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의 사인을 거절하는 시늉

심리싸움에 유용하겠네요. (출처 : 제이슨 켄달 <이것이 진짜 메이저리그다>)
이것이진짜메이저리그다
 
내가 포수인데 볼카운트가 2-0이라면, 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사인을 내곤 했다. 포수가 사인을 내면서 고개를 젓는다면, 투수에게도 고개를 저으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포수가 요청한 공을 던지고 싶지 않다는 시늉을 하라는 것이다. 마치 다른 공을 요청하는 것처럼 말이다.
볼카운트 2-0이 속구 카운트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속구는 야구에서 가장 흔한 공이기 때문에 포수의 사인을 거절하면 타자들은 투수가 오프스피드 피치를 던지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다. 특, 투수가 고개를 저으면 타자-특히 경험이 적은, 어린 타자-는 속구가 오지 않을 거라고 짐작한다. 내가 투수에게 사인을 두 번 거절하라고 요청하면 이제 타자는 어떤 공이 올지 전혀 감을 못잡게 된다.
일단 이런 생각-투수가 속구 카운트에서 속구를 던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을 타자의 머리에 심어 놓으면, 속구를 던지고도 얻어맞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계획대로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타자가 속구 카운트에서 오프스피드 피치를 기라리고 있는데, 투수가 원래대로 속구를 던지면 타자는 꼼짝 못한다(얼어버린다.) 그러면 팬들은 타자가 명백한 속구 카운트에서 가운데로 몰린 속구를 왜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는지 궁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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