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가 코치를 코칭한다) 김용달 & 김정훈 코치편 2. 변화에는 정체기가 있다는 것을 코치와 선수 모두 이해해야

Q(고교 투수코치) 예체능의 재능은 어느 정도 타고난다는 말이 많지 않습니까? 하지만 어찌되었든 코치로서 안되는 선수들을 끌고 가야 하는데요. 잘 모르고 이해도 느린 친구들이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못따라올 때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그런 선수들을 강압적으로라도 따라오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정말 고쳐주고 싶거든요.

A(김용달) 내가 젊었을 때 이야기를 하는 것 같네요. 나도 상당히 강압적이었죠.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그게 지도자의 열정이에요. 분명 고비를 넘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고요. 왜 실패할까요?

Q(고교 투수코치) 방법이 틀려서가 아닐까요?

A(김용달) 선수가 중도에 포기하든지 지도자가 중도에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둘이 모두 열정이 있다면 어떤 변화든 일어납니다. 하다가 보면 힘들거든요. 몸이 깨우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반복되는 훈련이 있어야 하거든요. 기술발전에는 정체기가 있습니다. 잠시 되돌아 갈 수도 있고. 그러니까 이때 안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해요. “지금 잘 되고 있는거다. 조금만 더 참고 가보자.” 이런 의기투합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어요.

Q(고교 투수코치)  말씀을 들어보니 그런 정체기 때 선수에게 열정을 쏟기보다는 고민만 했던 것 같습니다. 선수와 더 소통도 하고 그랬어야 하는데 지켜보자 이러면서요. 제가 열정을 보여주지 않으니 선수도 코치가 포기했는 줄 오해하고, 그러다보니 저도 덩달아 오해를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선수가 포기를 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네요.

A(김용달) 거기에서 나도 실패를 많이 했어요. 힘들어 하는구나 싶어서 조금만 시간을 갖자고 생각하면 선수는 자기한테 신경을 안써주는구나 생각하고 그러면서 선수와 코치 간에 틈이 생기고 믿음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럴 때 사용할 수 있는 밀고 당기는 테크닉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서는 정답을 찾을 수 없고 현장에서 각자 적용을 해봐야지. 코치의 말씀을 들으니 열정적이고 잘 할 것 같네요.

Q(진행자) 축구코치께서 대담에 참가해 주셨는데요. 젊은 축구지도자들이 유럽 등지로 조기유학을 다녀오는 경우가 많아서 그곳에서 경험한 토론하고 나누는 문화가 상대적으로 널리 퍼져있다고 들었습니다.

A(유소년 축구클럽 코치) 축구는 저희 때부터 시작해서 요즘 워낙 아이들이 유학을 많이 다녀서요. 축구 선진국으로부터 받아들여 오는 것도 많고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는 사이트나 지도자들 모임도 많습니다.

A(김용달) 왜 야구는 자기 것을 고집하며 오픈마인드가 부족한가 생각해 보면, 자신의 야구이론이나 지식에 자신감만 있으면 얼마든지 오픈할텐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소극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얼마든지 공유해도 손해볼 게 없다고. 오픈시킨다고 다 따라오는 것도 아니거든요. 또 안다고 다 행하는 것도 아니고요. 서로 공유하면 자기 것에 남의 것을 덧씌워서 성숙한 지도를 할 수 있습니다.

A(유소년 축구클럽 코치) 축구 지도자들 모임에서는 예를 들어 <압박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어떻게 만들것인가> 하는 주제로 10~15개 정도의 전술이 나와요. 그것들을 하나씩 적용해 보고 하나 또는 몇 개의 좋은 방법을 찾아나가는 거죠.

A(김용달) 우리도 연습방법이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존 연습방법은 수비할 때는 전부 다 수비만 하고 배팅 칠 때는 계속 배팅만 쳤어요. 비록 같은 운동장에서 훈련을 하더라도 주루, 수비, 공격 이렇게 세트로 나눠서 돌아가다가 전술훈련이나 게임을 할 때는 모여서 하면 훨씬 더 효과적일 겁니다. 한 시간 내내 배팅만 치고, 나머지 선수는 아무 하는 일 없고요. 훈련을 보다 세분화하는 방법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Q(유소년 축구클럽 코치) 야구는 축구에 비해 훈련을 오래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축구는 요즘 1시간 정도 하고 마치거든요?

A(김정훈) 축구는 전술훈련을 하나의 운동장에서 나눠서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야구는 한 친구가 배팅을 치면 나머지는 칠 수가 없어요. 그런 부분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용달 감독님 말씀처럼 세분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다른 선수가 배팅을 칠 동안 다른 운동을 하고 오면 보다 짧은 시간에 가능하겠죠.

A(김용달) 야구도 이제는 그런 부분을 생각해야 합니다. 사실 축구보다 더 단거리 종목이 야구거든요. 훈련을 오래 해야 한다는 핑계가 뭐에요. 운동장이 하나 밖에 없다는 거잖아요? 그러면서 메이저리그는 운동장이 많아서 세트로 나눠서 훈련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제는 생각을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나의 운동장을 어떻게 나눠서 효과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죠.

Q(진행자) 축구도 최근에야 그런 분위기로 바뀐 것 아닌가요? 과거에는 정말 입에 단내가 나도록 오래 훈련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A(유소년 축구클럽 코치) 2002년 히딩크 이후로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축구도 그렇지 않았죠.

A(김정훈) 아까 정체기에 대해 나누었던 이야기에 덧붙이고 싶은게 있는데요. 열정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맞는데, 그게 내 욕심대로 끌고 간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수가 자신의 느낌을 잘 몰라서 정체되었을 수도 있거든요. 그 선수한테 정확하게 느끼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느낌은 이상하지만 결과가 좋다면 그 이상한 느낌을 겪어가며 반복훈련하면 자기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걸 찾아야 될 것 같아요. 또 조금 되는 것 같으면 선수는 자기의 습관대로 돌아가기가 쉬워요. 그런 부분을 잘 체크하면서 가면 정체기를 짧게 하면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진행자) 후배 코치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뼈아픈 실패사례가 있다면 나눠주시죠.

A(김용달) 내가 처음 코치생활을 시작한 때가 90년도였는데 당시 백인천 감독님이 계셨어요. 그때는 감독이 많은 것들에 관여하던 시기였습니다. 나는 코치긴 했지만 교육이나 여러 면에서 준비가 안된 상태였지요. 그래서 감독님 하는 말씀을 그대로 앵무새같이 지도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보니 90년도에 우승을 했어요. 그래서 자신감에 차서 다음 해에 김동수, 박흥식 이런 선수들을 더 잘하게 만들려고 체중을 뒤쪽으로 갖고 오는 지도를 했어요. 더 강하고 멀리 치게 하려고요. 그렇게 5명 정도 시도를 했는데 실패를 했습니다. 그때 실패를 경험하며 코치가 그냥 해서는 안되는 거구나 느꼈죠.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는 것, 지도자가 선수에게 한 마디 내뱉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느꼈습니다. 그때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어요. 타격도 10명이 있으면 10명이 다 틀려요. 타자들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기술적인 이야기는 10명 앞에서는 절대로 하면 안됩니다. 그냥 전술적인 조언만 해야 해요. 상대 투수가 어떻다든지 하는. 기술적인 것은 선수마다 따로 해주어야 해요. 이걸 느낀 게 얼마 안됩니다. 그때는 모든 선수한테 똑같이 전달했어요. 하지만 야구는 선수 각자에 따라 개별적이거든요. 다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당시는 전체적으로 하려고 해서 실패했지요.

다른 사례는 코치로서의 경험과 이론이 충분이 갖추어 졌다고 느낄 때였습니다. 송지만 선수를 코칭할 때인데, 그 선수의 타격이 기마자세라고요. 그런 자세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타격 메커니즘 중에 무릎을 사용하는 부분에서 나랑 생각이 조금 틀렸어요. 그래서 황병일 코치에게 조언도 구하고 함께 연습을 하도록 부탁과 권유도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기마자세의 타격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선구안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서 피드백을 주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내 고집대로 피드백을 주어서 스트레스를 받았겠구나 하는 후회가 있어요.

그 외에도 수 없이 많지만 일단은 그 두 가지가 생각나네요. 타격코치로서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앵무새 역할을 한 것. 그리고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지만 선수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지 못해 좋은 피드백을 주지 못한 것.

A(김정훈) 나는 아마츄어 지도자로서 야구를 그만두는 아이가 생겼을 때 실패했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타고난 선수는 몇 명 없고 대부분이 만들어 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성실함과 노력으로. 타고 난 친구들보다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성실함과 노력으로 오래 선수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더 많더라고요. 제자 중에 00라는 친구가 있는데 초등학교부터 남다른 재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는 걸 좋아하고 여자에도 빠지고 학교에서도 일진 생활을 하면서 결국 중학교 때 그만두었죠. 그 친구를 잡지 못했던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인격적으로 다가가서 잡았어야 했는데 당시는 무조건 윽박질렀던 것 같아요. “야구 안하면 뭐할래?” 하면서요. 지금 같으면 그러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간혹 부모님의 강권으로 야구를 시작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인이 좋아서 야구를 하는데요. 초등학교 3년 정도 운동을 하고 중학교 1학년 말쯤 되면 염증도 느끼고 지겨워 하더라고요.

즐겁게 운동하도록, 나가서 막 야구를 하고 싶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냥 끌려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운동장에 나와서 운동하는 게 즐거워야죠. 저는 쉬고 싶으면 휴가도 준다고 합니다. 특히 중학교 학생들은 딴 생각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적어요. 한 시간이든 빡쎄게 딱 하고 놀이 형식의 운동도 많이 했습니다. 이 팀은 왜 저렇게 할까 하는 분도 계셨어요. 제가 중학교 감독하고 최고로 잘 한 성적이 준우승입니다. 성적에 대한 욕심은 없어요. 부모님이나 선수들한테 이야기하지만 우승 못한 게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눈에 보이는 성적보다는 아이들이 고등학교, 대학교, 프로라는 긴 시간을 운동을 하며 보낼텐데 재미를 느끼고 즐겁게 길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을 지도자가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수가 자신의 느낌을 이야기하고, 때로는 자기 주장을 할 수도 있고요. 선수가 잘못을 했을 때도 “왜 그렇게 했니?”라고 물어보면 “이래서 이렇게 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선수가 한 말이 맞을 수도 있고요. 결과가 말도 안되는 플레이로 잘되면 대단한 플레이라고 합니다. 그럼 그 대단한 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안좋았다고 왜 그랬냐고 할 수 없는 겁니다. 감독이 시합 때 작전을 냈는데 말도 안되는 작전이 성공하면 기발하다고 하잖아요? 실패하면 자질이 없다고 하고요. 실패와 성공을 눈에 보이는 것만 갖고 얘기하기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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