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야동 1차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 (앨런 지이거 훈련 프로그램)

지난 월요일에 첫번째 ‘코끼리 야동 클럽’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롱토스의 구루로 통하며 요가, 명상 등을 결합해 멘탈훈련을 진행하는 앨런 지이거의 훈련프로그램을 유튜브 영상을 보며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상을 보며 나눈 대화들을 짧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
IMG_20160307_181919
.
최승표(이하 최) : 최근 미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스프링캠프에서 투수의 부상이 많이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관련 연구자료도 공개되었습니다. 이를 다룬 기사를 보면 투수들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전투구에 들어간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래서 앨런 지이거를 비롯한 일군의 교습가들은 보다 실전투구에 가깝게 몸을 만들 것을 주문합니다. 지이거는 토미존 수술 후에 하는 재활운동을 평상시의 훈련 프로그램으로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학교 코치(이하 중) : 학교에서 저런 식으로 불펜투구 전에 연습을 하는 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야구장 주변 환경도 열악해서 공간도 마땅치 않고요. 롱토스할 곳도 없습니다. 불펜 세션 전에 푸쉬업 정도 시켰던 것 같아요.

중학교 감독(이하 감) : 저같은 경우는 회복 운동 차원에서 밴드를 나중에 하도록 했는데 오늘 영상을 보고 설명을 들으니 방법을 조금 바꿔봐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투구 연습을 하기 전에도 밴드를 해야겠네요.

최 : 롱토스나 밴드 훈련 모두 지금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긴 합니다. 지이거 등의 주장은 너무 팔을 과보호하지 말고 적당한 스트레스를 상시적으로 주어야 한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마운드에서 던지는 것이 100이라면 겨울에도 110,120 수준으로 준비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김정훈 (전)평촌중 감독 (이하 훈) : 저런 훈련들은 팔의 가동범위를 넓혀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조용빈 변호사 (이하 조) : J-band와 비슷한 상품만 미국에 3~4개가 있을 겁니다.

최 : 요새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사진을 보면 철망에 저런 밴드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조 : 야구 코칭이 종교와 비슷합니다. 어떤 아카데미에서 우수한 선수가 배출되면 우르르 그 방법론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부모 (이하 학) : 밴드를 사용하는 것은 부상 예방이 목적인가요, 아니면 구속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적인가요?

조 : 원래는 재활 목적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이지만 지금은 평소의 훈련과정에서도 사용중이죠. 원래는 부상방지가 목적이라고 봐야할 겁니다.

훈 : 초등학교랑 연습경기 할 때 보면 투수들 공던지기 전에 사전에 이런 식으로 몸을 푸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그냥 공 몇 개 급하게 던지고 마운드에 올라갑니다. 어릴 때부터 괜히 쓸데없는 런닝 많이 하지 말고 이런 식으로 투수의 팔에 신경을 써줄 필요가 있습니다.

중 : 저같은 경우는 롱토스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플랭크도 투구 전에 꼭 시키고요. 시합 전에도 하고 싶은데 할 데가 없습니다.

훈 : 롱토스는 잘못 전달되거나, 폼이 안만들어진 어린 아이한테는 위험한 동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조 : 지이거 프로그램은 몇몇 제자들이 야구판에서 각광을 받기 때문에 유명해진 셈인데요. 롱토스 프로그램도 여러 방식이 있습니다. 지이거의 롱토스는 최대한 먼거리까지 갔다가 오는 방식입니다. 여기서의 핵심은 풀 다운pull down, 즉 거리를 줄이면서 던지는 과정에 있는데요. 점점 토스의 각도를 내리면서 전력피칭을 하며 가까이 다가옵니다. 최대한 멀리 던지려고 하다 보면 사람이 몸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가까운 곳에서만 던지면 손끝만 사용할 가능성이 높고요. 그래서 시작할 때도 쎄게 던지려고 하지 말고 가볍게 포물선을 그릴 것을 주문합니다. 그러면서 점점 거리를 늘려가며 몸을 활성화시키는 것이죠. 도움닫기까지 하며 멀리 던지고자 할 때 몸을 자연스럽게 쓰게 된다는 원리입니다. 무게중심이동도 체득되고요.

감 : 미국 유소년 선수들도 롱토스를 하나요?

조 : 아무래도 우리랑은 아이들 스포츠를 대하는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12세 정도까지는 그냥 재미로 야구를 하는 수준이니까요. 13세 정도 넘어가면 조금씩 하는 듯 합니다.

최 : 최근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팀에서는 지이거의 훈련방법을 구단차원에서 도입했다고 합니다. 작년 인디언스 투수진이 꽤 잘 돌아갔습니다. 시즌 중에 선발 로테이션이 부상 없이 나름 잘 돌아갔다며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 합니다.

조 : 블레이드같은 도구들도 워밍업과 강화훈련을 위해 사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훈 : 재활 프로그램을 강화 프로그램으로 가져온 것이죠. 그런 과정이 팔의 가동성을 높여줍니다.

최 : 요즘 미국에서도 가동성mobility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던데요. 중요하게 여기는 듯한 느낌입니다. 유연성과는 또 다른 개념같은데요. 최근에도 SK가 가동성훈련에 집중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훈 : 유연성이 좋은게 야구에 무조건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유연성은 좋은데 힘을 못쓰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적당한 가동성을 위해 더이상 유연성을 강화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죠. 그래서 운동 역학에 대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최소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힘을 내는 방법을 탐구하는 것이죠. 아직도 현장에서는 잘 치고 잘 던지고 잘 받으면 된다고 계속 같은 훈련만 시켜요. 그러다보면 아픈 친구들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코치(이하 초) : 저희 감독님은 쓸데없이 많이 뛰는 것을 싫어하셔서 나름 다양한 방식으로 몸을 관리하시는데요. 그래도 주로 치고 던지는 것 위주로 훈련을 하는 것 같습니다.

훈 : 초등학교 훈련을 보면 대개 펑고, 배팅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사실 고등학교도 비슷해요. 장비도 좋은 것들이 많은데 먼지만 쌓여 있어요.

감 : 조금씩 변해가고 있기는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똑같이 그런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그냥 많이 치고, 많이 받고 하면 실력이 느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한계가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올 겨울부터 신입생들은 철저하게 기본기 훈련 위주로 돌렸습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이 부모님들께서 보시기에는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이 조금 되더라고요.

최 : 공감됩니다. 부모님들 상당수도 많이 치고, 많이 받아야 실력이 는다고 생각하시니까요. 감독님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훈련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런 훈련이 바로 실력으로 드러나는 것도 아니니까요.

초 : 저희들도 뜻있는 코치 몇 명이 모여서 야구동작과 기술에 대한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님으로부터 자료도 구해서 함께 공부하고요. 무조건 과거 방식대로 많이만 시키는 것은 효과가 없는 것 같습니다.

훈 : 초등학교와 중학교 수준에서는 일단 최대한 재밌게 훈련을 구성해야 합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면서요. 하루의 스케쥴표도 선수들에게 미리 알려줘야 합니다. 시작 전에 벽에 딱 붙여야 해요. 그래야 스스로 힘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만약 시간이 남았다면 억지로 다른 걸 하려고 하지 말고 바로 끝내야 해요. 그걸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에 훈련 프로그램을 짤 때 반영하면 됩니다. 그런데 코치들에게 시켜보면 만드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최 : 그런 어려움은 구체적인 양식을 제공해 주어서 해결하면 좋겠네요. 표나 지침 같은 것을 제공해 주고 그걸 가볍게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다가가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 : 비가 오는 날이나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이런 영상을 선수들과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는 편입니다. 보면서 머리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참가자 소감>

김정훈 : 누가 오는지도 모르고 왔는데 다양한 분야에 계신 분들이 오셔서 자리가 더 의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서로 느끼고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년간 코치를 했고, 선수생활도 10년 정도를 하니까 어디를 가든 누군가 야구를 하면 보게 됩니다. 사회인야구하시는 분들도 요즘은 수준이 대단하시더라고요. 선수를 잘 이끌어주기 위해 모인거니까 앞으로 서로 배워가며 잘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중학교 감독 : 감독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할 지 모르는 부분이 많습니다. 앞으로 자주 참석해서 배운다면 지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김현성(통역) : 다음에는 조금 더 많이 준비를 해서 오겠습니다. 사실 저는 스카우트이기 때문에 선수가 경기장에서 펼쳐 보이는 결과물을 주로 보는데 결과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나 알게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감독, 코치님들에게 존경심이 일어납니다. 새로운 것을 많이 배워 갑니다.

중학교 코치 : 사실 영상을 보고 많은 분들로부터 배우러 왔지 이런 토론의 자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많은 걸 느낄 수 있었고 계속 와서 배우고 싶습니다.

조용빈 : 한때는 야구에 그야말로 미쳐서 유학도 갔다 오고, 야구책도 쓰고 그랬는데요. 지금은 커리어를 전환해서 오랜 기간 야구를 떠나있습니다. 오랜만에 즐겁게 야구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이 열정을 되살려서 모임에 종종 나와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면 합니다.
대학야구동아리 감독 : 엘리트 출신 감독, 코치님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오늘 너무 좋았습니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이야기를 많이 못나눠서 아쉽습니다. 다음에는 많은 질문들을 준비해 오겠습니다.

대학야구동아리 선수 : 20살에 처음 야구를 시작해서 여기서 하는 이야기 하나하나가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계속 와서 배우고 싶습니다.

리틀야구팀 코치 : 코치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그냥 감독님께서 시키는대로 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배우는 내용들을 잘 정리해서 아이들을 지도하는데 사용하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코치 : 계속 와서 배운다면 아이들이 발전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학부모 : 주변에서 “야구계가 많이 썩었다. 진정한 스승을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하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자식이 야구를 한다고 할 때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래서 그런 모습을 살짝 내비치면 “아빠는 제가 야구하는게 싫으세요?”라고 아들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좋은 토대에서 야구를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희망을 보게 됩니다. 저녁의 귀한 시간을 내서 이렇게 이야기나누는 모습을 보니 진흙 속에 연꽃이 피어나듯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런 문화가 많이 전파되어서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야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 가벼울 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코끼리 야동클럽 배너 web

 

코야동 1차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들 (앨런 지이거 훈련 프로그램)”의 2개의 댓글

  • 2016년 6월 20일 12:23 오전
    Permalink

    Jäger band눈 좋죠 무조건 어깨만 보호 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닐 겁니다. 미국 strength training 프로그램을 보면 스쿼트와 trap bar deaflift를 엄청나게 중요시 여깁니다. 스쿼크와 데드리프트 자세가 기본중에 기본이기 때문이죠 피칭 이라는 동작은 segmental 이 아닌 integrated 입니다 즉 발목에서 코어를 거쳐 팔로 이어지는 동작이죠 엉덩이와 고관절을 충분한 힘이 길러 지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메카니즘에 의존하고 결국 어깨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문제는 deadlift 조차 제대로 가르쳐줄 strength coach가 있느냐는 거죠 보디빌딩의 데드리프트 말구요.

    댓글달기
    • 2016년 6월 22일 2:04 오후
      Permalink

      공감합니다. 코치님. 학교에서 코치분들이 아이들에게 웨이트를 시키는 이야기를 간혹 듣는데 오히려 몸이 망가질 것 같은 경우가 많더라구요. 코치님같은 분들께서 올바른 정보를 많이 전파시켜 주셨으면 합니다.^^

      댓글달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