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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는 것 “보는 것이 생각과 행동을 바꾼다.”

 

본다는 것은 눈으로 외부 세계를 인지하는 과정을 의미 한다. 그리고 인지 과정을 반복하고 학습하며 세계관을 형성하게 된다. 그런 이유에서 인간의 시각이 먼저 완성되었기 때문에 비로소 세상이 완성된 것이라고도 한다. 앤드류 파커(Andrew Parker)는 ‘Light Switch Theory’와 함께 그의 저서‘The Evolution of Eyes’ 를 통해 인류가 최초로 눈을 떴을 때 세상이 창조된 것이라고 하며 눈이 진화의 원동력이라고 표현했다.

한 번쯤 인간과 동물은 왜 두 개의 눈을 갖고 있으며, 인간의 두 눈은 왜 앞을 향하고 있을지에 대해 궁금해 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이 두 가지 질문은 인간의 시지각과 운동능력에 관한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인간의 두 눈이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특별한 이유는 시야 범위는 좁지만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며 다른 사물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단 이것은 착시를 수반하게 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게다가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 색에 민감하다. 인간은 혈류에 의한 피부색의 미묘한 변화만으로도 감정과 신체상태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의 눈은 구조적으로 색과 움직임을 인지하는데 세포 수준에서 차이가 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색에 잘 반응하고 잘 사용하는 것과 남성이 여성보다 움직이는 물체에 더 잘 인지할 수 있는 데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포 수준에서 수와 기능적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은희 2016; 최낙언, 2014; Changizi, 2010; Foley & Martin, 2009; Snowden, Thompson, & Troscianko, 2012).

오늘날 학생들은 눈을 혹사시킬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의 빛으로 시작해서 잠들기 전에도 그 빛을 눈에 쪼인다. 사방에 자극적인 빛들이 너무나 많다. 게다가 시선의 방향은 몇 곳으로 한정되어 있고 시야는 스크린 장치의 화면과 친구들 또는 주변 가까운 사물들 사이에 머무르게 된다. 교실에서 조차 눈의 초점은 책 칠판 스크린 등 일정한 공간 안에 갇혀 있다. 다행인 것은 체육수업이 있는 날이면 운동장이나 체육관에서 눈을 바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좌업생활 속에 갇힌 몸을 깨우고 신체활동이나 트레이닝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학생들이 눈으로 무엇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들여다 볼 여유가 없다. 학생들이 기술 학습이나 연습 게임에 있어서 특별히 시지각 (visual perception) 문제나 상황 판단, 실수 등을 보이는 경우 “ 똑바로 보고 ”, “ 끝까지 봐야지 ”, “ 여기를 봐야지 여기!” 라는 정도의 피드백을 건넬 뿐이다.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움직임과 운동 수행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다양한 운동 상황에서 학생들이 보고 있는 것에 대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focus’는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로 쓰이지만 ‘concentration’과 같이 집중한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집중 하고자 하면 집중하려는 대상에 초점을 맞추고 보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지 않고  집중하는 경우에도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리게 된다. 이처럼 집중을 한다는 것은 어느 한 가지 개체 또는 사건, 어떤 구조나 과정에 대해 다른 자극이나 정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두고 들여다 보는 것을 의미한다.

‘집중’ 은 인지적, 심동적 과제를 수행할 때 자주 요구된다. 특히 체육활동이나 스포츠 경기에서는 빈번하게 요구되는 것 중 하나이다. 대부분 집중을 요구하게 되는 상황을 보면 위치나 타이밍의 정확성에 관계된 것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결국 더 정확하게 보고 운동을 수행하라는 의미가 된다. 우수한 선수들은 눈을 통해서만 집중하지 않고 신체의 모든 감각과 기억을 동원한다(Foley & Martin, 2009; , 2008 박상범). 결국 모든 감각들로 보는 것이고 또한 머릿속에서 그 감각 정보들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수행에 대한 피드백을 얻고 다음 운동계획을 세우는 동안 이전의 것과 다음의 것 모두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의 체육활동에서처럼 눈으로 보지 않고 운동을 수행한다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운동 수행의 수준이 현저하게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극히 정상적인 두 눈으로 눈앞의 상황을 보고 있어도 보지 못하는 때가 있다. 무주의 맹시 에 대해 널리 알려진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농구공의 패스 횟수를 세도록 했는데 화면 속에는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 이 패스 중인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닌다. 참가자의 절반 정도는 고릴라를 보고 당황해 했지만 나머지 참가자들은 고릴라가 등장한 적이 없다고 했고 원본 영상을 보여주자 다른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의심했다. ( 최낙언2014; Costandi, M. 2013)

무주의 맹시 는 칵테일파티 효과와는 반대로 잘 보이는 곳에 있어도 알아채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동일한 현상으로 무주의 난청이 일어나기도 한다. 집중하고 있을 때 옆의 누군가 부르는 소리나 자동차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채지 못 하는 것이다. 뇌가 시지각 정보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사람들은 동일한 사건을 경험 하고도 다르게 기억하기 때문에 갈등을 겪기도 한다.

요즘 일상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변을 잘 보아야 하는 곳에서도 아예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사장 근처를 지나는 행인, 응급실의 의사 , 운전 중인 운전자, 횡단보도 를 걷는 행인들이 각자의 행동을 하는 동안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면 소리마저 인지하지 못하고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Molloy, Griffiths, Chait, and Lavie, 2015).

<그림 의 1> 허먼격자 는 (Herman’s Grid) 직접 보는 격자 의 통로 교차 지점과 주변 교차지점의 색이 다르게 보인다. 시각 피질의 방향과 시상세포, 망막수용기 등이 격자의 일정 한 색상과 간격에 의해 인간의 뇌가 실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 하는 것처럼 인지하게 된다(Spillmann, 1994). Geier, Bern th, á áé Hud k, & S ra(2008)의 물결 형태의 격자에서는 이러한 허먼격자의 착시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눈으로 보고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우리가 실제로 보았다고 하는 것은 뇌에 의해서 뇌가 보고 싶은 것을 인지하게 된 정보인 것이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 글자라는 정보는 눈을 통해 뇌로 들어오지만 문장과 문맥을 이해하는 것은 뇌가 하는 일이다. 뇌는 마치 오케스트라가 연주되는 것과 같이 약 30 개의 모듈로 구성된 시각피질을 통해 눈과 시신경이 전달하는 정보를 종합하게 된다. < 그림 3>은 ‘*****’의 인지에 관한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의사결정에 따른 움직임을 수행하기 위해 감각지각을 통해 수집된 정보 중 이상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시각 정보에 의존하게 된다 이 외에도 . 촉감과 고유 감각 그리고 이들 감각이 , 결합되어 발현되는 공감각까지 우리 인간은 모든 지각하는 감각을 통해 세상 을 보고 있는 것이다 환경이나 질 . , 병 물리적 상해로 인한 기능적 차이를 제외하면 시각은 다른 어느 감각보다 우선 하게 된다 빛이 없는 어두운 곳에서는 소리에 먼저 반응 . 하게 될지라도 반응을 보인 이후에는 정보 획득을 위해 모든 감각을 동원하게 되며 그 중 시각 정보 , 획득에 우선 집중하게 된다. , 깜작 놀랐을 때 두 눈을 크게 뜨게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낙언 2014; Wilson & Falkel, 2004; Erickson, 2007, Medina, 2010).

인간은 생후 3 개월 정도가 되어야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며 이 후 시력의 발달이 완성되는 시기는 10세 전후가 된다(박수현 방요순 양영애 정현애 2008, 조형철 유희숙, 2010, 여광응 2003). 그 이후로도 시지각의 발달과 신체 움직임의 조작과 운동능력의 발달은 뇌기능의 발달과 함께 서로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며 협응을 이룬다. 흥미로운 것은 이 협응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전달되는 움직임 정보에 관한 신호들의 형태인데 신경 , 망을 통해 전 기적 신호로 전달되는 정보들은 언어와 이미지 형태로 전달된다( , 박문호 루 2013; Pinker, 1997). 트비히 비트겐슈 타인(Ludwig Bittgenstein)의 나의 언어가 세상의 한계 “ 를 의미한다 는 .” 말은 철학이나 언어학 등 인문적 측면에 서만이 아니라 운동의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시각정보가 다른 감각기관을 통해서 입수되는 정보보다 우선적으로 선택되고 시각정보가 운동감각정보보다 더 잘 저장된다. 심지어 시각정보의 도움이 별로 필요치 않은 경 우라도 시각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본다는 것을 대체로 단순하게 생각한다(Adams, 1986; Gregory, 1997; Posner, 1967; Posner, Nissen, & Klein, 1976).

시지각의 가장 보편적 개념인 시력 에 대해 신체 ‘ ’ 검사와 안경 착용에 관한 초점시력이나 질병이나 장애에 관한 것 만을 보아 왔기 때문에 유전이나 환경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라 . , 식 라섹과 같 은 수술로 눈은 언제든지 좋아질 수 있다는 광고들과 함 께 시력이 나빠지면 안경이나 수술로 교정하면 된다는 인 식이 널리 퍼져 있다 시각의 중요성은 . 누구나 인식하고 있지만 트레이닝이 가능한 대상이라는 것을 인식할 만한 충분한 경험이 제공되지 못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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