 고마워하는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서 고맙다고 말하라.

 

관점 바꾸기

 

다른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손을 내밀어 그들을 도울 가능성이 크며,최소한 그들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각각의 사람을 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적’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본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세상의 중심에 있듯이 폭탄에 깔린 사람도 세상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이들은 비록 누군가 지구 반대편에서 다른 언어를 구사하며 살지라도, 그도 감기에 걸리고, 어머니를 걱정하며, 단 음식을 좋아하고,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누군가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는 말은 그를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요소를 인지하고, 궁극적으로는 그의 삶도 당신의 삶만큼 가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 이중주차로 길을 막는 사람, 도서관의 책 몇 쪽을 찢어서 몰래 가져가는 사람은 자신 속에 갇힌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쓰레기를 어떻게 볼 지, 자신의 차를 피해 어떻게 운전할지, 필요한 책의 내용을 알지 못해 얼마나 실망할지 등을 생각하지 못하거나 생각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낙태에 대해 저런 입장을 취하다니!”
관점 바꾸기에 익숙한 사람은 느낌표 대신 물음표를 사용한다.
“낙태에 대해 어떻게 저런 입장을 취할 수 있지? 어떤 경험, 가정, 가치 기준이 있기에 나와 저렇게 다른 관점을 갖게 된 걸까?”

 

“남이 네게 해주길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하지 마라. 다른 사람의 취향이 같지 않을 수도 있다.” 

– 조지 버나드 쇼


다른 사람의 취향이란 욕구, 가치관, 배경 등을 의미한다. 큰 아이나 성인은 다른 사람의 상황에 있는 자신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는 그 상황에 있는 바로 그 사람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시각보다는 그 사람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 우리가 그의 입장이라면 어떨지 물을 게 아니라 그의 입장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

 

슈퍼의 계산원이 무례한 말을 하자, 공격의 희생양이 된 부모는 옆에서 지켜본 아이에게 말한다.
“저 사람은 오늘 기분이 좋지 않은가 봐. 그렇지? 저 사람을 저렇게 뾰로통하게 만든 일이 뭘까? 누가 저 사람을 기분나쁘게 했을까?”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면 굉장한 효과가 있다. 이런 말은 불쾌하게 행동한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자신을 탓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가르쳐 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다른 사람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법을 배운다.

 

“좋아. 방금 일어난 일을 이야기해보렴. 네가 오빠라고 생각하고 오빠가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할지 설명해보겠니?”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기

 

우리가 아이에게 관점바꾸기를 알려주고 싶은 만큼 우리가 아이의 관점을 갖는 일 역시 중요하다. 

 

우리가 보냈다고 생각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아이가 받은 메시지가 중요하다.

 

‘아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말은 아이를 뚜렷한 관점을 가진 한 사람으로 본다는 말이다. ‘적게 말하고 많이 질문하는 것’이 아이의 관점을 학습하는 방법이다.

 

우리의 말과 행동을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고 상상하는데서 오는 긍정적 효과는 다른 방법으로는 얻기 힘들다.

 

관점바꾸기는 실제 일어나는 일을 파악하는데 도움을준다.
아이가 우리에게 자신의 동기를 설명하 수 없거나 설명하려 하지 않을 때 특히 도움을 준다. 우리는 단순히 행동에 반응하기보다는 그 내면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찾는다.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자녀교육 사랑을 이용하지 마라”의 2개의 댓글

  • 2019년 8월 9일 12: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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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표쌤~ 안녕하세요!
    와 정말 읽느라 고생했어요ㅋ
    정말 다 밑줄귿게 되는 주옥같은 말씀들입니다ㅠㅠ 그동안 제가 해온 만행이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고 (당장 오늘도 얼마니 아이를 제한했던지요!) 후회할 시간에 당장 아이와 마주하는 그 순간부터 무조건적 사랑을 실천하자는 결심도 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을 만나려고 슬희쌤 글에 댓글을 달았나봅니다. 앞으로 올라오는 마음이 있을 땐 주저하지 말고 표현해야겠단 결심도 들어요. 저분께는 댓글 안 달았는데 이분도 패쓰ㅡ 이런 엄한 눈치를 볼때가 있었는데, 그러면서 놓친 귀한 나눔이 있을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들어서요.
    홈그룹장님께 홈그룹 벙개하자 조르고픈데 막상 아이 방학이라 서로의 껌딱지임을 자처한 이 시기에 겉치레가 될수도 있는 말뿐인 말이 될까봐 못하고 있네여.
    오히려 학기중에 식사라도 함 할 수 있는 기회사 오길 기대해봅니다.
    야심할 땐 개인 쪽지도 쓰면 안 되는데 저도 모르게 늘어놓고 있네요ㅋ
    여기서 그만 그동안 드리고팠던 말씀 한줄로 이만 인사 올릴께요.
    6기 스탭으로 섬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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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8월 9일 4: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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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벙개 한번 해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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